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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호 사진전 리뷰] 흑백사진이 주는 울림과 위로

사진작가 김병호는 자신의 작품이 '시'처럼 보는 이들의 가슴에 스며들기를, 시를 읽는 이들이 시에서 위로나 영감을 얻듯이 자신의 작품도 그러하기를 꿈꾼다고 말한다.

그런 바람을 이루기 위해 그 이가 보여주는 사진작품의 조형성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묘한 흡인력으로 보는 이들을 사진 앞에 머물게 하고, 깊은 생각에 잠겨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게 만든다.

첫째는 흑백사진이라는 점이 매우 큰 효과를 발휘한다. 현란한 색채가 정신없이 넘쳐나는 요새 세상에서 흑백의 담백하고 고즈넉한 화면이 주는 맑고 정갈한 고요함. 내적으로 가라앉으며 스며드는 울림은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보는 이들은 화면에 담긴 피사체의 소리를 귀담아 듣고, 냄새를 맡으면 된다. 바람소리, 물소리, 꽃내음 같은….



장욱진 화백은 "검은 것과 흰 것, 그게 제일 힘든 거예요 색에 대해서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라고 말한 바 있다. 수묵화, 즉 먹그림에 대한 예찬이다.

작가 김병호는 마치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화면과 여백의 조화, 우리의 시조창이나 정가 같은 그윽한 깊이와 품위를 능숙하게 표현한다. 진양조의 애잔함, 축축함, 바람의 흐름을 듬뿍 담기도 한다.

김병호의 그런 동양적 정서가 서양사람들의 눈에는 한층 더 푸근하고 신비롭게 느껴질 것이다.

김병호의 화면은 단순명료하다. 많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조형적으로는 단순하다.

"고심해서 고른 시어처럼 압축해서 꼭 필요한 요소에 집중할 수 있는 작품을 찍고 싶다"는 작가의 자세를 잘 드러낸다.

단순명료하지만 단조롭지 않은 이미지들은 시적 깊이와 울림을 준다.

김병호는 접사 렌즈를 활용하여 주제를 효과적으로 부각시키며 시처럼 압축된 아름다움을 표현하거나, 장노출 효과를 통해 움직임과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는 등 능숙한 솜씨를 보인다.

작가 김병호가 즐겨 촬영하는 대상은 매우 다양하다. 나무, 꽃, 물, 사막의 모래언덕, 해변, 파도, 새, 다양한 사람, 거리의 악사 등. 주변의 거의 모든 것을 카메라에 담는다.

내가 보기에, 김병호의 실력이 가장 빛을 발하는 분야는 인물사진이다. 그가 촬영한 인물사진들에는 각 인물의 개성을 효과적으로 살리기 위해 피사체를 존중하며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조심스럽게 셔터를 누르는 작가의 인간 사랑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그렇게 정성스럽게 찍은 인물들은 자연스럽고 생동감 넘치는 인간미와 품위를 지닌다. 흑백사진이라서 더욱 친근하면서도 위엄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한다.

(김병호 작가의 개인전은 오는 31일까지 LA한인타운 리&리 갤러리에서 열린다.)


장소현 /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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