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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포럼] 행복이 없는 곳으로 행복을 전달하는 이노비

이노비는 브롱스 캘버리 병원에서 환자 가족을 위한 플라워 힐링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환자뿐만 아니라 이들을 돌보는 가족을 위해 행복을 전하는 프로그램이다. [사진 이노비]

이노비는 브롱스 캘버리 병원에서 환자 가족을 위한 플라워 힐링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환자뿐만 아니라 이들을 돌보는 가족을 위해 행복을 전하는 프로그램이다. [사진 이노비]

사람들에게 일반적인 병원의 이미지를 떠올려 보라고 하면 웃음이 있는 즐거운 곳이라기보다는 빨리 벗어나고 싶은 곳, 슬픈 곳, 소독약 냄새가 가득한 곳 등이 생각날 것이다. 특히 말기 암 환자들이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입원해있는 호스피스 병원에서 행복한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곳에서 드물게 웃음소리를 듣고 즐거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때가 있는데 이노비가 플라워 힐링 프로그램을 열 때이다. 그때만큼은 우울한 병원에서도 복도를 지나가던 사람들이 복도에 가득한 아름다운 꽃 향기와 함께 웃음소리와 행복한 기운을 느끼고 궁금해 자기도 모르게 향기와 소리를 따라 들어와 보고는 한다.

“어머니가 의식을 잃은 지 벌써 며칠째에요. 온 가족이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많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아름다운 꽃을 만지며 정말 오랜만에 마음속에 기쁨이라는 감정을 느꼈어요. 평소 꽃을 참 좋아하셨는데 어서 깨어나셔서 제가 만든 이 꽃을 보시고 기뻐하셨으면 좋겠어요” - 호스피스 병원에 입원한 어머니를 돌보고 있는 딸.



꽃꽂이 플라워 힐링 프로그램



도움을 주고자 하는 사람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연결하는 다리라는 뜻의 이노비(EnoB, Innovative Bridge)는 2006년부터 뉴욕을 시작으로 현재는 한국과 중국, 미국에서 활동하는 문화복지 비영리 단체이다. 장애인, 입원환자, 양로원에 계신 어르신들 등 소외된 분들께 무료 음악회를 통해 행복을 전달하는 활동을 주로 해오고 있는데 2017년부터 NYU 병원의 여성장애인을 시작으로 세계적인 암병원인 메모리얼슬론케터링 암병원의 환자, 그리고 브롱스의 캘버리 병원에서 환자 가족(Caregivers)을 대상으로 일종의 꽃꽂이 클래스인 플라워 힐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캘버리 병원에서는 병원의 요청을 받아 작년에 12주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정규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고 올해부터는 격주간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노비 플라워 힐링 프로그램은 수년간 이노비 서포터로 함께 협업할 기회를 찾던 현 이노비 플라워 힐링 디렉터 채정아씨의 헌신 없이는 시작할 수 없었던 프로그램이다. 그는 수년간 뉴욕에서 플라워, 이벤트 회사를 경영해온 베테랑 플로리스트, 이벤트 전문가로서 활동해왔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바쁘게 지내던 어느 날 남편과 봉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봉사는 상황이 주어질 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있을 때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에 의견이 모여, 그렇다면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그동안 남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는데 좋은 기회에 이노비와 인연을 맺게 되어 그동안 생각만 해왔던 일이 구체화가 되었다고 한다.

바쁜 일정에도 열정적으로, 또 아낌없이 프로그램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그는 일주일에 한 번씩 꽃을 들고 누군가가 본인들을 찾아오고, 또 본인이 만든 꽃을 병에 지친 가족에게 선물할 수 있다는 것을 그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고마워하는 환자 보호자들을 만날 때마다 본인이 오히려 너무 감사하다고 한다.



꽃이 가지고 있는 힐링 파워

꽃을 싫어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마는, 처음에는 꽃이 이토록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대해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캘버리 병원에서의 첫 클래스를 열던 때, 아름다운 꽃 몇 송이가 펼치는 마술과 같은 힘을 경험할 수 있었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환자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을 오랜 시간 동안 간병해오고 아마도 어쩌면 곧 마지막을 함께해야 하는 가족들의 절망감과 슬픔은 직접 겪은 사람이 아니라도 어느 정도는 상상 할 수 있을 것이다. 첫날 클래스 시작 전 테이블에 꽃을 펼쳐놓고 보호자들이 오기 전에 사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분명 힘든 시간을 보냈을 가족들이 방에 들어오는 순간 꽃을 보고 얼굴에 활짝 웃음꽃이 피면서 들어 오는 것이었다. 1시간여의 수업 내내 즐거운 분위기와 웃음이 가득했던 놀라운 시간이었다.

실제로 캘버리 병원에서 수년간 환자와 보호자들을 위한 공연을 열어왔기 때문에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이 얼마나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지 알고 있기에 더 놀라운 일이었다.

