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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아트 무늬, 여성용 바지…'박보검 한복'은 점퍼로

21세 한복장이 신가영
원색의 강한 프린트 살리기 위해
실크 아닌 폴리에스터 소재 사용
한복 공모전 상 받은 오오츠보
기모노와 달리 곡선·직선 독특
전통 옷으로 한·일 징검다리 꿈
의상감독서 디자이너 된 이진희
남녀 옷 구분 없는 요즘 트렌드


한복과 자연스럽게 어우려져


한복이 이토록 뜨거운 감자였던 적이 있을까. 최근 종로구청이 퓨전 한복에 대한 고궁 무료입장 금지 방침을 발표하면서 신한복·개량한복에 대한 논란이 연이어 벌어졌다.

하지만 논란은 논란일 뿐, 한복은 이미 세상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화를 더 해가는 중이다. 새로운 세대, 색다른 경험을 지닌 '신 한복장이'들이 하나둘씩 생겨나면서다.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한복진흥센터가 주최한 '한복디자인 프로젝트'에서 상을 탄 신가영씨와 외국인 오오츠보 유카리, 그리고 20여 년간 영화·드라마·공연 무대 의상을 작업하다 자신의 브랜드를 낸 이진희 디자이너가 그 주인공이다. 셋은 각각 스물한 살의 대학생, 일본인, 의상 아티스트라는 독특한 이력으로 '오늘의 한복'을 그려내고 있다.

소매 불편하단 피드백에 바로 수정

"입학(국제패션디자인전문학교)하자마자 친구들이 소셜미디어(SNS)에 한복 입고 찍은 사진을 막 올리더라고요. 저도 유행이니까 해 봤죠. 제 또래는 한복을 이렇게 접해요. 그런데 자꾸 보다 보니 한복에 관심이 갔어요. 점점 금박·은박보다 고상한 컬러가 더 예뻐 보이기도 하고. 대여점에서 입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도 흥미롭더라고요. 유튜브도 찾아보고 수업도 듣다가 이제는 한복 학원까지 다니고 있어요."

올 '한복디자인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차지한 신가영(21)씨는 학교에서 '한복장이'로 불린다. 스스로 디자인한 한복을 만들어 친구들·선생님들에게 품평을 받으면서다. 이 작품들은 몇몇 대회에서 상을 타기도 했다. 정통 한복이 아닌 현대적 디자인이 많은데, 컬러풀한 하회탈을 재킷의 등 주름 장식으로 적용하는 식이다. 최근엔 서양식 입체 패턴과 한복의 평면 패턴을 교차해 접목하는 작업에 매료돼 있다. "친구들 의견을 많이 참고해요. 색이 촌스럽다, 소매가 불편하다는 피드백이 오면 바로 수정을 하죠. 입을 사람들이 좋아할 옷을 만드는 게 기본이니까요."

이번 수상작은 현대미술의 팝 아트를 접목했다. 원색의 강한 프린트를 살리기 위해 소재 자체도 노방·실크 같은 한복 소재가 아닌 폴리에스터를 썼다. 그럼에도 한복이라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분명하단다. 바로 동정과 배래의 곡선이다. "동정을 그대로 쓰면 빨기가 어렵잖아요. 그냥 프린트로 찍어 만들었어요."

그는 요즘 인기 있는 철릭 원피스, 레이스 한복이 한복에 서양복의 요소를 덧입히는 디자인이라고 아쉬워했다. 언젠가 창업하면 서양복에 한복 요소를 더하는 옷을 만들고 싶단다. "한복이냐, 아니냐보다 누가 봐도 저 옷 예쁘다·입고 싶다, 그런 옷을 만들어야죠."

"기모노·한복 함께 로드쇼 하고파"

오오츠보 유카리(大坪 ゆかり·44)는 '한복디자인 프로젝트'가 열린 지 5년 만에 나온 외국인 수상자다(창작부문 장려상). 딱히 한복을 업으로 삼은 적도 없다.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산 지 20년. 지난해 뭔가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조각보를 배운 게 계기가 됐다. 그는 일본에서 패션을 전공, 양복1급부터 기모노 2급, 패션전문사 자격증까지 있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한국의 바느질이 일본과 달랐단다. 호기심이 발동해 한복에까지 도전하게 됐고, 내친김에 공모전까지 나섰다.

그는 기모노와 달리 곡선·직선이 함께 있는 한복을 독특하게 봤다. 기모노보다 변주 가능성이 높았다. 단, 해석은 달리했다. 실루엣 자체는 직선으로, 대신 소재 자체에서 곡선을 만들어보기로 한 것. 폭 3㎝짜리 리본 테이프를 연결해 옷감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하나 더, 여성 한복에 바지를 도입했다. "일상적으로 입을 한복이라면 바지도 좋겠다고 생각했죠."

한복이 화두에 오를 때마다 늘 비교 대상이 되는 것이 기모노인데, 그의 생각은 달랐다. 기모노도 한복처럼 젊은층 구미에 맞게 변화하고 있단다.

그는 이번 수상작처럼 리본을 연결한 옷감으로 기모노를 만들어 볼 계획이다. 후에 한복과 기모노를 함께 선보이는 로드쇼도 해볼 요량이란다. "둘 다 다르고도 같은 점이 많은 옷이잖아요, 옷을 통해 한·일 교류를 해 보고 싶어요."

비단 꽃무늬, 오리엔탈 유행에 딱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주인공 박보검이 입었던 한복이 블루종 점퍼로 변신한다. 조선시대 한복 안에 속옷으로 입던 속곳 바지는 하나만으로 멋이 나는 와이드 팬츠가 된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구르미 그린 달빛', 영화 '안시성' '간신'등의 의상을 맡았던 이진희 디자이너는 지난달 자신의 브랜드 '하무'를 론칭했다.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옷을 만들던 노하우로 색다른 의상을 선보이겠다는 포부인데, 가장 처음으로 한복을 택했다.

"서양식 여성복이 공격적이고 불편하다는 생각에 평소 남성복만 입다가, 작품 의상을 짓던 옷감으로 직접 만들어 입으니 좋더라고요. 종종 배우들이 마음에 든다며 가져가기도 하고요."

하무의 옷은 한복의 결을 갖추고 있다. 직조 생지 실크를 염색해 상고시대 컬러를 그대로 재현한다. 이씨가 작품을 연구하며 구축한 일종의 컬러바(color bar)가 있기 때문이다. 또 진주에서 실크, 안동에서 마 등 지역 명품을 직접 구해오기도 한다.

하지만 디자인만큼은 "옷으로 놀아 보자"는 그의 말처럼 동시대적이다. 남녀가 따로 없는 데다, 셔츠나 코트에 밑단에 깊숙한 트임을 넣어 활동성을 더한다. 특히 최근 패션계를 장악한 스트리트 무드를 고스란히 끌어온다. 반들거리는 비단에 꽃무늬를 박은 점퍼와 셔츠가 대표적. 낙낙한 오버사이즈는 물론이고 최근 유럽에서 인기 있는 오리엔탈 무드가 섞여 있다. "작품 의상을 하다 보면 옷은 결국 당대의 지형과 문화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되죠. 한복 역시 동시대성을 지녀야 하고, 그게 곧 창작자의 몫이기도 하고요."


이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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