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꿈인 듯
세월이 먼지처럼 쌓여 매캐하고 건조한 어느 날빈 집인 듯
빈 의자 인 듯
우두커니 앉아 있었어
바람은 양 몰이 개처럼 구름을 쫓아다니고
구름은 너무 쉽게 모양을 바꾸면서 흩어지고 있었지
흘러가는 구름
흘러가는 가랑잎
흘러가는 시간들
빈 하늘
태양이 혼자 세상을 엿보고 있었어
나는 발칙하게 태양의 깃털을 훔쳐 무릎을 덮었지
마법 같은 잠에 빠져들었어
이상도 해라
세 살 배기 아들이 아장 아장 품으로 파고 들었는데
나는 아름드리나무를 안고 있었어
잠시가 흘렀을 뿐인데
아기는 청년이 되고
나무는 숲으로 갔어
저벅저벅 숲으로 가는 나무의 발소리를 들으면서
내 일생이 흘러가는 소리를 들었지
꿈인 듯.
변정숙 / 시인·베이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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