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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어도 너무 넓다, 대자연도 탐낼 '식물 천국'

아세안의 유산 '싱가포르 식물원'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상징 ‘수퍼트리 그로브’. 해가 내려가면 색색의 조명이 들어온다. 슈퍼트리 아래 잔디밭이 전망 좋은 자리다. 누워서 봐야 더 아름답다. 뒤로 보이는 건물이 마리나 베이 샌즈다. 백종현 기자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상징 ‘수퍼트리 그로브’. 해가 내려가면 색색의 조명이 들어온다. 슈퍼트리 아래 잔디밭이 전망 좋은 자리다. 누워서 봐야 더 아름답다. 뒤로 보이는 건물이 마리나 베이 샌즈다. 백종현 기자

보타닉 가든 '백조의 호수' 실제로 백조가 살고 있다.

보타닉 가든 '백조의 호수' 실제로 백조가 살고 있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는 고산식물로 가꾼 인공산이 있다. 30m 높이의 폭포도 갖췄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는 고산식물로 가꾼 인공산이 있다. 30m 높이의 폭포도 갖췄다.

건국 50년, '보타닉 가든'은 16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명소로
74만㎡ 정원 이틀 걸어도 다 못 봐
미래 정원 '가든스 바이 더 베이'
1만여㎡ 유리 온실, 가상세계 같아


싱가포르의 역사는 짧다. 말레이시아 연방으로부터 1965년 독립했으니 이제 겨우 50살을 넘겼다. 하나 땅의 역사는 다르다. 싱가포르 심장부에 자리한 식물원 '보타닉 가든'이 160년 역사를 헤아린다. 국가보다 그 땅에 뿌리내린 수목의 역사가 곱절 이상 길다. 그나마도 물 건너 외국에서 옮겨와 심은 것이 대부분이지만, 지금은 천연 숲 못지않게 아늑하고 화려하다. 보타닉 가든만이 아니다. 싱가포르에는 첨단 과학을 동원한 정원도 있다. 사흘간 싱가포르를 걸어보고 알았다. 싱가포르가 왜 스스로 '정원의 도시(Garden City)'라 추켜세우는지를.

야생동물 관람객 만나도 안 피해

보타닉 가든은 영국 식민지 시절의 유산이다. 1859년 문을 열었다. 호랑이가 사는 정글과 인근 토지를 개발했던 초창기엔 레저시설 같았다. 식물 연구소 옆에 동물원이 있던 시절이다. 19세기 말에는 커피나무와 사탕수수, 무엇보다 고무나무가 많았다. 모두 돈벌이용 식물이었다. 1960년대 정부의 '녹색 싱가포르' 캠페인을 벌이면서 보타닉 가든은 지금의 화려한 꼴을 갖추게 됐다.



놀라운 건 160년 세월이 식물원 곳곳에 아직도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2015년 유네스코가 보타닉 가든 일대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1866년 만든 인공호 '백조의 호수'에는 지금도 백조들이 헤엄치며 논다. 군악대용 무대로 1930년에 세운 건축물이, 현재 기념사진 명소로 사랑받는 '밴드 스탠드'다.

보타닉 가든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모진 세월을 이기고 자란 풀과 나무다. '레인 포리스트' 어귀의 젤라와이(Jelawai)는 식물원이 세워지기 전부터 있었던 나무로 추정하는데, 1980년대 번개를 맞아 탔는데도 꿋꿋이 살아남았단다. 키가 47m로 보타닉 가든 최장신이다. 그 밖에도 식물원 나무 44종이 국가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난초도 있다. '플랜트 하우스' 옆 호랑이 난초는 식물원 전체를 디자인했던 로렌스 니븐이 1861년 심은 것이다.

국립 난초 정원'에는 VIP로 불리는 난초가 약 180개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1950년대부터 새로운 난초 교배종에 국가 귀빈의 이름을 붙여 관리해왔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이름을 딴 난초가 이곳에 있는 이유다.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 방문 때는 '문재인·김정숙 난초'도 생겼다. 한데 '문재인·김정숙 난초'는 보이지 않았다. 아직 꽃을 피우지 않아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식물원장인 나이젤 테일러 박사가 2년 전 개장한 '러닝 포리스트'로 안내했다. 열대우림과 습지 생태계가 조화를 이룬 그곳에는 잠자리 같은 곤충이 유독 많았다. 동식물이 사는 데 피해가 가지 않도록 모든 길을 습지 위에 나무 데크로 깔아 놓은 것도 인상적이었다.

