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너무 애처로운 죽음…살아가며 죽어가며
어느 80대의 일기장(94)
옐로캡 기사로 하루 16시간, 1주 7일, 쉬지 않고 일을 했다고 한다. 얼마나 피곤하고 힘들었을 것인가? 그렇게 일을 하는데도 어렵사리 마련한 캡 메달리언 구입 비용을 제때 지불할 수가 없어 고민이 컸다고 한다. 가족도 없이 혼자 외롭게 살면서 이 같이 혹심한 과노동과 경제난, 심신이 참으로 견디어 내기 어려웠을 거다.
혹자는 말하리라.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는 그 결의와 각오로 삶의 길을 개척할 것이지 왜 마지막 길을 선택하느냐, 비겁하다"고. 남의 아픔을 너무나 몰라주는 한껏 매몰찬 말이다. "사람이 죽고 싶다는 절박한 마음을 가질 때는 삶의 고뇌가 이미 사람이 극복할 수 있는 한계를 훨씬 넘었을 때다."(에우리피데스.그리스 철학자)나 자신이 자살하는 사람의 처지에 서 보지 않는 한, 그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제 삼자로서의 비정한 객담(客談)일 뿐이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이 보다 더 비참하고 더 비극적인 죽음이 하루에도 숱하게 일어난다. 그러나 우리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역시 주변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이다. 잘 살아보겠다고 이 땅에 이민 와 갖은 고초와 난관 속에서 발버둥치다 비명에 간 김씨의 죽음, 생각할수록 눈물을 자아낸다.
하루 16시간, 1주 7일 택시 운전, 그 상황을 다시 상상해 본다. 교통 지옥인 맨해튼, 그 긴장과 스트레스가 어떠했을 것 인가? 산 값의 3분의1로 떨어진 메달리언 값, 그 실망과 낙심은 또 얼마나 컸을 것인가? 그리고 이국 땅에서 가족도 없이 혼자 사는 외로움은 또 얼마나 처절했을 것인가? 상상할 수록 "삶의 고뇌가 사람이 극복할 수 있는 한계를 훨씬 넘었을 때다"를 뇌까리게 된다.
"자살은 타살이다"란 말이 있다. 행위 주체는 본인이지만 그가 처한 제반 사회 여건이 그로 하여금 그 같은 행위를 하게끔 만들었다는 의미다.
참고로, 미주 한인 자살률을 보면 지난 5년 간 875명이 자살했다. 매년 평균 175명, 한 주에 3~4명 꼴이다, 미국 내 각 인종 가운데 자살률이 가장 높다(연방 질병 통제 예방 센터 CDC 전미 자살자 통계).
* "산다는 것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한,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다. 나는 연약하다, 더 이상 분투(奮鬪)하지 않으련다(To live is the most painful thing I could imagine and I'm weak and no longer willing to fight)." -Hannah Wright
* "(한 사람의) 자살은 만인으로 하여금 죄의식을 느끼게 한다(Suicide leaves everyone feeling guilty)." -Robert Har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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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만 / 언론인·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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