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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레오니아 뒤뜰에서

늘 주변 이웃에 베푸는 저 남쪽 경주 최부자 집안과의 방계혈족이라도 되는지 넓은 뒤뜰의 만찬이 풍성하고 여유롭다. 모두가 싱글벙글이다. 바비큐 그릴에 구운 갈비를 몇 대나 해치웠더라?

지난 일주일 동안 바이러스성 배탈로 고생한 후라 걸식 들린 사람처럼 초대받은 집에 가서 갈비를 뜯었다. 집에 와 곯아떨어져 자고 나니 기운이 솟는 듯하다. "잘 잤남" 하는 남편의 아침 인사 소리에 대꾸하려는데 목이 콱 막혀 쉰 소리가 났다. 파티에서 너무 떠들어서 목이 또. 아차 싶었다.

왜 나는 소리 낮춰 교양있게 말과 행동을 하지 않고 목이 쉴 정도로 떠드는지. "나 어제 큰소리로 주책 떨었지?" "아니 재미있게 얘기 잘하던데. 모처럼 그런 데서 사람들과 얘기하며 스트레스 풀어야지." 항상 남편은 "좋았어! 잘했어"하며 나를 앞장 세우고 모임에 나가니 내 목소리는 점점 고장 난 마이크처럼 거칠고 커져만 간다.

남편 목청은 나보다 더 크다. 우리 부부는 한마디로 쌍방으로 주책바가지다. 시어머니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평소에 시아버지는 '제발 목소리 좀 낮춰요' 하셨다. 그런데 왜 조용한 친정엄마의 DNA는 어디 가고 시어머니를 닮아가고 있는지. 요즈음 세계인의 눈총받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목소리 톤도 조심스럽게 낮아지고 있는데. 우리 부부만 떠드는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초대받아 간 안주인은 나와는 정반대로 보는 순간 긴장이 확 풀어지며 안겨 쉬고 싶은 사람이다. 내가 찾고 있으면 숨은 듯 있다가 나타나 뒤에서 안아주며 반긴다. 누군가 그녀를 찾는 사람이 있는지 도와주려고 사라졌다가도 주변에 궁금증이라도 생기면 어느새 내 옆에 나타난다.

나도 예전엔 수시로 많은 지인을 초대했지만, 내가 먼저 흥겨워서 술에 취해 손님들을 돌보지 않았다. 손님들이 뭔가 필요하다고 나를 찾으면 구석에 처박혀 술을 홀짝이며 찾아보라고 했으니. 그들은 찾다가 못 찾으면 앞집 구멍가게를 쥐구멍 들락거리듯 하며 사 오곤 했다. 우리 집 파티 날은 한 블록 옆에 있는 히스패닉 구멍가게 매상이 오르는 날이었다. 급하면 외상도 스스럼없이 주는 사이다.

갈비도 술도 더 마시고 싶어 편안한 자리에 똬리를 틀려는 순간 아니나 다를까 가야지 하며 남편이 손짓했다. 차 있는 쪽으로 아쉬운 듯 끌려갔다. 그 많은 손님을 돌보다 CCTV라도 보고 있었다는 듯 그 집 부부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나도 초대한 안주인처럼 조곤조곤 말하며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사람들을 품는 여인네가 되고 싶다. 그러나 오랫동안 생긴 대로 살아 이제 와서 우아한 변신을 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


이수임 / 화가·맨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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