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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공감] 즐거운 수험생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이십 년을 넘도록 11월만 되면 수학능력평가 문제지를 설레는 마음으로 풀어보곤 한다. 과외 교사로도 일했던 학부 시절에는 수험생들을 가르치기에 어쩔 수 없었지만, 지금은 일종의 취미처럼 남아서 시험날이 기다려 지기까지 한다.

사람들은 이런 나의 취미를 '덕질'이라고 부른다. 수험생들은 지금까지의 그들의 삶에서 가장 중요할 수도 있는 문제들을 풀고 있는데, 나는 그것을 취미 삼아 하고 있다는 면에서 가학적이라 평가하기도 한다.

공학을 전공하고 관련 분야에 종사한 덕에 대부분의 문제를 큰 어려움이 없이 풀 수 있지만, 종종 공식을 암기해야만 풀 수 있는 문제를 만나기도 한다. 그런 경우에는 배경 이론을 이용해 공식을 다시 유도해야 하는데, 나처럼 시간 제약이 없는 경우에는 가능한 일인지 몰라도 제한된 시간 안에 문제를 풀어야 하는 수험생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리라.

우리의 교육이 몇 개의 선택 중에서 정답을 고르는 일에 고도로 집중되어있는 주입식이라는 것을 반증해주는 부분이다. 이론을 이해하는 것보다 암기한 공식을 적용해 빠르게 정답을 골라내는 문제풀이 방법은 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머릿속에서 깨끗하게 사라질 뿐 아니라 조금만 변형된 문제는 손도 대지 못하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하여 잘 알고 있다.

슬프게도 이런 주입식 교육 문화는 우리의 신앙에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성경을 참고서 삼아 몇 개의 공식을 외워 삶의 문제들을 풀어가려는 주입식 태도는 기독교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한다.

'예수 천국 불신지옥'이라 암기한 공식은 구원의 풍성함을 표현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싸구려 복음을 대량생산했고, '구하면 주실 것'이라 외운 공식은 기도를 기복의 수단으로 전락시켰다. 사실 우리 모두는 어떤 의미에서 수험생인 셈이다. 우리의 인생이 하나님의 준엄한 심판대 앞에서 어렵고 다양한 문제들을 풀고 있는 시험장이라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성경은 그리스도인의 모든 답안지가 예수 그리스도의 정답으로 제출되었기에 오히려 자유롭다고 선포하고 있다.

그러므로 공식을 외우고 정해진 답을 제출하여 높은 점수를 받기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본질을 이해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즐거움으로 기대하며 풀어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마치 이제는 더 이상 내 운명을 좌지우지 할 수 없는 수학능력시험을 즐거움으로 기대하고 풀어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www.fb.com/theegital


김사무엘 박사/ 데이터 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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