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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콤·달콤·매콤…오묘한 '맛과 향'에 반하다

이종호의 LA 음식열전 (3) 멕시코 식당

할리우드 인근 유명 멕시코 식당 '엘 코요테'의 부리토 '칠리 콘 카르네'(왼쪽)와 스트리트 타코 '카르니타스'.

할리우드 인근 유명 멕시코 식당 '엘 코요테'의 부리토 '칠리 콘 카르네'(왼쪽)와 스트리트 타코 '카르니타스'.

멕시코 음식은 중식, 일식 등과 함께 미국에서도 가장 대중화된 음식이다. 패스트푸드 체인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도 멕시코 음식이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인기 폭발인 치폴레를 비롯해 킹타코, 바하프레시, 아카풀코, 유카스 등 멕시코 음식을 취급하는 프랜차이즈 식당은 LA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다. 덕분에 타코, 부리토, 엔칠라다, 케사디야, 나초, 살사 같은 말은 우리 귀에도 그다지 낯설지 않은 말이 됐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만나는 멕시코 음식을 정통 멕시코 음식이라 하기는 어렵다. 미국 식문화에 길들여진 미국내 히스패닉 입맛을 겨냥한 음식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소고기를 많이 이용한다거나 샤워크림이나 치즈를 넉넉히 쓰는 것이 그런 예다. 이를 정통 멕시코 요리와 구분해 '텍스-멕스(Tex-Mex)'라고 한다. 텍사스 스타일 멕시코 음식이라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캘리포니아 식으로 변형된 멕시코 음식은 '캘리-멕스(Cali-Mex)'다. 하지만 여기서는 이들도 모두 '멕시코 음식'으로 부르기로 한다.

#. 멕시코 식당의 매력

솔직히 멕시코 식당에 자주 가는 편은 아니다. 국과 찌개 등에 길들여진 한국 사람으로서 국물 없이 팍팍하게 먹어야 하는 멕시코 요리가 그렇게 당기지 않아서이다. 또 하나는 멕시코 식당들이 다소 지저분하고(?) 분위기나 장식도 어수선해서이다. 그럼에도 뭔가 특별한 것이 먹고 싶어질 때는 멕시코 식당을 찾아간다. 신기한 것은 일단 들어가 자리에 앉고 음식이 나오면 금세 마음이 풀린다는 점이다.



생각해보니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마음껏 먹고도 언제나 남을 만큼 양이 많다는 점이다. 대개의 멕시코 식당들은 주문도 하기 전에 일단 한 소쿠리의 토르티야 칩과 살사부터 갖다 준다. 이게 또한 별미여서 자꾸만 먹게 되는데 메인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배가 부르기 일쑤다. 둘째는 주문한 음식의 푸짐함에 또 한 번 놀란다. 어떤 메뉴든 하나만 시켜도 둘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그러다보니 멕시코 식당 가서 남은 음식 싸오지 않은 경우가 거의 없었다. 마지막으로 셋째는 계산할 때 상대적으로 저렴한 음식값에 다시 한 번 기분이 좋아진다.

한국이나 타주서 손님이 와도 한 번쯤은 멕시코 식당에 데려간다. 그러면 대부분은 '맛이 쎄다'고들 한다. 고기도 듬뿍 들어가고, 향도 강렬하고, 생각보다 훨씬 더 맵고 자극적이라는 것이다. LA가 그럴 정도인데 진짜 멕시코에 가면 어떨까.

7~8년 전 멕시코에서의 경험담이다. 그때만 해도 LA서 출발하는 1박2일 엔세나다 패키지 여행상품이 있어 따라 간 적이 있다. 10여명 일행과 함께 샌디에이고, 티후아나를 거쳐 저녁 어스름녘에 엔세나다에 도착했다.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가이드가 "평생 잊지 못할 맛을 보여드리겠다"며 식당 대신 어느 한적한 길가로 우리를 데려갔다. 길거리 노점상이었다. 널찍한 철판이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고 그 옆으로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조금 멀찍이는 온갖 채소와 양념들이 비치되어 있었다.

