[최선주의 살며 사랑하며] 삶의 영역에 대하여
살아온 길, 살아가는 나날, 새삼 헤아려보면 마치 눈 덮인 겨울 산행길에서 러셀을 하듯, 앞서간 이의 발자욱을 따라 조심스레 덧밟으며 좁은 길을 걸어온 듯 싶어진다. 한번씩 미끌어져 눈속에 깊이 빠진 다리 한쪽을 들어올릴 때마다 땀이 버썩 나도록 생 힘이 드는 것을 경험하게 되면 또다시 발을 헛디딜세라 내딛는 걸음폭은 더 작아진다. 눈길 산행의 경험이 적을수록 시야는 앞선 이의 발뒤꿈치에 적중되고 상하 좌우 풍경은 존재도 없이 뒤로 뒤로 넘겨진다.잘 알려진 신학자이며 교수였던 헨리 나우웬 신부는 현대인은 여러 극점 사이에서 긴장 어린 삶을 산다고 서술한 바 있다. 나우웬이 말하는 첫번째 양극점은 외로움과 고독이다. 우리는 외로움과 고독 사이에 존재하고 있다. 사람들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혼자라는 외로움을 극복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혼자일 때 고독이 가능하다. 고독할 수 있어서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다면 인생에 있어 고독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혼자있을 때 극복해야 할 외로움이 아니라 누구로부터도 방해 받지 않는 혼자로서 고독할 수 있다면 고독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내용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하루에도 몇번씩 이 외로움과 고독 사이의 한 지점에서 방황하기도 자족하기도 하는 것이다.
두번째 양극점을 이루는 한쌍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갖게 되는 적개심과 환대다. 사람은 이해할 수 없고 좋아할 수 없는 사람들과 시공을 함께하며 감정적으로 부대끼는 삶을 살게 된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해 받고, 환영 받으며, 따뜻하게 용납되는 환경과 사람들을 그리워한다. 또 자신이 누군가에게 빚어주는 극점이 적개심인지 환대의 환경인지 재고하는 삶이라면 점차 평화한 심정으로 살아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세번째는 우리의 영적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으로 환상과 기도의 양극점이다. 우리가 공통되게 가진 환상은 우리가 마치 우리 운명의 주인공인듯 여기며 사는 것이다. 우리의 건강, 수명, 그리고 한 시간 후의 일 등 어느것 하나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면 그것들의 주인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누구에게 어떻게 무엇을 부탁해야 할지 모르는 절박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신앙인은 이때 기도라고 하는 숨겨진 선물이 필요한 것을 느끼게 된다. 영적 여정은 점점 더 기도의 극점을 향해, 기도하며 나가게 될 때 바람직하고 안정되게 될 것이다.
우리의 삶의 여정은 외로움과 환상, 적대감 속에서 헤매는 가운데서도 고독과 환대, 그리고 기도의 극점을 향해 나아간다면 성숙하며 발전해가는 삶의 내용이 될 것이다. 헨리 나우웬 신부는 새로운 삶은 옛것의 아픔에서 생겨난다는 역설적인 사실을 지적하였다. 인간이 처한 환경은 보통, 공적인 영역, 가정의 영역, 그리고 고독의 영역의 세가지를 고려한다. 땅에 뿌리를 내리고 선 나무에게는 바람, 비, 햇빛의 세 요소들이 시련과 고통을 주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이 세 가지는 곧 나무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나무가 고통의 내용인 바람, 비, 햇빛을 피한다면 결국 시들거나 나약해져서 볼품없이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람이 속해있는 사회, 가정, 고독의 영역을 통해 각자가 감당해야 하는 어려운 사람들, 문제점들, 그리고 과제를 피하려고만 한다면 그 개인의 삶은 시들고 나약한 존재의 내용으로 남게 될 것이다. 정서적이고 신앙적인 성숙과 삶에 의미와 목적을 부여하는 것 또한 다른 사람들, 인생의 난관과 해결책, 그리고 소명감임을 생각할 때 사람의 가치체계는 일생을 두고 변화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종려나무교회 목사, Ph. D]
최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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