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에 버리고 간 '양심' … 산소통ㆍ핫팩 산더미
'세계의 지붕' 쓰레기 몸살
바위 뒤는 거의 배설 '지뢰밭'
숙소인 로지 하수도 골칫거리
4000달러 등반 보증금 받지만
쓰레기 회수정책 실효성 없어
히말라야가 쓰레기로 신음하고 있다. 에베레스트(8848m)는 '지상에서 가장 높은 쓰레기장'이란 오명을 뒤집어썼다. 곳곳에 산소통ㆍ플라스틱 물통뿐 아니라 텐트까지 버려졌다. 네팔산악협회(NMA)에 따르면 EBC 근처에는 수백 t의 쓰레기가 투기됐다. 전진캠프에만 50t이 넘는다. NMA 관계자는 "에베레스트 인근 쓰레기 수거량은 매년 40t이며 비용도 4만7000달러가 든다"고 말했다.
히말라야를 더럽히는 '손님'들 중 다수는 한국인이라는 의견이 이미 20여 년 전부터 제기됐다. 1996년도 판 히말라얀 저널은 '쓰레기의 대부분은 한국ㆍ독일 등의 원정대에서 나왔다'고 지적했다.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은 "유럽 산악계에서 한국 쓰레기 문제로 나에게 항의한 적이 있다"며 "분노와 수치심이 치밀어 히말라야 클린산행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에베레스트 캠프2(해발 6400m)까지는 눈을 녹여 물로 마시지 않습니다. 쓰레기에 오염된 눈 때문에 쓰러지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속공 등반으로 이름을 날렸던 '스위스 머신' 율리 스텍(1976~2017)도 히말라야의 쓰레기에 진저리를 쳤다.
네팔 정부는 2015년부터 강력한 쓰레기 회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 에베레스트와 안나푸르나 등을 등정하는 모든 산악인들은 1인당 4000달러의 보증금을 내고 쓰레기를 모두 되가져와야 보증금을 되돌려 받도록 했다. 특히 산소통과 알칼리 건전지는 반드시 수거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환경보호론자들은 "등정에 들어가는 경비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인 4000달러 때문에 목숨 걸고 무거운 산소통을 짊어지고 내려올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게다가 히말라야 일대를 관리하는 사가르마타 국립공원 측이 일일이 원정대 장비를 점검하기도 어렵다고 말한다. 정책 실효성이 없다는 뜻이다. 그나마 에베레스트는 인기 지역이라 다른 히말라야 지역에 비해 관리가 되는 편이다.
지난 3월 남체(3440m)에만 세 곳의 로지가 지어지고 있었다. 로부체(4910m) 인근에는 에베레스트에서 뻗어온 쿰부 빙하가 있는데 이곳에는 수십 년 전 원정대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참치 캔들이 뒹굴고 있었다. 트레킹 코스 곳곳에는 초콜릿.컵라면.핫팩.생수병의 잔해들이 있었다. 한글로 된 포장도 눈에 띄었다. '쓰레기를 보면 히말라야 트레킹 준비물을 알 수 있다'란 말이 결코 우스갯소리가 아니었다. 바위 뒤는 여지없이 '지뢰밭'이었다.
네팔의 비정부기구인 '사가르마타 오염 통제 위원회(SPCC)'는 트레킹 코스에 70여개의 쓰레기통을 만들었다. 로지를 돌며 쓰레기를 수거한다. 하지만 이들의 활동에는 한계가 있다. 쓰레기 증가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로지에서는 구덩이 수백 곳을 만들어 플라스틱.알루미늄캔.종이 등을 태우고 있다. 분뇨도 그대로 흘려보낸다.
히말라야 쓰레기는 네팔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등산장비 업체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나섰다. 블랙야크는 매년 봄 에베레스트 가을 안나푸르나를 중심으로 클린산행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3일부터 보름동안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 코스를 청소한 블랙야크 클린원정대가 수거한 쓰레기는 300㎏에 달했다.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은 "국내 100대 명산 프로그램에는 클린산행도 있다"며 "산악인들의 로망이라고 할 수 있는 히말라야까지 청소하는 게 산악인들의 도리"라고 말했다.
미국의 '마운트 에베레스트 바이오가스 프로젝트'는 미생물을 이용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 매년 발생되는 1만2000㎏의 배설물을 처리한다. '사가르마타 넥스트'는 에베레스트의 쓰레기를 수거해 예술작품으로 만든 뒤 남체에서 전시한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도 히말라야의 폐기물 관리에 나서고 있다. 환경공단은 지난 1월 세계은행으로부터 수주한 '히말라야 산악지역 폐기물 관리정책 개발용역사업'을 벌이고 있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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