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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감사절은 '절기' 아닌 '의미' 되새기는 시기

김경열 교수의 추수감사절 이야기

추수 감사 주일 전통 문제없지만
절기나 날짜에 연연할 필요 없어
생스기빙은 미국 청교도의 명절
한국 교회로 넘어오면서 전통으로
현대사회에서 '추수'는 경제 활동
이를 수확의 의미로 재해석 가능


미주 한인교계에 '감사의 계절'이 돌아왔다. 한인교회들은 매년 추수감사절 시기가 되면 각종 행사, 예배, 새벽기도회 등을 통해 감사의 의미를 되새긴다. 올해 추수감사절은 22일이다. 이에 앞서 각 교회들은 지난 18일을 추수감사주일로 정하고 현재 감사 주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각종 형태를 통해 추수감사절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는 건 좋지만 절기처럼 지키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한국 총신대학교 외래교수인 김경열 목사로부터 절기화된 추수감사절 관행의 시작과 뿌리 등에 대해 신학적 견해가 담긴 내용을 지면에 옮겨봤다.

올해도 추수감사절이 찾아왔다. 추수 감사일은 본래 미국의 기독교 명절일 뿐 성경적 근거는 전혀 없다. 북아메리카 땅 정착에 성공한 청교도들이 최초로 농사에 성공을 거두고 수확물을 바친 데서 유래한 명절이다.

당시 청교도들은 인디언들의 도움을 받아 농사에 성공을 거두어 정착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굉장히 의미있는 날인 만큼 명절이 될만하다.



이처럼 매해 11월 셋째 주일마다 지켜지는 미국 청교도의 전통이 미국 선교사들을 통해 한국으로 건너오게 되면서 한국 교회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이걸 성경적으로 보면 문제가 달라진다.

구약성경에서 3대 절기는 유월절(무교절), 칠칠절(오순절), 그리고 초막절(수장절)이다. 3대 절기는 모두 추수와 관련되어 있다.

우선 유월절은 보리 추수 시기로 그 주간에 '보리의 초실절'을 축하한다. 음력 1월 14일부터 시작되는 유월절 주간 내 '안식일' 이튿날이 보리의 초실절이다.

그 안식일은 7일 주기의 정규 안식일이 아닌 유월절 다음날 시작되는 무교절의 첫날, 즉 음력 1월 15일의 노동을 쉬는 '절기 안식일'이므로 이튿날인 16일이 '보리의 초실절'이다.

기독교인에게는 이 날이 사실 부활의 첫 열매인 예수가 부활한 날이라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유대인들은 밀이 더 중요해서 오늘날 더 이상 보리의 초실절은 지키지 않고 칠칠절, 즉 밀 농사 축제를 주요 명절로 지킨다.

음력 1월16일 초실절을 기점으로 50일 뒤인 칠칠절(오순절)은 밀 추수 시작을 기념한다. 그날은 음력 3월 6일로 '밀의 초실절'이다. 한글 성경들이 모두 출애굽기 23장16절에서 "맥추절을 지키라"로 번역했고, 출애굽기 34장22절에서 개역(개정)이 칠칠절(오순절)을 '맥추의 초실절'로 번역했는데, 정확히는 '밀의 초실절'을 의미하므로 오역이다. (이 부분에서 공동번역, 새번역은 정확함).

교계에서 지키는 '맥추절'도 사실 성경적 유래는 이 '밀의 초실절'인 것이다.

즉, 유월절(무교절)은 음력 1월 14~21일, 오순절은 음력 3월 6일, 양력으로 환산하면 각각 양력 4월 중순, 6월 초가 된다.

교계에서는 7월 초에 맥추감사주일을 지키고 있다. 따라서 이것은 한국의 기독교 초기에 보리 농사에 대한 감사의 절기로 토착화된 절기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보리 첫 이삭을 바치는 보리의 초실절과 밀(맥추)의 초실절을 혼동하고 있다. 잘못된 성경 번역이 혼란을 초래한 셈이다.

따라서 밀 추수의 마무리는 6월 말 경이므로 7월 초 '맥추절'의 한국 교회 전통은 성경의 밀의 초실절의 절기에 시기적으로 부합한 것이다. 다만, 성경은 밀 추수를 시작할 때 음력 3월 5일, 곧 양력 6월 초에 축제를 벌이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흥미롭게도 한국에서는 보리 수확의 마무리가 팔레스타인 지역보다(5월 말) 늦은 양력 6월 말 경이다. 그러니 '맥추절'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 같다. 결국, 성경적 근거와 한국 교회 전통이 뒤섞인 이름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초막절(수장절)인데 이것은 가을의 과일 추수를 기념하는 날이다. 성경에서는 날짜가 나오면 무조건 음력이다. 다만, 안식일 주기만은 태양력을 따른다.

그래서 우리와 똑같은 전통이 생겼다. 설날인 음력 1월 1일이 매년 양력으로 날짜가 달라지듯이, 이들 절기의 날짜는 매년 양력 날짜로는 날이 바뀐다.

성경의 음력, 그리고 오늘날에도 이스라엘에서 명절로 지키는 초막절(수장절)인 음력 7월 15일은 우리에게는 음력 8월 15일이다. 바로 '추석'인 것이다. 그러니 음력 8월 15일, 추석은 날짜로는 완벽히 성경적이다.

따라서 추석에 맞추어 가을 추수를 기뻐하는 '추수 감사 주일'을 지키는 것은 매우 성경적이고 우리 전통과도 잘 어울린다고 본다. 그러나 11월 셋째 주는 미국의 추수에는 맞을지 모르나, 한국의 전통으로는 너무 늦은 추수 감사다. 가을 추수의 시작을 기념하는 추석이 오히려 한국 교계 전통에 부합한다.

다만, 현실적으로 추석 때 모두 고향으로 떠나 교회가 텅 빈 경우가 많으니 추수 감사 주일을 추석 후 첫 번째 주일로 잡는 것이 가장 좋다고 본다. 그러면 추석의 명절 분위기를 교회에서도 이어가 성경적으로 진정한 추수 감사를 하나님께 올릴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날짜가 언제인가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본다. 예수의 오심과 성령의 강림 후 신약 시대가 시작되면서 구약의 모든 절기들은 모두 성취되었기 때문에 날짜에 연연할 필요가 더 이상 없다. 그 날짜가 담는 의미가 중요할 뿐이다.

그래서 현재 11월 셋째 주의 추수 감사 주일 전통도 별문제는 아니라 생각한다. 다만, 바꿀 수 있다면 이왕 성경적으로 가깝게 추석 이후 첫 주일이 가장 의미가 있고 또한 시기상으로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제는 농경 사회가 아니니 더 이상 맥추절, 추수 감사절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일리가 있고 타당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곡식과 과일의 추수 감사에는 한해의 전반부와 후반부의 모든 경제 활동과 수입에 대한 감사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이해해야 한다. '추수'를 현대의 산업 사회에서 경제 활동의 수확으로 의미를 재해석하면 된다.

인간 생존의 가장 근본의 수단은 여전히 농사를 통한 '추수'이므로 '추수 감사'란 말은 유지해야 타당하다고 본다.

☞김경열 목사는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레토리아 대학에서 구약 성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아다. 예장합동총회세계선교회 소속 선교사로 현재 총신대학교에서 외래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냄새 나는 예수' '레위기의 신학과 해석' 등이 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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