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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죽음을 '맞는다' '당한다'…살아가며 죽어가며

어느 80대의 일기장(93)

"죽음은 마침표가 아닙니다/ 죽음은 영원한 쉼표/ 남은 자들에겐/ 끝없는 물음표/ 그리고 의미 하나/ 땅 위에 떨어집니다/ 어떻게 사느냐는/ 따옴표 하나"

-김소엽 '죽음은 마침표가 아닙니다' 중



삶을 마무리 짓는 죽음을 형언하는 어휘가 수없이 많다. 우선 '죽(었)다' '숨지다' '돌아가(시)다' '저승으로 가다'부터 '별세' '사망' '작고' '영면' '서거' 등…그리고 신분 고하에 따라 그 일컫는 말이 천차만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 중에 우리가 흔히 쓰는 '죽음을 맞는다' '죽음을 당한다'는 말이 있다. 표현이 재미 있을 뿐더러 어떤 깊은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것 같아 이를 재 음미해 본다.

'맞는다'는 '맞이하다'의 준말, 오는 사람이나 일/날/때를 맞아 들인다는 뜻이다. 그리고 '당(當)한다'는 말은 '닥쳐오는 (어떤) 일을 감당하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러면 '죽음을 맞는다'는 말은 곧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죽음'이 나에게 오는 것을 내가 '맞아 (받아)들인다'는 뜻이 된다. 즉 주체인 나가 '죽는 것'이 아니라, 객체인 '죽음'에 의해 내가 '죽음을 당하는' 것이 된다.

무슨 어불성설, 억지 궤변인가? '죽는다'는 것은 나의 신체 기능이 올 스톱, 생명(줄)이 끊어지는 것인데, 그러면 '죽음'이라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실체가 나를 엄습, 나의 생명을 끊는다는 말인가?

인명재천(人命在天) 이라고 한다. 목숨이 길고 짧은 것은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고, 오직 하늘에 달려있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그리고 우리 민화(民話)에는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저승 사자(또는 저승 차사)가 와서 나를 저승으로 데려간다는 이야기가 숱하게 나온다.

현대 의학에선 수명 유전인자(DNA)를 거론한다. 온갖 최첨단 의술을 다 동원해도 '그 때'가 되면 '갈 사람은 가니' 궁여지책으로 상정하는 추리인 것 같다는 생각이다.

'죽음을 맞게' 되건 '죽음을 당하게' 되건, 언젠가 이 세상 마지막 날 나도 천상병의 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를 읊을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참고] 영어에도 비슷한 표현이 있다. 'Meet One's Death.'

* "죽음은 현명한 사람에겐 갑작스레 닥치지 않는다; 현자는 항상 갈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Death never takes a wise man by surprise; he is always ready to go)."

-Jean de la Fontaine (1621-1695)

* "죽은 후에 너는, 태어나기 전 상태였던 '너'로 돌아갈 것이다(After your death, you will be what you were before your birth)."

-Arthur Schopenhauer (1788~1860)

https://dmj36.blogspot.com


장동만 / 언론인·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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