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 리버' 끝자락서 가꾼 '황금 온천'
영어강사 출신 윤완모씨 부부
세코이아공원 초입 '우범 온천'
96년 매입해 10년 동안 재정비
굴삭기 손수운전 도로도 확장
자연의 삶 "여기가 이젠 편해"
윤완모(85)·선윤(73)씨 부부가 이곳에 눈독을 들인 건 1990년대 초반이다. 산을 좋아했던 남편 윤씨는 이 일대를 여행하며 그림의 떡처럼 온천을 흠모하고 있었다. 그러다 하루는 말끔한 옷을 입은 남성들이 온천을 보며 심각한 회의를 하고 있는 것을 봤다. 1977년 미국으로 이민하기 전 한국에서 입시 영어 강사를 했던 완모씨는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 온천에서 마약과 성행위가 빈번해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아 골치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컨카운티 민원 담당 부서장과 직원들이었다.
윤씨는 그길로 컨카운티 공무원을 쫓아가 온천이 사유지라는 것을 알아냈고 땅 주인의 연락처를 얻었다. 땅주인은 말리부 대저택에 살고 있는 90대 할머니였다. 윤씨는 할머니에게 찾아가 온천을 팔라고 설득했다. 할머니는 어렵게 일할 때 모은 돈으로 산 거라며 거절했다. 하지만 끈질기게 애원하고 부탁한 끝에 임대를 시작했고 결국 96년 6월 말리부 할머니는 온천을 윤씨 부부에게 팔았다. 그 후 10년간 보수하고 새롭게 가꿨다.
당시 온천은 바위틈에서 나오는 용천수로 탕이 한 두 개였다. 물이 흘러나가는 곳을 바위나 모래주머니로 대강 막아둔 상태였다. 탕도 작고 물은 모래와 뒤섞여 탁했다.
글렌데일에 살며 건설업과 페인트업을 하던 윤씨는 아내와 두 아들, 히스패닉 일꾼을 데리고 새롭게 정비를 하기 시작했다. 타일 공장에서 얻어온 깨진 타일을 바닥에 깔고 콘크리트로 주변을 구획해 탕 개수를 늘렸다. 강 수위가 높아져 온천이 쓸려나기지 않도록 강변에 흙과 바위를 쌓아 담을 만들었다. 윤씨는 "내가 페인트업을 해서 알지. 온천 만드는 것도 그냥 했지. 들이닥쳐 하면 돼"라고 말했다. 굴삭기 같은 중장비를 경매로 사와 직접 산악도로를 넓혔다. 부인 선 윤씨는 "남편이 저 큰 중장비를 직접 몰고 다니다 5~6번 중장비와 함께 굴러 떨어져서 거의 죽을 뻔했지"라고 회상했다.
온천에는 탕 5개가 있다. 온도가 100도에서 120도로 후끈하다. 아내 선 윤씨가 매일 물을 빼고 솔로 바닥 청소를 해 바닥이 투명하게 보인다. 유황 냄새도 덜하다. 선 윤씨는 "아토피 치료를 하는 사람, 소화가 잘 안 되는 사람이 많이 와서 치료를 했어. 온천물을 떠가기도 하고. 걸어다니면 발바닥에 사금이 묻는데, 그래서 이게 바로 황금물이야"라고 자랑했다. 밤에는 온천에 누워 컨 리버로 낚시도 할 수 있다. 백미는 온천 온돌 캠핑이다. 윤씨 부부는 뜨거운 온천수를 파이프로 연결해 텐트 바닥을 지나도록 했다. 세계 유일이지 않을까. 추운 산 속 깊은 밤에도 온천수 열기와 바닥의 온기 때문에 이불만 덮고도 잠을 잘 수 있다.
부부는 10년 전 건설 불경기가 오자 이곳으로 완전히 이주했다. 그들은 이곳을 '선녀탕'이라 부른다. 선 윤씨는 "예전에는 내가 다시 도시로 나가자고 했는데. 이제는 아니야. 나도 교통사고로 목이 다쳤는데 여기서 많이 치료가 됐어. 남편은 날더러 온천이 나를 살렸다고 해"라며 소탈하게 웃었다. 부부는 일주일에 한 번 LA 등 대도시로 나가 병원도 가고 장을 보며 야생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찾아가는 길은 복잡하다. 네비게이션에 '델로네가(Delonegha)'로 검색해 가면 폐쇄된 도로가 나온다. 좌표(35°33'24.5"N 118°36'43.0"W)를 네비게이션에 찍고 178번 도로가 아닌 산길인 컨캐년로드로 가야한다. 좌표 인근에 만화캐릭터 스누피 그림이 그려 있는 돌이 보이면 맞게 온 것이다. 스누피 돌에서 2마일 정도 차를 타고 경사면을 내려가거나 걸어 내려가면 된다. 중간에 길목을 지키는 개 수지와 세나가 짖으니 조심해야 한다. 강가에 도착하면 도르레로 연결된 배에 타 직접 줄을 당겨 강을 건너면 온천이다. 예약은 필수다.
▶문의:(818)800-4196
황상호 기자 hwang.sang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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