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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아래서] 모로 가도 서울만

어릴 적 시험을 치를 때면 항상 네 개의 답 중에 하나를 고르는 문제를 받아들었다. 그중에 하나는 정답이고 나머지는 당연히 오답이었다.

정답에 동그라미를 치는 것이 시험을 치는 목적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나머지는 왜 정답이 되지 않는지, 정답은 왜 답이 되었는지 옆에다 적어서 내라는 것이었다. 그때 선생님 말씀을 잘 이해하지 못한 나는 오답 옆에 망설이지 않고 적었다. 틀렸음. 그래 틀려서 오답이다. 친절했던 선생님은 어리석은 제자에게 화내지 않고, 그럼 왜 틀렸는지 생각해보라고 다시 말씀하셨다. 국어 시간이었는데 다시 오답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러다 보니 정답과 다르다는 이유로 버려졌던 오답들도 나름 자기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결국, 정답만 찾아 동그라미 치는 제자들에게 선생님은 "정답보다도 오답에서 많이 배운다"는 선생님다운 가르침을 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니 답만 외우고 있는 제자들이 측은하셨던 선생님께서 인생에서 정답만큼 그 과정과 절차의 지난한 길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알려주시려 했던 것 같다. 경쟁 사회에서 우리는 남보다 빨리 정답을 찾아 망설이지 말고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몸으로 배운다. 그러나 답만 가진 우리가 찾은 것은 껍데기뿐인 정답이다. 행복이라는 정답에 동그라미를 쳤지만, 사실 행복이 무엇인지, 어떻게 오는지는 모른다. 부요라는 답을 찾았지만 기쁘고 의미 있는 길은 전혀 모른다. 이때 우리가 가졌다고 믿는 정답들은 상처들이다. 아프고 무서운 상처들이다.

사람의 눈에도 위대하고 멋있어 보이는 일이 있다. 사람을 압도하는 예배당 건물들과 게시판을 가득 메우는 선교사와 선교지의 이름, 아름다운 조명 아래 셀 수 없는 예배당 좌석을 가득 채우는 사람들, 이 일들을 이끄는 지도자인 목사와 장로들. 모두 정답처럼 보이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다 정답은 아니다.

참 힘들어 보이지만 바른길을 통하지 않으면 우리가 쌓아 올린 정답들은 껍데기일 뿐이다. 상처가 될 뿐이다. 그래서 정답만 앞세우고 그 길을 무시하는 이들은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만 만들게 된다. 교회의 지도자라면 더 그러하다. 지도자라는 직책과 화려한 결과들보다 그가 정당하고 바른길을 걸어왔고 걷고 있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만일 어떤 직분이 그렇게 귀중하다면 더더욱 모든 과정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설마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길 바란다. 성경을 읽으려고 양초를 훔치지 말라.

sunghan08@gmail.com


한성윤 목사/ 나성남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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