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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씨앗 이야기

입구도 출구도 없는 방 한 칸

딱딱하고 둥근 알맹이

작은 우주가 숨을 고르고 있어요

생명이 귀를 세우고 바깥을 듣고 있어요



산실은 언제 열리나요



왁자한 소리 들려요

벽을 두드리는 흙의 부드러운 손길을 느껴요

쉬지 않고 빠르게 가는 바깥에 가고 싶어요

키도 한 뼘씩 키우면서 시간의 그네를 타고 싶어요

환하게 꽃도 피울래요

문은 어디에 있나요,어머니

내가 문이란다,아가

나를 열어 주마

나를 열고 가거라

나를 디디고 가거라

나는 여기서 너를 받히고 있겠다 맘껏 뿌리를 내리거라



둥근 벽을 깨고 한 생이 걸어 나가는 소리

어린 뿌리가 땅으로 발을 내리는 소리

햇살 사다리 타고 허공을 오르는 줄기와 이파리들 웃음소리

봄날은 익어가고



스스로를 허물어 한 생을 피워 올린 둥근 몸

비로소

편안한 소멸에 들고

봉숭아 꽃 지천으로 피는 화단에

유난히 포실한 흙 알갱이

뿌리의 발등을 덮고 있어요


변정숙 / 시인·베이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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