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사람들 73] 잉크 가이드 조정희 사장
“정 많은 시카고, 떠날 수 없는 곳”
사무용 토너 및 잉크 공급업체 ‘잉크 가이드’(inkguide) 조정희(46•사진) 사장은 지난 2010년 2월, 관련업체 기술 지원 차 시카고를 찾았다. 하지만 업체 측 사정으로 인해 당초 예정했던 3개월이 아니라 장기 체류를 하게 됐고, 그 해 여름 아내와 자녀들이 입국했다. 스스로의 표현처럼 얼떨결에 이민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입국 당시 “미국 내 협력업체에 기술 지도를 하러 왔다”고 말한 게 원인이 된 것인지 체류신분 변경이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그 와중에 시카고 지역 업체와도 의견 차로 결별하고 그 해 연말 독립했다.
다행히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만큼 많은 분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기도를 많이 했습니다. 살려달라고, 도와달라고 응석을 부렸는데 응답을 받은 것 같습니다.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그는 그 동안 이웃들로부터 받은 도움을 기아대책기구, 단기선교 지원 등을 통해 환원하고 있다.
2013년 말 체류 신분이 모두 해결되면서 이후 비즈니스까지 순탄하게 풀렸다. 지금은 시카고를 포함 텍사스 댈러스와 휴스턴까지 거래처가 250여 곳으로 늘었다.
누님 5명을 둔 막내 외아들인 그는 LG AD, 파고다어학원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친구들과 함께 음식물쓰레기처리업, 크레딧카드 사업체를 차렸다. 이어 지난 2000년 서울 용산에서 사무용 토너 및 잉크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경남 양산에 토너 생산업체를 공동 소유하고 있다.
“장기적 안목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눈앞의 이익보다는 고객의 주머니도 내 것처럼 아껴줄 줄 알아야 한다. 비즈니스는 정직해야 한다. 힘들어도 끈기와 노력을 갖고 한가지에 매진하고 집중하면 결국은 조금씩 열리게 되더라.”
19세 장남부터 작년 6월 태어난 막내까지 여섯 자녀(용환, 서현, 준영, 민서, 은서, 윤서)를 둔 그는 아내 신호연 씨와 하루에도 몇 차례씩 전화통화를 한다.
“식비가 조금 많이 들고 여행갈 때 나눠 가야 하는 경우가 있지만 별 어려움은 없다. 집에서는 한국어만 사용하고, 손위 형제에게 무조건 순종해야 한다." 다둥이 아빠인 그가 갖고 있는 가족 내 원칙이다.
“시카고 분들은 서로를 잘 알게 될 때까지는 조금 냉정한 면도 있지만 내면에는 정이 많다. 사람들 사이의 진한 냄새가 배어 있는 시카고를 절대 떠날 수 없을 것 같다.”
시카고 생활 8년을 보낸 조정희 사장이 특유의 우렁찬 목소리로 들려준 말이다.
노재원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