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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너무 애처로운 죽음…살아가며 죽어가며

어느 80대의 일기장(94)

어느 죽음인들 슬프지 않고, 애처롭지 않고, 비극적이 아닌 죽음이 있을까마는 얼마 전 자살로 생을 마감한 로이 김씨의 죽음은 눈시울을 너무나 뜨겁게 한다. 한창 활동할 장년 나이(58)에 오죽하면 목을 매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그 눈물겨운 정경(情景)을 상상해 보고, 늙은 가슴이 에이는 듯한 슬픔을 금할 길이 없다.

옐로캡 기사로 하루 16시간, 1주 7일, 쉬지 않고 일을 했다고 한다. 얼마나 피곤하고 힘들었을 것인가? 그렇게 일을 하는데도 어렵사리 마련한 캡 메달리언 구입 비용을 제때 지불할 수가 없어 고민이 컸다고 한다. 가족도 없이 혼자 외롭게 살면서 이 같이 혹심한 과노동과 경제난, 심신이 참으로 견디어 내기 어려웠을 거다.

혹자는 말하리라.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는 그 결의와 각오로 삶의 길을 개척할 것이지 왜 마지막 길을 선택하느냐, 비겁하다"고. 남의 아픔을 너무나 몰라주는 한껏 매몰찬 말이다. "사람이 죽고 싶다는 절박한 마음을 가질 때는 삶의 고뇌가 이미 사람이 극복할 수 있는 한계를 훨씬 넘었을 때다."(에우리피데스.그리스 철학자)나 자신이 자살하는 사람의 처지에 서 보지 않는 한, 그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제 삼자로서의 비정한 객담(客談)일 뿐이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이 보다 더 비참하고 더 비극적인 죽음이 하루에도 숱하게 일어난다. 그러나 우리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역시 주변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이다. 잘 살아보겠다고 이 땅에 이민 와 갖은 고초와 난관 속에서 발버둥치다 비명에 간 김씨의 죽음, 생각할수록 눈물을 자아낸다.

하루 16시간, 1주 7일 택시 운전, 그 상황을 다시 상상해 본다. 교통 지옥인 맨해튼, 그 긴장과 스트레스가 어떠했을 것 인가? 산 값의 3분의1로 떨어진 메달리언 값, 그 실망과 낙심은 또 얼마나 컸을 것인가? 그리고 이국 땅에서 가족도 없이 혼자 사는 외로움은 또 얼마나 처절했을 것인가? 상상할 수록 "삶의 고뇌가 사람이 극복할 수 있는 한계를 훨씬 넘었을 때다"를 뇌까리게 된다.

"자살은 타살이다"란 말이 있다. 행위 주체는 본인이지만 그가 처한 제반 사회 여건이 그로 하여금 그 같은 행위를 하게끔 만들었다는 의미다.

참고로, 미주 한인 자살률을 보면 지난 5년 간 875명이 자살했다. 매년 평균 175명, 한 주에 3~4명 꼴이다, 미국 내 각 인종 가운데 자살률이 가장 높다(연방 질병 통제 예방 센터 CDC 전미 자살자 통계).

* "산다는 것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한,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다. 나는 연약하다, 더 이상 분투(奮鬪)하지 않으련다(To live is the most painful thing I could imagine and I'm weak and no longer willing to fight)." -Hannah Wright

* "(한 사람의) 자살은 만인으로 하여금 죄의식을 느끼게 한다(Suicide leaves everyone feeling guilty)." -Robert Harris

https://dmj36.blogspot.com


장동만 / 언론인·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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