나도 일행을 따라 두 가지 타코를 시켰다. 요리사겸 주인인 아저씨는 국자 같은 것으로 고기를 푹 떠 불판 위에 올려놓고 몇 번 쓱쓱~ 착착~ 뒤집더니 곧 바로 쫀득한 두 겹 토르티야에 얹어 주었다. 종이접시를 받아드니 손바닥이 뜨끈해지고 화끈한 불맛과 고기맛이 뒤섞인 냄새에 저절로 군침이 고였다.

그 다음 가이드가 시키는 대로 양파, 빨간 무, 할라피뇨, 실란트로 등을 원하는 만큼 넣고 맛도 모르면서 살사도 이것저것 끼얹었다. "라임을 더 뿌리세요. 바로 드시지는 말고 30초쯤 있다가 먹으면 훨씬 맛있습니다. 양파의 매운 맛을 다스려 주고 고기 맛도 훨씬 부드럽게 하거든요." 멕시코에 직접 살면서 LA까지 수백번 왔다갔다 했다는 가이드의 조언이었다.

과연 그랬다. 앉지도 못하고 길거리에 서서 먹었는데도 '감동, 또 감동'이었다. '아, 이래서 멕시코 타코, 멕시코 타코 하는구나'를 그때 알았다. 그날 이후 LA에 돌아와서도 더 자주 멕시코 식당을 갔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때 그 맛은 여태 못 만나고 있다.

#. 히스패닉들의 '소울 푸드'

모든 문화는 지역과 시대의 산물이다. 어떤 문화가 특별히 더 우월하다거나 더 열등하다는 우열이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린 은연 중에 등급을 매긴다. 소득이 높은 나라 문화는 우수하고 그 반대는 열등할 것이라는 선입견도 갖는다. 편견이다.

편견은 평균적인 이미지를 과도하게 적용하기 때문에 생긴다. 흑인의 평균 범죄율이 높다고 해서 길거리에서 마주친 흑인도 쉽게 범죄자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런 경우다. 멕시코 음식도 한동안 나에겐 그런 편견의 대상이었다. 멕시코 식당들이 별로 깨끗하지 않다고 해서, 또 드나드는 멕시칸들 차림새가 허수룩하다고 해서 그들이 먹는 음식까지 그럴 것이라 낮춰 본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반성한다. 아니, 애찬하며 즐긴다. 이번에 여러 멕시코 식당들을 둘러 보면서 멕시칸들에게 타코나 부리토는 우리가 어디서나 쉽게 한그릇 뚝딱 해치우던 국밥 같은 것임을 새삼 알게됐다. 누군가가 우리의 국밥을 낮춰보고 무시하면 기분 나쁠 것이 뻔하듯 그들에게 가장 친근하고 정겨운 음식을 우리가 함부로 이야기한다면 어떤 기분이겠는가.

입에 맞는 음식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배불리 먹는 것만큼 행복한 순간은 없다. 우리가 뜨끈한 국밥 한 그릇으로 행복해 할 때 멕시칸들은 토르티야에 타코나 부리토를 먹으며 똑같이 행복에 젖을 것이다. 그들이 누리는 행복을 조금이나마 엿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멕시코 식당 방문 의미는 충분할 것이다.

◆이것만 알아도…
멕시코 음식을 알려면 공부를 좀 해 두는 것이 좋다. 단어도 발음도 낯선 스패니시 단어가 많기 때문이다. 자주 사용되는 몇 가지만 기억해 두어도 멕시코 음식이 훨씬 가깝게 느껴질 것이다.

▶토르티야(tortilla):원래발음은 '또-ㄹ띠야'에 가깝다. 옥수수 가루를 반죽해 동그란 모양으로 얇게 부쳐낸 것으로 옛날부터 멕시코 사람들의 주식이었다. 요즘은 밀가루로 만든 토르티야도 많다.

▶타코(Taco):음식 이름이지만 동시에 채소나 고기, 해산물 등 각종 재료를 싸서 먹는 방법이기도 하다. 소고기 타코, 새우타코, 치킨타코 등 속 재료에 따라 이름이 붙여진다. 요즘은 김치타코도 있다.

▶부리토(Burritos):콩(bean)이나 밥(rice)에 고기나 채소 등 다양한 재료를 넣고 버무린 것을 밀가루 토르티야로 돌돌 말아낸 것이다. 멕시코 북쪽 국경도시에서 시작되어 미국에 퍼진 것으로 '텍스-멕스'를 대표하는 음식이다.

