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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리만으로 만든 불교적 영화"

대해스님 감독 '산상수훈'
다민족·다종교 관객 감동
기독교에서 본 본질과 형상

27일 맨해튼 유니온신학대에서 열린 '산상수훈' 상영회에서 대해스님(왼쪽 두 번째)이 관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현경 유니온신학대 교수, 대해스님, 캐리 휘플 NYU 교수, 목사이자 예술가로 활동 중인 앙드레 도티.

27일 맨해튼 유니온신학대에서 열린 '산상수훈' 상영회에서 대해스님(왼쪽 두 번째)이 관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현경 유니온신학대 교수, 대해스님, 캐리 휘플 NYU 교수, 목사이자 예술가로 활동 중인 앙드레 도티.

27일 맨해튼 유니온신학대에서 열린 비구니 영화감독 대해스님의 '산상수훈' 상영회에 참석한 다민족.범종교 관객들은 두 시간을 훌쩍 넘기는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밤 10시가 다 되도록 떠나지 않고 스님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저예산 독립영화기에 지출도 최대한 줄이고 각본도 일주일만에 썼다"는 스님의 영화는 신학도들이 조별 과제를 위해 동굴에서 토론을 벌이는 매우 간단한 설정이다. 그 속에는 스펙타클한 액션이나 간지러운 로맨스, 두 눈 시큰하게 하는 드라마도 없다. 동굴 속에서 신학도들은 성경을 뒤져가며 의문을 풀려고 대화를 할 뿐이다.

유니온에서 종교비교학(comparative theology)을 가르치는 존 타타마닐 교수는 영화 상영 후 이어진 감독과의 대화 시간 중 "기독교의 교리만으로 만든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놀랍도록 불교적인 영화"라며 감탄했다.

이에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종교는 한 그루의 나무요, 우리는 흙에 덮여 잘 보이지 않는 뿌리를 찾고 있는 것"이라 말해 온 대해스님은 "특정 종교의 전문용어는 본질보다 현상에 주목하게 만들기에 평상시에도 불교 용어를 잘 쓰지 않는다"며 "굳이 불교 용어를 섞어서 혼란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고 답하며 여유롭게 웃었다.

대신 기독교적 교리를 통해 '본질(essence)'과 '현상(phenomenon)'에 대한 탐구에 집요하도록 파고든 덕분에 스님의 '산상수훈'은 철학적인 대화로 사회를 풍자하기도 한다.

학생들은 과연 천국이 있는지, 천국에는 어떻게 가는지 고민하고 "신은 왜 먹으면 안되는 선악과를 굳이 만들어서 인간이 죄를 범하도록 각본을 짜 뒀나" 등 종교 유무를 떠나 다들 한번쯤은 '의심' 해 봤을 법한 질문들을 담담히 묻고 토론한다.

그 사이에서 약간은 과장된 몸짓과 성난 목소리로 "감히 하나님을 의심하느냐"며 다른 학생들과 싸우고 밖으로 뛰쳐나가는 한 학생의 모습 속에 '당연한 것'에 의문을 품고 질문을 던지면 역성을 내는 사회가 겹쳐 보인다. 친구가 동굴 밖으로 뛰쳐나가거나 말거나 계속 토론에 임하고 결국 실마리를 찾아내고야 마는 학생들의 대화는 보는 이에게 '겁먹지 말고, 찬찬히 묻고, 깊이 고민하라'고 잔잔한 응원을 보낸다.

관객들은 영화가 끝난 후 "불교 신자인 스님이 제시하는 우화와 비유가 지금껏 들었던 다른 기독교리 풀이보다 깊이 와닿았다"며 "왜 할리우드는 이런 영화를 못 만드나"라며 안타까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본질과 현상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에 공감한 관객들은 스님에게 그가 보는 선악과는 무엇인지 물었다.

"종이로 배도 접고 비행기도 접을 수 있지만 배가 다시 종이로 돌아가야 비행기로 재탄생 할 수 있다"는 스님은 "천사도 종이고 악마도 종이다. 그 본질로 돌아가야 하는데 '선악과를 먹음'으로서 본질을 잊고 현상이 영원한 것으로 굳어진다"고 설명했다.

"그 '과'를 잊고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라는 스님의 나직한 목소리에 관객들은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김아영 기자 kim.ahyoung@koreadaily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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