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스템도 모르고 명문대 컨설팅"
대입 컨설팅 한인업체 현주소
자격 미달 컨설턴트 우후죽순
기러기 엄마·신규 이민자 타겟
대학생이 온라인 지도하기도
자녀에 피해 갈까 불만 '쉬쉬'
자격 미달 카운슬러는 물론이고 불분명한 계약 조건, 허위 광고 등은 얼마든지 피해자(학부모·학생)를 양산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법원이 한인이 운영하는 유명 대입 컨설팅 업체에 서비스 부실의 책임을 물어 학부모 3명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 <본지 5월8일자 a-1면> 은 일부 컨설팅 업체의 실태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현재 LA, 오렌지카운티 등에서 운영 중인 한인 대입 컨설팅 업체는 30여 곳이 넘는다. '1:1 컨설팅' 등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컨설턴트까지 합하면 그 수는 더 많다.
하지만 문제는 한인들의 뜨거운 교육열과 맞물려 입시 컨설팅 업계가 비대해지면서 자격 미달의 카운슬러나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업체 역시 늘고 있다는 점이다.
주로 제기되는 문제로는 ▶계약 조건과 다른 상담 횟수 ▶매번 달라지는 에세이 지도 교사 ▶여러 대학교 지원시 학교와 지원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동일한 내용의 지원서 작성 ▶인터넷에서 누구나 찾아볼 수 있는 일반적인 대입 정보 제공 등이다.
AGM칼리지플래닝 리처드 명 대표는 "일부의 경우 미국의 대학 시스템을 제대로 경험해보지 않았거나 2년제 출신이 전문가 타이틀을 내걸고 '아이비리그' 지원자를 컨설팅하는 경우도 있다"며 "학교 성적을 올리기 위한 교육 상담, 대학 진학을 위한 입시 상담, 입학시 재정 보조를 받기 위한 학자금 신청 상담 등은 엄밀히 따지면 각기 다른 분야인데 이를 구분하지 않는 비전문가도 많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대입 컨설팅 비용은 학년,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 1년에 1만~1만5000달러 정도다. 컨설팅 비용에는 학생에 대한 학업 스케줄 관리, 희망 대학 상담, 에세이 지도, 대학 지원서 작성 조언 등 대학 진학에 필요한 전반적인 정기 상담 서비스가 포함된다.
문제는 이러한 컨설팅 서비스가 주로 미국 교육 시스템이 생소한 신규 이민자, 기러기 엄마, 자녀의 대입 준비에 온전히 시간을 쏟아붓기 힘든 맞벌이 부부, 대입 준비 경험이 없는 첫째를 둔 부모 등을 중심으로 수요층이 형성된다는 점이다.
학부모 윤지현(50·풀러턴)씨는 "2년 전 아이를 대학에 보낼 때 입시 준비를 도울 시간이 없어서 컨설팅 업체와 계약을 맺었는데 아이의 에세이 지도를 전문가가 아닌 동네에서 파트타임으로 고용된 대학생이 그것도 온라인으로 봐주더라"며 "부모는 업체와의 관계에서 자연스레 '을'이 될 수밖에 없고 이미 거액의 돈까지 낸 상황에서 계약과 다른 부분이 있어도 괜히 아이에게 피해가 갈까봐 불만을 제기하기가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실제 이번에 컨설팅 업체와의 소송에서 승소한 학부모 김모씨는 "소송에 참여한 부모들은 대부분 이민 생활을 오래 했고 미국서 대학까지 나와 시스템을 잘 알기 때문에 문제점을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며 "이번 사건을 돌아보니 미국 교육을 잘 모르는 한인 학부모나 기러기 엄마들이라면 그대로 피해를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피해 방지를 위해 ▶계약 전 계약서에 명시된 조건을 명확히 확인할 것 ▶컨설팅 외에 에세이 대리 작성 등 불법적인 계약 조건에는 서명하지 말 것 ▶언어 문제가 있을 때는 한국어 계약서를 동시에 요구할 것 ▶학자금 관련 재정 상담가의 경우 라이선스(시리즈 6·시리즈 63) 소지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영운 변호사(이요한변호사그룹)는 "계약 전 해당 기관의 원장, 컨설턴트, 카운슬러, 에세이 지도 교사 등의 이력과 학력 등이 실제 광고 내용과 차이가 없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광고 내용만 보고 계약하기보다는 서비스를 미리 받아봤던 주변 학부모들의 평가와 해당 업체에 대한 후기 등도 알아보고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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