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흰 자국
얼음을 숨쉰다머리에서 발끝까지
하얗게 서리 내려앉은 시멘트 바닥 위
새떼들의 붉게 멍든 발자국 떨린다
비어있는 겨울 분수대
불길을 참을 수 없어 찾아온 계절
신선하고 정결한 날개를 찾기엔 아직은 멀다
비둘기와 참새떼들은 어디 있을까
메마른 목 축이며 노래하던 시절
건널목 어디에선가 서성이던 나와
너의 노래는 어디에도 없다
떠날 날부터 시작되는 그때를 아무도 헤아리지 못한다
물줄기의 해산의 고통을 그 몸부림을
잎이 없는 겨울의 앙상함을
꽃송이 감춘 봉오리들 그리워 하는
님의 목소리를
밑둥 잘린 향나무 내 안에 품은 겨울이 묻는다
푸른 잎에 박힌 뭇 별들이 깎여 나가는
기대감이 몰려오는
함성을 들었는지~
정숙자 / 시인·아스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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