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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에도 신앙의 빛은 흐려지지 않는다

모니카 류 박사의 에티오피아 종교 순례기(상)

에티오피아 교회에는 손과 머리, 가슴을 대고 기도하는 순례객(작은 사진)이나 맨발로 교회를 돌며 묵상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에티오피아 교회에는 손과 머리, 가슴을 대고 기도하는 순례객(작은 사진)이나 맨발로 교회를 돌며 묵상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솔로몬 유대인의 혈통 왕조
생활 습관 유대인과 유사해
서기 330년 기독교 국교 선포
신성하게 교회 유지, 맨발 기도
교회 앞 기도하는 순례객 많아
"우리의 신앙생활과 비교돼"


'검은 유대인의 나라'는 에티오피아를 수식하는 또 하나의 용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구약 성경의 솔로몬을 혈통으로 두는 나라다. 역사는 방대한 세월을 함축하고 그 시간은 지날수록 빛을 바랜다. 그럼에도 곳곳에 묻어나는 종교의 색채는 쉽게 흐려지지 않는다. 에티오피아 땅에 묵직하게 스며있는 종교의 흔적을 표현하자면 그렇다. 지난 2월 모니카 류(종양방사선 전문의) 박사가 에티오피아를 다녀왔다. 류 박사는 현재 한국어진흥재단의 이사장으로도 활동중이다. 그가 두 눈에 담아온 에티오피아의 종교적 풍경을 지면에 소개하고자 한다.

에티오피아의 종교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그러러면 시바의 여왕과 솔로몬의 염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에티오피아 왕조는 솔로몬 즉 유대인 혈통의 왕조라는 것을 명시해 왔다. 그들의 생활습관에는 유대인과 비슷한 점이라든가, 유대교 다시 말해 구약에 준한 종교적 해석이 많다.

물론 예수를 믿고, 삼위일체와 성모 마리아에 대한 신심은 어느 동방정교인들 보다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본다. 그들의 교회에는 그것을 주제로 한 많은 화려한 벽화들도 많았다.



솔로몬 계열에 대해서 다시 말해 보면, 한국 전쟁 때 6037명의 용병을 보내 주었던 헤일레 셀라시에 왕은 225대 솔로몬조(朝) 황제다. 그는 1974년 옛 소련이 밀어 준 공산당 쿠데타로 물러나게 되었고 솔로몬 왕조는 거기서 끝이 난다.

기원전 900여년으로 돌아가보자.

성경에 쓰여 있듯이 시바 여왕은 솔로몬 왕을 만나러 이스라엘을 방문한다. 돌아와서 솔로몬의 아들 메넬렉을 낳는다. 청년이 된 메넬렉은 아버지 솔로몬을 보러 이스라엘에 갔다가 야훼의 계약궤를 에티오피아로 가져왔고 현재 그 계약궤의 행방은 묘연하다.

한편 서기 42년 경, 그러니까 예수가 승천한 지 9년 후가 되는 때에 예수의 제자 중 한 사람인 성 마르코는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 기독 교회를 만든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콥틱동방정교다.

콥틱이라는 말은 17세기 라틴어에서 유래되었고 그 후 그리스어의 '이집트 원주민'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현대의 콥틱교회, 알렉산드리아 그리스 정교, 콥틱 가톨릭 교회들이 바로 당시의 공동체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고 있다.

성 마르코는 지금의 리비아 지방 태생이었고 알렉산드리아에서 순교했다. 그의 유물 일부는 이탈리아 상인들이 알렉산드리아에서 훔쳐다가 베니스로 가져오게 되면서 성 마르코 대성당이 이탈리아 베니스에 지어지게 됐고 현재 그곳에 보관돼 있다고 한다.

그리고 에티오피아의 기독교는 사도행전에서 읽을 수 있듯이 간다게 여왕의 내시 에티오피아 사람의 이야기를 보아서도 확실한 역사를 갖고 있어 보인다.

많은 박해를 받았던 콥틱기독교인들의 삶, 그들의 하느님을 믿고 가르침을 실행하는 삶은 지금도 에디오피아 사람들의 몸에 깊이 배어있다.

서기 330년에 에자나 왕이 기독교를 국교로 선포하면서 활발한 종교생활을 해 왔다. 지금도 그들은 교회를 신성하게 유지한다. 교회 입구인 문에 손과 머리, 가슴을 대고 기도하는 순례객, 또 맨발로 교회를 돌며 묵상하는 순례객들을 볼 수 있다. 교회를 들어 갈 때, 신발을 벗어야 하고, 남자들은 모자를 벗고 여자들은 머리를 가린다. 어떤 교회당에는 여자출입이 금지되어 있었다.

직업이 의사라서 그런지 나는 아프리카 대륙 지도를 들여다 보면 인간 몸의 대퇴골부가 연상된다.

대퇴부에 꼬리처럼 동쪽 홍해를 접한 쪽으로 삐죽 튀어 나온 곳을 '아프리카의 뿔 (Horn of Africa)'이라고 부르는데, 에티오피아는 최근 그곳 네 나라 중의 하나다.

아프리카에는 모두 54개의 나라가 있다. 혹자의 표현을 빌리면, 아프리카 나라들의 경계선은 두부를 짜른 것처럼 또는 자를 대고 금을 근 것 처럼 반듯하다. 그것은 종횡무진하게 아프리카를 식민지화 했던 유럽의 강국들이 아프리카 부족, 문화, 전통을 무시하고 금을 그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아프리카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국가라는 공동체안에서 지금껏 분쟁을 하고 있다.

나는 에티오피아를 방문하기 전에 이렇게 생각했었다. 한국전에 참전해 준 나라, 시바의 여왕과 솔로몬의 연문으로 화려한 과거가 있다고 믿겨지는 나라, 그들의 아들인 메넬릭이 이스라엘에서 하느님의 계약궤를 에티오피아로 훔쳐와 어딘가에 숨겼다는 나라 정도로 말이다.

그 외에도 아베베 비킬라, 헤일레 게버셀라시에 같은 올림픽 메달리스트 경주자를 배출한 나라, 또 300만년이 넘은 최초의 인간 '루시'가 살었던 나라, 그 '루시'의 남아 있는 뼈가 국립박물관에서 아직도 잠자고 있는 나라, 기적으로 만들었다는 막대한 하나의 돌덩이로 지하교회 11개를 만들어 유네스코 유물 지정국이 된 나라, '검은 유대인'들이 그들 아버지의 나라라고 믿는 이스라엘로 돌아가도록 허락해 준 나라, 그리고 가난한 나라로 말이다.

물론 에티오피아에 대한 나의 이해는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역사에서 분리할 수 없는 것이 그들의 종교가 콥틱 동방정교라는 점은 또한 나에게 막중한 무게로 다가왔다. 지역상 아라비아, 중동지역 무슬림의 영향을 받기는 했으나 아직도 대다수(약 50~60%)가 크리스천이고, 그들의 신앙은 매일의 생활에 흠뻑 젖어 있다는 점 또한 발전 국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신앙생활과 얼마나 다른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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