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은퇴자 마을 '파라다이스' 통째 잿더미
가주 사상 최악 캠프파이어
불길 너무 빠르고 차도 없어
사망자 대다수 집에서 발견
샌프란시스코에서 북동쪽으로 180마일 정도 떨어진 뷰트카운티에서 지난 8일 발생한 산불은 가뭄으로 바짝 마른 산림과 샌타애나의 강풍을 타고 불길이 급격하게 퍼져나가며 카운티 내 파라다이스 마을을 통째로 집어삼켰다.
분당 10개의 풋볼구장 면적을 태웠을 정도로 불길의 속도가 빨랐다. 이로 인해서 발화 10일 만에 14만9500에이커가 탔으며 주택을 포함 총 1만2794채의 건물이 소실됐다. 캘리포니아 재난 역사상 단일 산불로는 최악의 인명 피해를 낳았다.
지역 언론들과 전문가들은 인명 피해가 컸던 이유로 너무 빠른 불길 속도와 이동성이 부족한 지역 주민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즉, 화마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지역 당국은 주민들에게 대피명령을 충분히 알릴 겨를도 없었고 이에 지역 주민도 이런 경고를 충분히 통지받지 못하면서 인명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다.
지역 ABC방송의 16일 보도에 따르면 당시 집계된 사망자 71명 중 47명이 집에서 발견됐고 자동차와 집 밖에서 각각 12명의 시신이 수습됐다. 3분의 2에 달하는 인원이 미처 대피하지 못했다.
이에 더해 파라다이스 마을에는 스스로 대피하기 어려운 노년층 은퇴자와 지체장애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는 점도 인명 피해 증가에 일조하고 있다는 게 지역 주민들의 설명이다. 사망자의 상당 수가 70·80·90대인 걸로 알려졌으며 일부 주민은 집에 자가용이 없어서 주로 버스에 의존해 이동한 걸로 나타났다.
문제는 생사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실종자 수가 급격하게 늘어 인명 피해 확대가 우려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종자 수는 13일 110여 명에서 하루 만에 290여 명으로 늘었고, 15일에는 630여 명으로 급증했다. 17일에 발표된 실종자 수는 1276명이나 된다.
일부 언론은 매일 사망·실종자 상황을 업데이트하는 뷰트 카운티 경찰국의 초기 집계에 오류 가능성을 지적했으며 실종 신고가 긴급 재난신고 전화, 이메일, 구두 신고 등으로 분산돼 있어서 중복 가능성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산불로 전력과 통신 시설 등 인프라가 파괴되면서 피해지역 주민들과의 연락이 불통이어서 실종자 수가 더 늘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산불 피해 지역에 고령자가 많아서 아직까지 예단할 수 없는 상황으로 산불 진화율이 60%임에도 지역 경찰과 소방국이 긴장의 끈을 놓지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지난 10일 남가주 LA 인근 말리부 해안지역과 벤투라에서 발화한 산불 '울시파이어'(Woolsey Fire)는 17일 현재 88% 정도 진화됐다. 피해 면적은 9만6949에이커나 되며 주민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피해 가옥과 건물은 731채에 달하며 5만7000채가 산불 위험에 놓여있다.
진성철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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