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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쐰 무릎·팔꿈치에 각질, 관절염 부르는 건선 의심

"증상은 건조증과 비슷하나
발병 원인, 치료법은 달라
관절염ㆍ비만 동반 위험 커"

요즘 잘 걸리는 피부 질환

비슷한 듯 다른 질환이 있다. 가을철 심해지는 피부 질환인 '건조증'과 '건선' 얘기다. 피부가 가렵고 하얀 각질이 이는 공통점이 있지만 원인·치료법은 딴판이다. 많은 사람이 여전히 두 질환을 헷갈린다. 특히 건선은 방치할 경우 우울증·관절염 등 동반 질환의 위험이 커진다. 건선을 초기부터 적극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가을은 일조량이 줄고 공기가 건조해 피부 증상이 악화하기 쉽다. 피부 건조증과 건선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각질·가려움증 등 증상이 비슷해 두 질환을 감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건조증은 정강이에 흔해

건선과 피부 건조증은 원인부터 다르다. 먼저 피부 건조증은 건조한 공기에 피부의 수분이 날아가면서 발생한다. 피부 세포에 균열이 생겨 각질·가려움증이 동반된다. 반면에 건선은 류머티즘 관절염과 같은 면역 질환의 일종이다. 면역 세포인 T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하면서 피부 세포가 급속도로 늘고 염증·발진이 나타난다.

가천대 길병원 피부과 노주영 교수는 "피부가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고 좁쌀 같은 붉은 반점이 나타난 후 각질이 쌓이는 것이 건선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증상이 나타나는 양상 역시 차이가 있다. 첫째는 위치다. 건선은 옷으로 가려지는 무릎·팔꿈치·복부 등에 잘 생긴다. 반대로 피부 건조증은 외부에 넓게 노출되는 팔다리(특히 정강이)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김범준 교수는 "햇빛 속 자외선은 비타민D를 활성화해 피부의 각질 형성 기능을 정상화시키고 면역 세포의 균형을 회복시킨다"며 "여름에 건선이 좋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건선의 경우 손발톱에 미세하게 구멍이 나타나기도 한다. 피부 세포의 재생·파괴가 불균형해져 나타나는 현상이다.

둘째는 연령이다. 나이가 들면 유분 분비가 줄어 피부가 건성으로 변한다. 이런 이유로 피부 건조증 환자의 절반 이상은 60세 이상 고령층이다. 반대로 건선 환자 4명 중 3명은 40대 이전의 젊은 층으로, 대개 10~20대에서 발병한다.

건선은 한번 발병하면 평생 지속하는 만성질환이다. 환자의 상당수는 재발의 고통에 스트레스와 우울증, 불안감 등을 호소한다. 과도한 염증 반응으로 전신 건강이 망가질 수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건선 관절염'이다. 염증이 인대·근막 등으로 퍼져 나타나는 병으로 건선 환자의 7~40%에서 발생하는 흔한 병이다. 주로 손·발가락에 통증·부종이 나타나는데, 특히 손발톱이 변형된 경우 건선 관절염의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세 배가량 높아 주의해야 한다(대한피부과학회지, 2016). 건선이 심할수록 심혈관 질환이나 비만·당뇨병 등 성인병 위험이 높다는 보고도 있다.

건선을 예방·관리하려면 피부가 건조해지지 않게 하루 두 번 이상 보습제를 사용하고 목욕은 되도록 짧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때를 밀거나 간지럽다고 긁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상처가 난 자리에 건선이 나타나는 '퀘브너 현상'이 발생하거나 2차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효과 뛰어난 치료제 나와

치료는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초기에는 염증을 줄이는 스테로이드나 비타민D 유도체 연고를 정해진 시간에 바르는 국소 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중증으로 악화하면 자외선 레이저를 쬐는 광치료나 먹는 약을 사용해 증상을 조절한다. 최근 등장한 생물학적 제제는 건선의 치료 성적을 높인 '일등공신'이다.

면역 세포 활성도를 조절해 이로 인한 피부 세포 증식,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원리다. 먹는 약에 비해 간·신장 손상 위험이 적은 반면 치료 효과는 더 좋다. 건선 증상이 75% 이상 호전되는 비율이 일반 약이 약 50%인 데 비해 생물학적 제제는 60~80%에 달한다.

노주영 교수는 "건선을 불치병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적절히 치료하면 삶의 질을 충분히 높일 수 있다"며 "우울·불안 등 정신 건강은 물론 관절염 등 합병증 위험도 줄일 수 있는 만큼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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