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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혈맥의 봄

비는 내리면서 눈을 뜨고

디디면서 새로운 언어로 땅을 품습니다

가시에 찔린 손이라도 숨을 거둔 물웅덩이에 모이면

동그라미의 손을 잡습니다



한 방울로라도 부족하지 않게

맨 살에 스며들면 선명한 계절의 가슴을 뛰게 합니다



애기 엄마 의사가 내 눈동자 반을 잘라 갔어

눈에 보이는 것은 죄다 흰 가운 뿐이여

할머니 아들이 참 효자시네요

말이 손을 잡습니다

구십 칠 세의 눈앞에 서 있는 나들이가 웃습니다

후미진 할머니의 겨울에서 뽑아온 혈맥의 손도 웃습니다

모두가 봄입니다



사월에도 눈은 간혹 오지만 그것은 겨울은 아닙니다

진달래의 봄입니다



하늘과 노랑이 비비대면 초록을 얻습니다

죽음에도 소망인 그것이 부활입니다

거대한 집은 빛을 쥔 작은 손에 있습니다

눈이 내려도 할머니의 진달래는 봄을 접지 않아요

법칙이 없는 법이 사랑이니까요



속상한 바람은 세월로 지나가지만

먼지는 빌딩에 쌓입니다



이 비에는 먼지가 씻기고

가벼운 노래로 손을 잡을 수 있을까요

아무 것도 부담스럽지 않는 바다가 나는 좋습니다


손정아 / 시인·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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