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LA만 '3840병' 유통됐다
자연나라만 2차례 직접 주문
최소 320박스 이상 수입 확인
애경 측은 "팔린 지역 모른다"
사망 한인 "6년 간 매일 사용"
최근 한국서 애경 등 압수수색
본지는 가주항소법원 제2지구(담당판사 로리 젤론)의 판결문을 토대로 관련 업체의 주장과 증언을 종합, 미주 지역에서의 가습기 메이트(사진) 유통량과 경로 등을 알아봤다.
미주 지역에서는 2006~2007년에만 최소 320박스(1박스당 12병)의 가습기 메이트가 유통됐다.
산술적으로만 보면 3840병의 가습기 메이트 제품이 미주 지역 소비자 손에 쥐여졌음을 추산해볼 수 있다.
당시 애경산업 측 국내외영업 부문 상무 이모씨는 소송과 관련한 진술에서 "우리는 제3자의 유통업체에 해당 제품을 판매한 적은 있지만 그것이 어느 지역에 팔리는지는 몰랐다"고 했다.
그러나 미주 지역 유통업체인 자연나라는 지난 2006년 4월 애경산업에 200박스의 가습기 메이트를 직접 주문했고 이 제품은 LA항구를 통해 수입돼 김스전기를 포함, LA지역 소매 업체들에 유통됐다. 이어 자연나라는 9개월 후(2007년 1월) 애경산업에 100박스의 가습기 메이트를 추가로 주문했고 해당 제품은 LA지역에 또 한번 유통된다.
자연나라 측은 소장에서 "애경산업으로부터 직접 해당 제품을 수입하기 전에는 '우성아메리카'를 통해 20박스를 구입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판결문 내용과 관련 업체 관계자들의 증언을 통해 밝혀진 것 외에도 타업체 유통량까지 합하면 실제 LA지역에서 판매된 가습기 메이트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원인이 최초로 드러난 건 2011년 8월31일이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올해 1월 11일을 기준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접수·판정 중인 건수는 총 6272건이다. 2011년부터 확인된 사망자 수만 무려 1379명일 정도로 피해가 크다.
현재 한국에서는 관련 수사가 진행중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지난 15일(한국시간)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과 관련 SK케미칼, 애경산업, 이마트를 압수수색했다.
가주 지역의 경우 해당 제품이 유통된 건 2011년 이전이다. 즉, 논란이 불거지기 전이기 때문에 가습기 메이트 제품이 가주에서 아무런 제재 없이 유통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애경산업을 비롯한 유통업체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유가족 측은 피해자 안모씨가 해당 제품을 어떤 식으로 사용해왔는지도 증언했다.
유가족 측은 "어머니는 2006~2012년 사이 김스전기에서 지속적으로 가습기 메이트를 구입했고 특히 겨울에는 매일 혹은 이틀에 한 번씩 해당 제품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에 연관된 미주 지역 업체들은 "소매 또는 유통업체에게 제품 하자의 직접적 책임을 묻는 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자연나라 김익태 상무는 "일단 회사 측 보험회사가 자체적으로 선임한 변호사를 통해 진행되는 소송이라서 사실 우리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입장"이라며 "해당 제품을 수입한 건 한국에서 가습기 살균제 논란이 발생하기 훨씬 전이기 때문에 일단 보험사에 클레임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스전기 윤시중 부사장은 "우리는 한국에서 가습기 살균제가 논란이 되자 당시 해당 제품에 대한 판매를 즉시 중단했다"며 "수천가지 종류의 제품을 취급하지만 화학 제품에 대한 성분 등을 전문적으로 검증하거나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본지는 애경산업 측에 '반론 내용이 있다면 입장을 보내달라'고 했지만 30일 오후 5시 현재까지 답변은 없는 상태다.
장열 기자
장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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