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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고] 다빈치 서거 500주기와 '최후의 만찬'

어제(5월 2일)는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년)의 서거 500주기였다. 이탈리아 토스카니 태생이며 미술사의 아버지라 불리는 조르죠 바사리는 다빈치를 가리켜 "신이 선택한 천재"라고 표현한다. 그의 대표작 '최후의 만찬'은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밀라노의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 대성당 식당 구내 북쪽 벽에서 1495년부터 1497년 사이에 제작됐다. 당시 밀라노공국의 통치자인 루도비코 스포르차의 요청과 후원에 의해 시작되었다.

신약 복음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로 여겨지는 유월절 전날의 예수와 열두 제자들과의 마지막 만찬 장면을 모티브로 다루고 있다. 르네상스가 인본주의에 기반을 둔 지적·정신적인 운동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듯이 다빈치는 전통적으로 알려진 열두 제자들의 이미지를 따르지 않고 그들의 심리 상태를 보여줄 수 있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었다. 다빈치의 혁신은 이렇게 등장인물들 각각의 얼굴과 자세를 차이가 나게 하면서 제자들을 개별화하고 개성화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천재 다빈치이지만 인간 세계에 온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에게 걸맞은 표현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중심에 위치한 예수의 앉은 자세와 얼굴에 대하여 균형과 안정감에 역점을 두었고, 다락방의 모든 선들을 그의 머리 위로 집중되게 하는 원근법과 투시법을 사용하였다. 가운데 자리한 예수의 모습은 편안한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위엄과 품위를 지닌 모습이다.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제자들로부터 독립되어 있으면서 카리스마를 지닌 최후를 앞둔 엄숙한 표정이다.

예수가 "너희 중 하나가 나를 배반할 것이다"라고 말한 그 순간 이 말을 듣고 반응하는 열두 제자들을 표현했다. 다빈치는 다양한 인간들의 성격과 표정을 12제자들을 소재로 하여 놀라고, 고통스러워하고 당황하고, 슬퍼하는 그들의 감정 기복과 몸동작들을 그려 내었다. 예수의 오른편에 있는 사랑하는 제자 요한, 의심이 많은 도마, 성격이 급한 베드로, 침착한 마태 등 각자의 성격에 따라 예수의 임박한 배신에 대한 암시 언급에 대하여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표현하고 있다. 몸을 구부린 가롯 유다는 당황해서 그릇을 엎고 오른손으로는 배반으로 얻은 돈이 들어 있는 주머니를 움켜쥐고 있다. 유다의 얼굴과 몸이 다른 제자들에 비해 특별히 작게 묘사되었고 더군다나 상반신의 반은 어둠에 가려져 있다.



당시 완성된 벽화를 보기 위해 성당을 방문한 다빈치의 친구 루카 파치올리는 "그 어느 화가도 레오나르도만큼 예수의 배신 언급에 대한 제자들의 반응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제자들 간의 표정과 자세들은 마치 우리가 그들의 대화를 듣는 것과 같다"라고 극찬하였다.

얼마 전 유대인의 큰 명절인 유월절(Passover)이 지났다. 우리의 광복절과 같은 해방 기념일이다. 그들은 430년간 애굽(이집트)의 노예 생활을 하던 중 지도자 모세에 의해 서둘러 애굽을 떠나야 했다. 출애굽 당시 이스라엘 백성은 문설주에 어린 양의 피를 발라 애굽에 내린 장자 재앙을 모면할 수 있었다. 황급히 떠나야 했기 때문에 누룩을 넣어 부풀린 빵을 만들 여유가 없어서 무교병을 챙겨야 했다. 지금도 그들은 유월절에 이어지는 무교절에 쓴 나물과 무교병을 함께 먹으며 그날의 고통을 기억한다. 7일간의 이 절기 행사는 주로 가정 중심으로 치러지며 자녀들은 아버지로부터 유월절의 유래와 의식에 대해 설명을 듣는다.

'최후의 만찬'에 그려져 있는 장면엔 배신의 암시와 더불어 신약 복음의 '새 언약(New Covenant)'이라고 하는 중요한 주제가 담겨져 있다. 예수의 손짓을 보면 다빈치가 한 순간만을 포착한 것이 아니라 여러 내용을 함께 담아내려 했음을 알 수 있다. 예수의 양손은 각각 빵과 포도주를 가리키고 있는데 이는 새 언약 유월절을 선포하는 모습이다. 구약의 모세 시대에 어린 양의 피로 재앙을 피하고 출애굽 한 것처럼 신약으로 와서는 유월절 어린 양 예수의 십자가 피로 인류가 구원을 얻게 되는 반전을 가져온다. 이는 구약의 유월절이 신약의 십자가 사건과 거룩한 성만찬으로 연결되고 옛 언약은 예수를 통한 새 언약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예수를 '유월절 어린 양' 또는 '신의 어린 양'이라 불렀으며 사도 바울은 예수를 유월절 양에 비유했다. 결론적으로 최후의 만찬은 단순한 식사 장면이 아니라 구약과 신약의 희생과 구원 사건을 기념하는 엄숙한 의식이었다.

이 훌륭한 벽화는 지난 수세기 동안 세계 최고의 걸작으로 여겨질 뿐 아니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고작으로 분류되어 왔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복사되고 재작업되고 배포되고 있는 성화이며 기독교인들의 마음 속에 최후의 만찬 장면을 분명하게 각인시켜준 작품이다. 그는 16세기, 정점에 달한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선도자 역할을 하였고 5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그의 개혁과 창의 정신은 예술과 과학을 아우르는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예술과 공학 양쪽에서 모두 아름다움을 발견했으며 그 둘을 하나로 묶는 능력이 그를 천재로 만들었다"고 했다. 또한 '타임'지의 편집장과 CNN의 CEO를 역임한 월터 아이작슨은 "15세기에 살았지만 21세기에도 여전히 가장 혁신적인 인물이 레오나르도 다빈치다"라고 평가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과 그의 삶은 21세기를 사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종오 / 클레어몬트 신학 대학원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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