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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업계의 '제 3의 물결' 스페셜티 커피

LA커피칼리지 연응주 학장의 커피 이야기
전문 커퍼에 80점 이상의 평가 받아야
한국 커피시장 급성장, 위상 높아져

온누라스 커피농장(Ocotepeque)에서 커피를 수확하고 있는 아이들.

온누라스 커피농장(Ocotepeque)에서 커피를 수확하고 있는 아이들.

스페셜티 커피란?

90년대에 대학생 필독서로 '제3의 물결'이라는 책이 있었다. 꽤 오랜 시간 지하철을 타고 통학을 했던 나는 종종 이 두툼한 책을 들고 지하철을 타는 당시 대학생들을 목격하곤 했다.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가 저술한 이책은 20세기 말 산업 혁명의 끝자락에서 미래를 예측한 내용이 담겨 있다. 앞으로 다가올 정보화(IT)라는 새로운 물결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며 이에 적절한 대비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를 간략하게 설명했다. 여기서 저자는 이러한 정보화(IT)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제3의 물결'이라 지칭했다.

커피 업계에서도 이러한 앨빈 토플러가 사용한 '제3의 물결'이라는 콘셉트를 사용하여 커피 산업의 발전 추이를 설명하고 있다. 맥심, 네슬레 등 대형 커피 제조업체들이 인스턴트 커피들을 대량 생산하게 되면서 많은 사람이 예전보다 쉽게 커피를 접하게 된 시기를 커피 산업의 '제1의 물결'이라 칭하고 있고, '제2의 물결'을 통해서는 스타벅스 등 대형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커피 전문점들이 양적인 성장을 하게 되었다. 이 '제2의 물결' 시기를 거치면서 소비자들은 골목마다 생긴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 제공하는 편리함에 매료되기 시작했고, 인류가 1000년 이상을 마셔온 커피라는 음료가 리테일 산업으로 정착되는 확고한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그런데, 위와 같은 두 번의 큰 변화를 거치면서도 정작 소비자들이 커피의 품질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은 채 적당량의 카페인을 섭취할 수 있다면 쓰고(bitter) 스모키(smoky)한 향미에도 만족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다가 90년에 들어서면서 커피 전문가들은 물론 점차 소비자들까지도 국가별, 지역별, 농장별 커피의 다양한 향미에 대한 차이를 인지하게 되는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데, 이러한 추세 전환을 커피 업계에서는 '제3의 물결'이라 일컫게 된다. 그리고 이 추세에 부합하는 고급 커피를 '스페셜티 커피'라 부르게 되었다.

즉,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란 위와 같은 커피산업의 제3의 물결을 통해 소비자들이 인지하기 시작한 무언가 특별한 향미를 가진 고급 커피로, 큐-그레이더(Q-grader)라고 하는 전문 커퍼(Cupper)에 의해 80점 이상의 평가를 받은 커피를 말한다. 스페셜티 커피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단지 스모키 하면서 쓴맛이 지배하는 단순한 카페인 음료에 그쳐서는 안된다. 커피 그 자체에서 단맛과 신맛은 물론 과일의 향, 꽃의 향 등 복합적인 맛과 향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어야 한다.

보스턴에서 열린 '2019 SCA 엑스포'.

보스턴에서 열린 '2019 SCA 엑스포'.

요즘 한인분들 사이에도 커피에 내공이 깊으신 분들이 점점 많아 지고 있다. 그 분들이 모여 커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가끔 듣게 되는데, 커피가 '맛이 있다 또는 없다'의 차원을 지나 와인을 평가할 때 처럼 커피의 향미를 다각도로 평가하는 것을 많이 목격하게 된다. 이에 미주에서 커피 사업을 하고 있는 많은 한인사업가들 역시 고급화된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다방면으로 좋은 품질의 특색있는 커피를 확보하는데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하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협회 엑스포(Specialty Coffee Association Expo)

사실 스페셜티 커피라는 단어는 1978는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 커피대회에서 미국의 커피 전문가인 에르나 크누첸(Erna Knutsen)이 연설 도중에 처음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연설도 중 "지리적 특성 때문에 각각의 지역은 독특한 기후를 가지게 되고 이는 각각의 독특한 맛과 향을 가진 커피를 창조한다"고 언급 하면서 스페셜티 커피의 시작을 알렸다고 한다. 그후 1982년에는 SCAA(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America)라는 조직이 발족이 됐고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개념이 정교하게 정립이 됐다. 이를 바탕으로 2000년대에 들어 서면서 스페셜티 커피가 틈새시장에서 주류 시장으로 당당히 성장을 하게 되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1만여 명 이상의 회원을 거느린 스페셜티 커피 협회 (SCA: Specialty Coffee Association)는 미국 스페셜티 커피 협회와 유럽 스페셜티 커피 협회가 2017년 합병을 통하여 만들어진 글로벌 조직이다. 현재 여러 분야의 회원들에게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여러 가지 연구 및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1년에 2회,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한 번씩 SCA Expo라는 행사를 주최하고, 이를 통해 많은 커피 전문가들이 만남을 갖고 최신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지난 4월에 보스턴 컨벤션 센터에서 SCA Expo 행사가 열렸다, 이번 보스턴 엑스포 기간 중에는 각국을 대표하는 바리스타, 로스터, 브루어 등이 실력을 다루는 WCC(World Coffee Championship)가 열렸다. 바리스타 분야에서는 한국 대표로 참가한 전주연 바리스타가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을 방문해 보면 한 건물에 몇 개씩 커피 전문점들이 들어선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그 정도로 한국의 커피 시장, 특히 스페셜티 커피 시장은 단기내에 급성장을 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세계 커피 시장에서 한국 커피의 위상은 변방 취급을 받아왔다. 라테아트 분야를 제외하고 여러 세계대회에서 상위 입상자가 없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에 한국 대표 전주연 바리스타의 수상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사실 전주연 바리스타가 소속된 모모스라는 카페는 부산을 대표하는 카페로 COE(Cup of Excellence) 커피는 물론 산지와의 소통을 통해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내공을 키워온 업체다. 생두와 그 산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커피에서 어떻게 단맛을 뽑아낼 수 있는가를 오랫동안 생각해 왔고, 이런 축적된 지식과 경험이 모모스의 대표 바리스타인 전주연 바리스타를 통해 세계 대회에서 심사관들을 설득시킨 결과가 아닌가 싶다.

아는 만큼 보이는 커피

위의 두가지 얘기의 연결고리는 스페셜티(Sprcialty) 커피다. 이제 소비자들도 단순히 카페인이 주는 각성작용에 만족하는 시대는 지나 간 것 같다.

예전에 베스트 셀러였던 여행 관련 책에서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표현이 있었다. 커피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중남미 최대 커피 산지인 온두라스를 여행중이다. 커피 생산자들과 같이 호흡하며 조금씩 더 커피를 배워가고 있고, 그 결과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한층 더 커피를 이해하고 즐기게 된듯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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