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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는 즐거워] 원숭이 '라면 강도'

세상을 살다 보면 '별꼴' 다 본다. 특히 81세까지 살다 보면 더욱더 그러하다.

늙은 나이에 혼자서 배낭 여행을 하려면 되도록 짐을 적고 가볍게 싸야한다. 그렇다고 해서 꼭 가져 가야할 것을 안 가지고 가면 고생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늘과 실, 빨간 약, 빨랫줄 등이다. 라면도 챙겨야 한다. 라면은 어느 나라나 있기 때문에 많이 가져갈 필요는 없다.

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할 때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배가 고프다. 공항 음식은 비싸고, 무엇을 먹어야 할지 잘 모를 때가 있다. 이때 컵라면이나 사발면을 들고가서 더운 물 좀 부어 달라고 하면 대개는 한번 쳐다보고 물을 부어준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호스텔에 들어가면 또 배가 고프다. 이때 가장 빨리 손쉽게 해먹을 수 있는 음식은 봉지라면이다. 호스텔은 아침밥을 주는 곳도 있고 안 주는 곳도 있다. 식당이 어디 있는지 모르거나 너무 멀리 있으면 라면 한 봉지에 조금 밥을 풀어 섞으면 훌륭한 아침식사가 된다.



나는 아프리카 빅토리아 폭포를 여행했다. 이 폭포는 짐바브웨와 잠비아에 걸쳐 있다. 막상 그곳에 가보니 원숭이들이 득실거렸다. 이 원숭이는 사람을 해치지는 않고, 길거리에 떨어진 음식물을 주워먹고 있었다. 나는 저녁에 너무 늦으면 마켓에 들를 시간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라면 두 봉지를 미리 사서 평소 들고다니는 비닐 봉지에 넣고 폭포 구경에 나섰다.

다리를 건너서 잠비아 쪽으로 갔다. 잠비아 쪽에서는 폭포 입장료로 20불을 받는다. 짐바브웨보다 10불이 싸다.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원숭이가 라면이 든 내 봉지를 빼앗아 갔다.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나로서는 원숭이를 쫓기 힘들었다. 어라, 그런데 그 원숭이가 뒤돌아 나를 쳐다보더니 봉지에서 라면 한 개만 꺼내가지고 갔다. 라면 한 봉지는 남겨두고 간 것이다.

나는 호스텔로 돌아와서 원숭이가 두고 간 라면을 맛있게 끓여 먹었다. 고마운 원숭이.


서효원 /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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