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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의 여백엔 바늘 하나 찌를 틈도 없어야" 서예가 소헌 정도준

숭례문 복구 상량문 쓴 거장
한국 서예전서 작품 소개
16일 LACMA서 서예 시연

12일 LA카운티미술관(LACMA) 한국 서예전 프리뷰 행사에서 정도준 서예가가 자신의 작품 '관해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수연 기자

12일 LA카운티미술관(LACMA) 한국 서예전 프리뷰 행사에서 정도준 서예가가 자신의 작품 '관해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수연 기자

멀리서 봤다. 여백이 많다. 그림인가. 낙서처럼 보이기도 했다. 좀 더 다가갔다. '재미있네…' 서예를 감상하며 든 생각이 참 생소하다.

16일 LA카운티미술관(LACMA)에서 개막하는 한국 서예전 '선을 넘어서(Beyond Line)'에 전시되는 서예가 소헌 정도준 선생의 작품 '관해정(Generous Heart and Small Pavilion)'이다.

아니나 다를까. 개막에 앞서 12일 만난 정도준 선생은 "예술을 보면 재미있고 즐거워야 한다"고 말한다. 서예도 재미있을 수 있는 게 맞다.

정도준 선생은 화재로 탄 국보 1호 숭례문 복구 상량문에 휘호를 남긴 서예의 거장이다. 서예가 유당 정현복의 아들로 일중 김충현 선생을 사사했다. 1982년 제1회 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했으며 독일, 프랑스,이탈리아 등에서 수차례 개인전을 열며 유럽 각지에 한국 서예를 소개해 왔다. 숭례문 외에도 경복궁의 흥례문과 창덕궁, 진주성의 공북문 등의 현판을 썼다.



한편 정도준 선생은 전시가 개막하는 16일 오전 10 LACMA 슈밋 웰컴 플라자에서 큰붓으로 서예 시연을 할 예정이다.



-미국 그것도 LACMA에서 열리는 첫 대규모 한국 서예전이다. 감회는.

"내 생애에 이런 전시를 본다는 것만으로도 한없이 기쁜데 참여까지 하게 되어 더 기쁘다. 이제 시작이다. 첫 발을 내디뎠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와 예술을 세계인들과 공유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더 많은 기회가 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개막일에 어떤 작품을 시연하게 되나.

"큰 붓을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한국 서예를 소개하는 자리이니만큼 대중들이 좋아하는 시연을 할 예정이다. 8~9미터의 종이에 큰 붓을 사용해 한글과 한자 서예를 시연한다. 내용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백범 김구 선생의 명언 '우리나라가 부강한 나라가 되기보다는 문화가 있는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는 의미를 담는다. 크게 '문화의 힘'이라고 쓰고 그에 대한 의미를 부제에 쓸 예정이다."

-전시장에도 작품이 걸렸다. 어떤 작품인가.

"행서와 초서이면서 목간에 보이는 흔적들도 슬쩍 넣었다. 글씨는 대부분 규격화된 칸에 쓰이는 편이지만 이 작품은 다르다. 그 칸에 넣지 않았다. 서예는 여백의 예술이라고 한다. 공간이 남아서 여백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 공간은 작가가 남긴 것이다. 이 작품은 여백에 바늘 하나 찌를 틈도 없는 그런 공간 장악력을 가지고 흑과 백의 대비를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작품이다."

-프리뷰에서 먼저 봤다. 이렇게 표현해도 되나 싶지만, 작품이 재밌다.

"백범 선생은 '예술은 나도 행복하고 남도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예술은 보면 재미있고 즐거워야 한다. 그러니 보고 재밌었으면 됐다."

-담긴 내용의 뜻은.

"마음이 너그러워지면 작은 곳에 살아도 좁은 걸 잊고 자족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궁궐처럼 큰 집은 처마가 길어 달이 안 보이고 담장이 높아 산을 볼 수 없다. 하지만 작은 집에 살면 담장이 낮고 처마가 짧으니 자연의 풍경을 빌려올 수 있지 않나. 마음이 넓으면 사는 곳이 좁아도 좁게 안 느끼고 80평짜리 집에 살아도 좁다 생각하면 좁은 것이다.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 있으니 넉넉한 마음으로 살라는 얘기다."

-중국, 일본과 한국 서예는 어떻게 다른가.

"한국에서는 '서예(書藝)'라고 부르지만 중국에서는 '서법(書法)', 일본에서는 '서도(書道)'라고 부른다. 중국은 사대문명의 발생지고 한자를 이어온 나라다. 그러니 서법을 중요시했을 것이다. 일본은 작은 일 하나에도 도가 중요하다. 다도, 검도, 유도 등 도에 치중한다. 어떻게 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이 서예를 더 예술로 본 것이 아니겠나. 하지만 서법, 서도, 서예는 떼어 놓을 수가 없다. 서법으로 출발해서 자신을 다스리는 서도를 지나야 예술적인 결과물이 나오는 서예가 된다. 그러니 서법·서도·서예는 하나다."

-서예의 미래는.

"서예의 미래를 전통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머물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복이 조선시대의 한복이 있고 고려시대, 신라시대의 것이 다 다르다. 그 시대마다 새롭게 표현되는 것이 이어져 전통이다. 그러니 서예도 머물면 안 된다. 서양미술이 사진기가 변화하는 계기가 된 것처럼 인쇄술이 발달하면 서예도 변해야 한다. 현재 추구하는 작업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오수연 기자 oh.sooyeon@koreadaily.com oh.sooyeo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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