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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5개월 노숙자 경험 "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40여 년 전, 미국에 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어느 순간 나의 처지를 돌아보니 방 한 칸도 마련 못하고 길바닥에 나와 앉아 텐트에서 생활하고 있으니. 평생 모은 재산 마누라에게 다 뺏기고 불쌍한 '늘싱(늙은 싱글)'이 되었다는 말이 나에게 적용될 줄 누가 알았으랴? 구치소에도 가고 유죄선고 받고 52주 가정폭력 교육에 20일의 노동교화형까지 받은 것까지는 그렇다 치고, 직장에서도 쫓겨나게 되고 홈리스까지 되었으니….

홈리스 생활 5개월째, 이전엔 경험하지 못했던 인생의 쓴 맛, 신 맛을 경험하며 오히려 훨씬 다양하고 폭넓은 인간관계를 갖게 됐다. 이렇게 전에 누리지 못한 나름의 행복과 편안함을 누리며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으니 나는 행운아일지도 모르겠다.

두어 달 전 어느 날, 느닷없이 지인 두 분이 나를 찾아왔다. 이곳을 지나다가 우연히 나를 보고 찾아 오셨단다. 두 분 모두 평소에 나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교만한 사람으로 각인된 것 같은 편견과 오해가 있었기 때문에 나의 '쪽팔림'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니, 역전의 용사가 이게 웬일입니까?" "하나님께서 더 큰 일을 맡기시려고 이런 고난을 주시나 봅니다. 뭐 필요한 것 없나요? 뭐니 뭐니 해도 머니가 최고지요" 하면서 주머니를 털어 얼마인지 세어 보지도 않고 건네 주셨다.

텐트에 들어와 받은 돈을 세어보니 153달러. 예수께서 베드로에게 선물하신 물고기 153마리와 어쩌면 이렇게 똑같을까? 똑같은 상황을 만난다면 내가 과연 이렇게 할 수 있었을까? 나는 그동안 얼마나 편협되고 속좁고 쩨쩨한 인생을 살아왔는가? 그분의 넓은 마음과 사랑을 왜 나는 배우지 못했을까? 회한이 몰려오면서 다시금 결심했다. "반드시 일어나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리라."



이전에 나는 홈리스에 대해 전혀 관심도, 이해도, 사랑을 베풀 줄도 몰랐다. 그러나 지난 몇 개월 동안 텐트에서 살면서 수많은 사람의 도움과 사랑을 받았다. 지난 10년간 한결같이 아침 일찍, 커피와 핫도그와 컵라면을 나눠주시던 김창완 님, 지난 40여 년을 빵과 음료수, 야채 죽을 만들어 제공해 주시는 글로리아 김 선교사님, LA한인회 이사님들과 봉사자들, 연말에 침낭과 겨울용품을 제공해 주신 중앙일보 해피빌리지 봉사자들, 노인 노숙자들을 위해 사랑을 베풀어 주고 계시는 김수배 목사님, 뿐만 아니라 이슬람교회, 카톨릭 성당, 절에서도 홈리스들을 돌보고 있는 것을 보면 아직도 우리 사회는 메마르지 않았다는 것을 느낀다.

잊지 못하는 경험 한가지. 홈리스가 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무심히 지나가는 듯했던 남미계 중년 여자분이 나에게 아침 먹었느냐고 물어본다. 자기 딸과 같이 먹으려고 샀다면서 맥도널드 아침 메뉴 2인분 중 한 개를 건네 주면서 'Good Luck, I love you' 하는 게 아닌가? 아직도 이 사회는 착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더 많으며, 훈훈한 정과 사랑을 나누는 아름다운 나라 미국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 홈리스들은 오늘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


존 조 / 노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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