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타인
늦은 봄공원의 한적한 벤치.
잔바람이 가지 사이로 살랑이고
햇볕은 스며들어 조금 따사롭게
눈꺼풀 주위로 잠깐씩 붉게 번져
흔들려 가는 선잠으로
모르는 세계의 그림자를 밟는다
뛰어가는 숨이 거친 발소리,
다정스레 걷는 여미어지는 웅성거림
고요함을 쉬어 가며 지저귀는 새소리
벌써 다 자란 잎들의 흔들리는 움직임,
그 시간 속에서
오랫동안 긴 온음표로 살아 온
날숨과 들숨의 무딘 숨결소리와
선잠의 꿈결에 깊숙이 그려지다 만
타인 속에서 부딪히며 살아온 날들.
가슴속에 묻어 둔
수 많은 타인이었던
지금의 부끄러운 나의 모습
설화식 / 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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