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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투고] 눈꽃

이른 아침,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다가 나도 모르게 어머! 어머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앞뜰 잔디밭은 하얀 솜이불을 덮고 곤히 잠들어 있는 듯 너무나 평화로웠다. 숲 속 나무 눈꽃의 아름다움에 취해서 멍하게 앉아있었다. 그러다 노루 세 마리가 우리집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고 다시 한번 놀라서 “어머나” 소리를 질렀다.

매년 겨울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노루가족이 네 마리였는데 왜 세마리만 왔을까? 항상 하듯이 양배추 하나를 4개로 쪼개어 던져주었다. 허겁지겁 먹는 것이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위험을 무릅쓰고 여기까지 왔을까 싶었다. 왜 한 마리는 오지 않았을까. 엄마와 아빠 그리고 애기노루, 할아버지 할머니 노루 가족으로 생각했었는데 한 마리가 왜 빠졌을까 무척 궁금했다. 너무 늙어서 올 수가 없어서일까, 아니면 차에 치어 죽었을까.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있는데 노루들은 양배추를 다 먹고도 돌아가질 않고 여전히 눈밭에 앉아 있다. 양이 차질 않아서 그러나 싶어 당근 두 봉지를 들고 나가는 나를 보고도 달아나질 않는다.

나는 노루를 향해 말을 건넸다. “한 마리는 왜 안 왔어? 그렇게 눈밭에 앉아 있으면 춥지 않아?” 당근 봉지를 던져주었는데 먹지 않고 물고 돌아갔다. 왜 먹지 않고 가지고 갈까, 늙어서 올 수 없는 노루를 주려고 그럴까 하며 집안으로 들어가려고 돌아서는데 에어컨 위에 아름답고 먹음직스런 케잌이 놓여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세상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그리고 먹음직스런 눈 케잌을 만들어놓으신 하나님의 그 오묘한 솜씨를 생각하며 한 웅큼 손에 쥐어 입에 넣었다. 입 속에서 사르르 녹는 맛이 어쩌면 이렇게도 시원할까.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니 하늘은 보이지 않고 커다란 고목나무에 하얀 꽃들이 만발해 있다. 장미꽃, 개나리, 수선화, 튤립 별별 꽃들이 피어있어서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집안으로 들어와 추위를 달래고 있는데 다시 노루들이 생각났다. 이렇게 추운 날 노루들이 어떻게 견딜까 생각하니 가엾은 생각이 들었다. 창고문을 활짝 열어놓고 쓰지 않는 카펫을 깔고 양배추와 무우를 잔뜩 놓고 노루들이 올 것을 기대하며 기분 좋게 집에 들어왔다.

아들이 회사에서 돌아와서 “엄마! 창고문이 열려 있고 바닥에 야채도 있는데 누가 왔다 갔어요? 문은 제가 닫았어요”하며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급하게 아들에게 물었다. ”창고문 닫았어?” 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돼, 빨리 가서 다시 문을 열어 놔”라고 말했더니 “왜요?” 하고 되묻는다. 노루를 위해서 그렇다고 했더니 아들은 정색을 하며 ”유 아, 오케이? 맘?” 한다. 그리고 걱정스런 표정으로 “엄마, 노루는 사람이 아니라서 추위에 견딜 수 있게 하나님께서 그렇게 만들어 놓으셨어요. 엄마가 걱정하실 필요 없는 동물이에요”라며 혹시 내가 치매증상이 있나 걱정하는 표정이였다. “네 엄마 치매 아니야”라고 말해도 걱정스런 표정이다.

잠자리에 누워 내일 아침에는 운전하시는 분들이 길이 미끄러워서 힘드시겠네 하며 잠을 청하고 있는데 또 기다려지는 것이 있다. 깊은 겨울밤 뒷뜰 숲속에 와서 조심스럽게, 아주 조심스럽게 울어주는 부엉이 울음소리다. 매일 밤 와주면 좋으련만 한달이면 한두번밖에 오지 않은 부엉이다. “부우웅 부우우엉.” 유명 성악가의 노래도 부엉이 울음소리보다 더 아름답지는 않을 것 같았다. 창문 커튼을 젖히고 부엉이가 보고파서 밖을 내다 보았지만 볼 수 없었다. 너무 어두워서 부엉이를 볼 수 없는 것이 아쉬웠지만 부엉이의 자장가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슈퍼시니어 윌링센터)


서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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