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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미·중 무역전쟁 막전막후

"큰일이야. 이러다 다 망하게 생겼어." 요즘 LA 자바시장서 일하는 분들로부터 자주 듣는 이야기다. 미국이 5000가지 이상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 추가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는 보도 이후 중국과 거래하는 한인 업주들의 위기감은 더 높아졌다. 미중 무역전쟁은 이렇게 현실 문제가 됐다. 극적 타결이 없다면 일반 한인들의 생활 장바구니 물가 부담도 곧 현실화 될 것이다.

미국의 공세는 가열차다. 중국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물러설 기미를 안 보인다. 미국은 왜 이렇게 중국을 압박하고 있을까.

발단은 누적되어 온 거대한 무역적자다. 중국은 미국 전체 교역의 16.4%에 이른다(2017년). 전체 무역적자 중 중국 비중이 47.1%로 거의 절반이다. 중국 시장에 대한 불만도 크다. 미국은 중국을 여전히 '비시장국가(Non-Market Economy)'로 본다. 중국 당국의 규제와 간섭이 개선되지 않는 한 미국은 계속 불공정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더 시급한 것은 미국 업체의 신기술 보호와 경쟁력 확보다. 세계 통신장비 시장을 30%이상 점유한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제재는 이 모든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중국도 예전의 종이 호랑이가 아니다. '할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미국에 맞서고 있다. 알다시피 19세기 중반 아편전쟁 참패 이후 중국은 근 150년을 서방의 무시 속에 보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는 그 시기를 버티게 해 준 슬로건이었다.

2000년대 들어 중국은 다시 기지개를 켰다. 원대한 꿈도 펼쳐보였다. 과거 중화(中華)의 영화를 회복하고 중국 주도의 새로운 세계 질서를 구축하겠다는 꿈이다. 2013년 일대일로(一帶一路)로 큰 걸음을 내디뎠다. 고대 동서양 교통로였던 실크로드를 향후 35년 동안 육상과 해상으로 다시 구축해 중국과 주변 국가의 경제 무역 확대의 길을 열겠다는 거대한 프로젝트다. 벌써 100여개 국가와 국제기구가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2015년 시작한 '제조 2025'도 야심차다. 이는 경제 전략을 지금까지의 양적 성장에서 10년 안에 질적 성장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 IT, 로봇, 항공우주, 신에너지, 친환경, 신소재, 바이오 같은 기술 혁명이 있다. 이들 분야에서도 중국은 이미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1972년, 중국과 수교할 때 미국의 목표는 분명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인권이라는 미국적 가치를 전파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속내는 경제적 실리였다. 미국이 그동안 중국의 성장 발전을 적극 도왔던 것도 미국이 구축해 놓은 세계 질서 속에 중국이 들어오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동상이몽이었다. 중국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공산당 일당독재 국가로 머물러 있다. 미국이 보기엔 인권도 제자리걸음이다. 거기다 중국 주도의 새로운 세계 질서까지 획책하고(?) 있다. 그런 중국을 어떻게 더 묵과할 수 있겠는가.

전쟁의 선봉엔 트럼프 대통령이 있다. 상당한 희생이 따르더라도 이참에 중국을 완전히 꿇어앉혀야 한다는 애국주의 분위기도 확산되는 모양세다. 하지만 현대 무역전쟁은 승자독식의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이미 세계 경제는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고 공존공생의 시스템 속에서 굴러간다. 싸움이 길어지면 모두가 패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아직은 미국이 세계 패권을 쥐고 있다. 중국이 상대하기엔 벅찬 상대다. 미국이 입맛대로 길들이기엔 중국도 너무 컸다. 지금까지는 양보 없는 힘겨루기로 달려왔지만 머지않아 양국이 타협점을 찾는 수밖에 없다고 보는 이유다.


이종호 논설실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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