▶케사디야(Quesadilla):둥근 토르티야에 치즈를 뿌려 반으로 접어 구운 것이다. 여기에 고기나 채소, 살사 등을 입맛따라 넣어 먹는다

▶살사(Salsa):영어 소스(sauce)와 같은 뜻. 우리가 보통 살사로 알고 있는 것은 '피코 데 가요(Pico de Gallo)'라는 것으로 토마토와 양파, 피망 등을 덩어리감 있게 썰어 실란트로, 라임즙을 뿌리고 식초, 소금, 후춧가루 등을 적절히 섞어 만든다. 붉은색의 '살사 로하(salsa roja)'는 묽은 초고추장 비슷한 색깔로 토마토와 할라피뇨가 근간이다. 맵다. 또 '살사 베르데(salsa verde)'라 해서 초록색 살사도 있는데 그린 토마토라 불리는 토마티요(tomatillo)와 양파, 할라피뇨, 마늘 등으로 만든다.

▶과카몰레(Guacamole):아보카도에 토마토와 양파, 할라피뇨, 라임 등을 넣고 바질이나 실란트로 등의 허브를 첨가해 만드는 멕시코 전통 소스. 나초에 필수다.

▶나초(Nacho):토르티야를 세모꼴로 잘라 튀겨 칩으로 만든 것. 올리브와 치즈, 할라리뇨, 사워크림, 살사 등을 얹으면 나초 샐러드가 된다. 보통 아보카도를 으깨 만든 과카몰레나 토마토, 양파, 고추, 살사 소스를 섞은 만든 '피코 데 가요'와 함께 먹는다.

▶그밖에 카르네(Carne)는 소고기, 카르니타스(Carnitas)는 돼지고기, 뽀요(Pollo) 닭고기라는 것도 알아두면 메뉴판 읽는데 도움이 된다.

◆LA한인타운 주변 가볼 만한 멕시코 식당

엘토리노 (El Taurino)
한인타운 올림픽 불러바드 옆 11가와 후버 길 코너에 있다. 남가주 한인들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LA 최고의 타코집으로 소문이 났을 정도로 유명하다. 싸고 푸짐하며 타코, 부리토, 나초 등 다양한 켈리-멕스 음식을 즐길 수 있다. 붐빌 때는 한참 줄을서야 한다는 것이 단점. 킹타코 자매 식당으로 알려져 있다.
▶주소: 2306 Western 11th St,. LA, CA 90006

엘 촐로 (El Cholo)
한인타운 웨스턴 길에 있다. 1921년에 처음 문을 열었다고 하니 창업 100년이 목전 이다. '엘 촐로 없는 LA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가 모토일 만큼 자부심이 대단하다. 손님 앞에서 직접 만들어주는 과카몰레가 일품. 타코, 엔칠라다, 파히타 등 모든 메뉴가 감동적이다. 다운타운, 샌타모니카, 라하브라 등에 지점도 있다.
▶주소:1121 S. Western Ave. Los Angeles, CA 90006

엘 코요테 (El Coyote)
1931년에 오픈해 수많은 '스토리'를 가진 유서 깊은 식당이다. 알록달록 화려한 장식과 나이 지긋한 아저씨 종업원들의 넉넉한 서빙이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타코와 부리토같은 음식도 훌륭하지만 마가리타 칵테일이 예술이라는 평이다. 할리우드 인근이어서인지 멕시코 식당치고는 분위기가 꽤 고급스럽다. 
▶주소: 7312 Beverly Blvd, Los Angeles, CA 90036


킹타코 (King Taco)
1974년 창업. 남가주 사람이라면 반드시 먹어봐야 할 멕시코 식당으로 꼽힌다. 다양한 종류의 타코 부리토도 훌륭하지만 옥수수 가루로 만든 도우에 고기와 채소 등을 넣어 옥수수 껍질에 싼 '타말레'도 유명하다. 한인타운 인근 (2020 Pico Blvd, LA) 외에도 22개 매장이 곳곳에 있다. 사진은 다운타운 샌페드로와 워싱턴 길 코너있는 매장이다.


이종호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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