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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SEM 칼럼] 미·중 무역전쟁 '승자'는 없다

현재 종사하고 있는 산업 특성 상 대개 연말에는 중국 바이어를 방문하고 연초에는 미 중남부 공급 업체들을 방문한다. 그런데 올해는 예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느꼈다.

천웅상씨는 중국의 가장 가난한 성 출신으로 겨우 중학교만 마치고 광저우로 나와 밑바닥 허드렛일 잡부로 시작하여 성공한 전형적인 시골 출신의 농공민 2억 명 중의 한 사람이다. 약 2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리며 어느 정도 부를 쌓았으나 최근의 무역전쟁으로 직원도 20여 명으로 줄였고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른다고 거의 눈물을 보일 정도였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거의 70세가 다 된 억척 사장이 왜 눈물까지 보일 정도가 됐을까?

그 원인은 미국 금속 재료에 대한 중국 정부의 수입금지 탓이었다. 중국 내 최대 관련 산업단지가 있는 이 지방도시는 미.중 양국간 무역 분쟁으로 많은 회사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동시에 이 회사들의 제품을 구매하여 완제품을 만드는 회사들도 미국으로의 수출이 거의 중단되어 회사가 존폐의 기로에 서 있으며, 실업자가 양산되면서 전반적인 분위기도 뒤숭숭했다.

앨라배마주에 있는 주택 건축용 못을 만드는 공장은 150여 명의 직원들이 중국산 저렴한 철선을 수입하여 건축용 못을 만들어 공급해 왔다. 하지만 중국산 철선에 대한 고관세 부과로 인해 원료 수입 자체에 제동이 걸려 이 공장 역시 존폐 위기에 처해 있다. 또한 미국 내의 저렴한 해외 철강 원재료를 사용하는 다른 산업(예를 들면 불도저로 유명한 캐터필러, 미국 내 유일한 가전제품 회사 월풀 등)에서도 이러한 경쟁력 하락으로 회사 이익이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미 중부 지방의 농업 지대에서 지난 10년 만에 농가들의 최악의 파산 신청이 급증하고 있으며, 미 중북부와 중남부, 남부 지역에 따라 각각 2008년 대비 100%, 96% 및 59% 파신 신청이 증가했다고 한다.

물론 그 원인으로는 지난 10년간 꾸준한 시장가격 인하와 러시아, 브라질 및 아르헨티나 등 농업 국가들의 적극적인 수출에도 있지만 최근 들어 미 곡물 최대 구매국인 중국의 고관세 및 수입 중단으로 결정적인 타격을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미국은 미.중 무역전쟁에서 기대만큼의 혜택만 보고 있을까? 이번 무역전쟁에서 혜택을 크게 받고 있는 유일한 산업은 미국 철강산업으로 몇 달째 호황에 따른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생산 시설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유에스스틸은 2008년 이래 최대의 이익을 올려 무려 전년 대비 188 %라는 경이적인 호황을 누렸고, 그 외의 대표적인 철강회사들도 각각 79%, 55%, 80%의 전년 대비 이익을 올렸다.

그러나 이러한 철강업계의 이익 발생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고용률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발표되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무분별한 단견적인 시설 확장이 이미 호황 기세가 수그러들기 시작한 금년이 지나면 대규모 정리해고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것은 기술 발전으로 인해 적은 인력으로 많은 이익을 만드는 것이지 무역장벽으로 고용을 늘릴 수는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예이다. 동시에 최근 무역전쟁으로 인한 양면의 얼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제 세계 경제는 분쟁으로 어느 한 쪽이 이기는 그런 제로섬 게임이 더 이상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고 경험도 하였다. 중국산 각종 값싼 제품에 고관세를 부과하여 우리에게 이득이 될까? 동네 달러스토어나 월마트의 각종 생활품들이 거의 모두 중국에서 값싼 노동력으로 생산되어 우리가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함으로써 그동안의 인플레이션도 막았음을 익히 잘 알고 있다. 많은 유명 경제학자들은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밀려오기 시작했다고 하며 가장 심각한 원인으로 국가 간의 보호무역주의와 무역분쟁을 지목하고 있다. "과연 무역전쟁에서 누가 승리자가 될 것인가"라는 우문에 현명한 답은 있는 것인가? 우리 모두 생각해 봐야 하는 시점에 있다. 이미 세계의 지도자들은 이러한 강대국간의 무역전쟁은 결코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았음을 익히 잘 알고 있다.

전 강원산업 미주지사장


김호석 / 현 Primetals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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