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송미순 “지금 한국에 있다”
한 피해자, 송씨 조카와 통화 내용 공개
“고모는 송파구 오금동 친척집에 있다”
대책위는 귀넷 경찰에 사건 수사 의뢰
피해 확인 20명·201만불…더 늘어날 듯
이런 가운데 곗돈 횡령 피해자들이 꾸린 대책위원회는 최근 귀넷 카운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함으로써 앞으로 한미 공조 수사가 본격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익명을 요구한 피해자 A씨는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송미순씨의 조카(학생 추정) 송모양과 지난 12일(미 동부시간) 통화한 내용을 공개했다. 조카 송씨는 “고모(송미순)와 미국에서 온 아저씨(윤창호)를 이틀 전 (서울에서) 만났다”며 “고모는 (송파구) 오금동에 있는 친척 집에 있다”고 말한 것으로 A씨는 전했다.
A씨가 통화한 시점은 대책위 기자회견에서 윤씨와 송씨가 미국을 떠난 날로 추정하는 5일 이후이다. A씨는 또 “고모가 사기 사건을 저질렀으니 꼭 좀 말해달라”고 조카에게 당부했고, 조카는 “고모가 한국에 무얼 배우기 위해 들어왔다고 한다. 고모와 아저씨가 3-4개월 뒤에 다시 해외로 나갈 것이라고 들었다”고 A씨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또다시 전화했을 때는 조카가 받지 않았다고 한다. A씨는 다시 한국에 있는 친정어머니를 통해 조카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이틀 뒤 친정어머니는 조카와 통화 해 “고모가 나한테 그 사람들(피해자)에게 전화번호를 주지 말라고 했다”며 “고모가 잘못이 없다고 했고 보도한 언론사에 소송을 낸다고 했다. 고모는 ‘나는 돈을 전달하기만 했다,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더라”라는 내용을 들었다.
기자가 조카 송모양의 번호로 국제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A씨는 “조카가 전화번호를 바꾼 것 같다”고 추정했다.
윤창호와 송미순씨는 지난 9월 28일 자택을 처분하고 10월1일부터 19일까지 한국을 다녀갔다. 치료 차 한국 체류 중인 암 환자 피해자와 VIP 여행을 간 것도 이 시점이다. 이 무렵 윤씨와 송씨는 A씨의 친정어머니도 만났다. A씨는 “엄마가 미국에 왔을 때 함께 밥을 먹은 적이 있는 인연으로 두 사람(윤·송씨)이 경기도에 있는 엄마 집까지 찾아왔다”고 전했다.
피해자 공동대책위원회(위원장 에드워드 안)는 23일 둘루스의 한 커피숍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가 19명이라고 밝혔다. 본지가 입수한 ‘윤창호 금액 리스트’에 따르면 총 피해 금액은 141만4600달러다. 이날 총 5만 달러 어치 체크를 들고 온 피해자를 포함해 19명이며, 리커스토어 판매금액 60만달러를 맡긴 피해자를 포함하면 20명, 201만4600달러가 집계됐다. 대책위는 “40명까지 늘어나고 200만-3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윤씨가 LA에서 거액을 송금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미국 어딘가에 돈을 빼돌렸을 수 있다”고 의심했다. 그러나 “돈을 빼돌리는 사람이 정식 계좌로 송금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환치기를 통해 한국으로 돈을 송금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에드워드 안 대책위원장은 “변호사를 선임해 지난 19일 귀넷 카운티 경찰에 사건 수사를 의뢰했다”며 “빠른 시일 안에 피해 사례를 모두 모아 경찰에 정식 고소장을 접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미국 정서로 곗돈이 사모임 간 금전 거래로 인식되는 점을 윤씨와 송씨가 악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투자 사기와 탈세,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등의 죄목으로 연방수사국(FBI)에 정식 의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피해자들은 윤씨와 송씨가 도박판에서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 위장 이혼설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실제 이들이 혼인신고를 했는지, 이혼서류를 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송씨의 조카가 “고모와 미국에서 온 아저씨”라고 표현한 점으로 미뤄볼 때 혼인 관계가 아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피해자 제보: 에드워드 안 대책위원장(edwardgroup@hotmail.com)
허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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