보타닉 가든에서 목격한 알락검은코뿔새. 물론 야생이다.

가족을 알아본 것인지 테일러 박사의 행차에 붉은 다리 뜸부기, 라켓 꼬리 까마귀 등 희귀 새가 가까이 날아들었다. 새 마니아가 작정하고 탐조 여행에 나서도 보기 어렵다는 알락검은코뿔새까지 출몰하자 식물원에서 풀어놓은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모두 야생인데 관람객을 만나도 피하지 않아요. 이 정원의 주인이 누군지 자신들도 아는 거죠."

싱가포르는 작다. 면적이 721.5㎢로 서울보다 조금 더 큰 수준. 아이러니하게도 싱가포르를 돌아보며 가장 놀란 건, 압도적인 규모였다. 보타닉 가든은 넓어도 너무 넓었다. 자그마치 74만㎡(약 22만3850평)에 달해 이틀에 나눠 걸었지만, 끝내 다 볼 수 없었다.

2012년 마리나 베이 연안을 매립해 만든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더 크다. 무려 101만㎡(약 30만5525평) 규모의 정원이다. 여의도 공원(약 23만㎡)보다 4배 이상 넓다. 도시 전체를 정원처럼 가꾸겠다는 싱가포르의 야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보타닉 가든이 너른 숲을 닮았다면,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정교하게 프로그래밍한 가상 세계 같았다. 1만2000㎡(3600평) 규모의 유리 온실 플라워 돔은 온난건조한 지중해 기후에 맞춰져 있었다. 유리 패널 약 3000개로 지었는데, 온도조절 센서가 부착되어 있어 자동으로 돔이 열리고 닫혔다. 온실에는 지중해 올리브나무와 아프리카 바오바브나무가 공존하고 있었다.

초대형 인공 나무 '수퍼트리 그로브'

'클라우드 포리스트'는 고산식물 천국이다. 유리 돔 안에 아예 58m 높이의 인공산을 만들고 고산식물을 심었다. 정상부 폭포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실내 폭포(30m)로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정상에 오른 뒤 스카이워크를 따라 산 둘레를 돌아보며 내려오는 구조인데, 고도에 따라 자라는 식물이 확연히 달랐다. 산다운 산이 없는 싱가포르에서는 클라우드 포리스트의 인기가 꽤 높단다. 식충식물 네펜테스 트룬카타, 흉측한 모양의 난초 '드라큘라 다이아나' 앞에선 어른도 아이처럼 좋아했다.

사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상징은 따로 있다. 25~50m 높이의 초대형 나무가 모인 '수퍼트리 그로브'다. 철근 구조물이지만 틸란드시아·이끼 같은 기생식물이 자라고 있는 인공 나무다. 수퍼트리는 모두 12개인데 기능은 서로 다르다. 폐목재를 태워 냉각 에너지를 만드는 수퍼트리가 있는가 하면, 태양에너지를 모으고, 돔의 나쁜 공기를 빼내는 환기구 역할의 수퍼트리도 있다. 수퍼트리를 구름다리 형태로 이은 22m 높이의 스카이웨이에서는 마리나 베이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안내를 맡은 지인탄 디렉터가 말했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를 대표하는 게 바로 수퍼트리예요. 사람의 힘을 빌렸지만 대자연처럼 순환하죠."

날이 어둑해지자 수퍼트리 그로브 밑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자리를 깔고 눕기 시작했다. 매일 오후 7시 45분, 8시 45분에 열리는 조명 쇼 '가든 랩소디'를 보기 위한 일종의 준비 과정이다. 누워서 봐야 가장 아름답단다. 사람들 틈에 끼어 수퍼트리를 올라다 봤다. 꿈이었을까. 별빛이 쏟아지는 듯했다.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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