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물의 뿌리
무엇엔가 매달리자늦춰서는 안 되는 칼날 같은 시각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는 나무가 부러울 때가 있는
울퉁 불퉁 거꾸로 서 있는 기둥
투명함은 때때로 뽑혀질 때가 있다
한 줄의 기둥을 몸속에 심어
새로운 모습으로 더 멀리 갈 이름으로
두다리가 없는 노련함은
건너편 시계탑을 조급하게 처다본다
거리에 나선 고드름
눈사태를 만나 허리가 부러져도
두 손을 모아 물방울을 받지 않아도
무겁고 두터운 캄캄한 벽을
스스로 허물고 미래의 연두의 영토를 넓힌다
햇빛의 품속을 파고드는 황홀함이여!
한방울 한방울 땅속에 스며들어
풀뿌리의 마른 목을 적신다
물의 뿌리가 되어
정숙자 / 시인·아스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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