“정말 좋은 시간이었어요. 플라워 힐링 클래스가 저에게 꽃을 통한 힐링 테라피와, 꼭 필요했지만 그동안 필요한지 몰랐던 ‘나만을 위한 시간’을 주었답니다. 항상 입원하신 아빠 곁에 가까이 머무르고 싶어서 하지 않았던 일이죠. 이 클래스를 통해 아빠 곁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도 병원 내에 가까이 있으면서 조금이나마 숨을 쉴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감사해요.” -부친을 간호 중인 캘버리 병원 보호자.





환자 가족을 위한 복지도 중요

긴 병에 효자가 없다는 말도 있을 만큼 가족을 병간호하는 스트레스와 감정적, 신체적인 힘듦은 견딜 수 없을 만큼 큰 고통이다. 이런 고통은 병간호를 하는 가족뿐만 아니라 병간호를 받는 환자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캘버리 병원은 120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대규모 호스피스 병원이다. 호스피스는 말기 암 환자 등 죽음이 임박한 환자들을 간호하는 의료시설을 가리키는 용어로 쓰인다. 이는 연명을 위한 단순한 차원의 수용시설이 아니라 인생의 말기를 맞은 자에게 육체적 고통을 경감시키고 정신적으로 평안한 임종을 맞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보통 이 병원의 거의 모든 환자는 평균 한 달여의 시간 동안 머물고 죽음을 맞는다. 아주 적은 확률의 환자들이 완치되거나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거나 퇴원한다고 한다. 이노비는 2014년부터 5년간 이 병원에서 환자와 가족을 위한 무료 공연을 열어왔다.

그동안 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는 곳으로 모든 시설과 프로그램이 환자만을 위해 집중되어왔지만 요즘 들어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복지와 케어가 중요한 부분으로 떠올랐다.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케어의 선구자 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캘버리 병원은 2004년, 환자 가족들을 위한 복지시설인 ‘패밀리케어센터’를 오픈했다. 그 이후로부터 15년간 환자 보호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 센터를 담당자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는 이노비의 플라워 힐링 클래스 파일럿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나서 꼭 병원에 필요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 이노비 프로그램을 정규프로그램으로 유치하기 위해 1년여의 시간 동안 후원자를 찾는 등 많은 노력을 들였다.



이노비 프로그램만의 강점

“흑과 백, 회색으로 가득 찬 병실에 내가 만든 꽃의 아름다운 컬러가 들어왔어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고 곧 나아져서 퇴원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드네요.” –입원 중인 환자분.

이노비 플라워 힐링 클래스를 경험한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은 그 시간만큼은 현재 본인이 겪고 있는 모든 슬픔과 걱정을 잊고 오롯이 현재, 눈앞에 꽃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한다. 정말 오랜만에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고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며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어서 좋다고도 하고, 오랜 간병이나 투병에 지쳐 생각도 하지 못했었는데 무엇을 만들고 배워간다는 기쁨을 통해 정신적인 힐링은 물론이고 클래스에서 실질적인 정보도 많이 주기 때문에 앞으로도 꽃을 계속 배워보고 싶다는 의욕이 생기게끔 교육적인 효과까지 주고 있다.

채정아 디렉터의 클래스는 단순히 하나하나 기술적인 것을 가르쳐주고 천편일률적인, 비슷비슷한 꽃꽂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꽃마다 각각 다른 케어 방법을 가르쳐 주고, 다른 꽃이 가진 꽃말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각자 앞에 놓인 재료로 자유롭게 작품을 만들게 한다. 똑같은 재료와 시간이 주어져도 참여한 사람마다 각각의 개성을 담은 누가 보기에도 너무 다른 결과물이 나와 모두가 함께 놀라곤 한다. 계절에 맞게 매번 다른 꽃을 준비하고, 향기도 정서적인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꽃을 골라 세심하게 준비한다. 이렇게 정성을 다해 만든 꽃은 환자들을 위해 가져가 병실에 놓아둔다.

이외에도 패밀리케어센터의 담당자는 환자 보호자들이 클래스를 하며 둘러앉아서 서로 인사를 하고 이야기와 정보를 나누며 웃으면서 얘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클래스를 통해 생겨서 특별히 더 좋다고 한다. 아름다운 꽃을 통해 예민했던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지고 마음을 열게 되면서 항상 복도를 지나치며 서로 얼굴은 알고 있었지만, 이야기를 나누거나 하는 시간은 없었는데, 클래스를 통해 서로 안면을 트고, 그 이후에도 서로 안부를 묻고 슬픔을 나누며 힘든 시간에 서로 의지와 위로가 될 수 있게 ‘커뮤니티 빌딩(Community Building)’을 할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

앞으로도 이노비는 도움을 주고자 하는 분들과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위한 다리가 되어 음악과 꽃을 통해서 뿐만이 아니라 여력이 되는 한 그 중간 매체가 그 무엇이 되든 간에 열심히 이 세상의 행복을 전하기 위한(Spreading Happiness) 다리(Innovative Bridge)의 역할을 계속할 것이다.


김재연 / 이노비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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