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팔다리 한쪽 마비? 911 불러 골든타임 지켜라
환자 80% 차지하는 뇌경색
4.5시간 내 치료하면 호전
때 놓치면 마비 후유증 위험
큰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수많은 징후가 있다. 하인리히 법칙이다. 뇌졸중도 마찬가지다. 뇌졸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뇌가 손상되는 질환이다. 혈관이 막혀가는 과정에서 우리 몸은 여러 위험신호를 보낸다. 뇌졸중 증상을 놓치지 않아야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다. 뇌졸중은 분초를 다투는 응급 질환이다. 증상이 발생했을 때 최대한 빨리 치료를 받아야 후유증을 덜 남길 수 있다. 29일 세계 뇌졸중의 날을 맞아 뇌졸중이 보내는 위험신호를 읽고 대처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뇌졸중은 크게 두 가지다. 뇌혈관이 서서히 좁아지거나 피떡(혈전)으로 막히는 '뇌경색'이 전체 뇌졸중의 약 80%를 차지한다. 나머지 20%는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이다. 상계백병원 신경과 한상원 교수는 "과거에는 혈압 조절이 잘 안 돼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이 많았지만 지금은 고령·동맥경화가 주요 원인인 뇌경색 발병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고혈압·당뇨·고지혈증 같은 질환과 염증을 발생시키는 미세먼지·담배 등이 혈관을 막히게 하는 위험 인자"라고 말했다.
◆몇 분만 혈액 공급 안 돼도 손상
뇌졸중은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하는 질환이다. 뇌졸중이 보내는 신호를 빠르게 읽고 즉시 911에 연락해 병원에 가야 한다. 혈관이 막혀 뇌세포가 산소를 공급받지 못하면 다양한 신호를 보낸다. 뇌졸중의 대표 증상은 ▶한쪽 얼굴·팔다리가 마비되고 ▶한쪽 눈이 잘 안 보이거나 물체가 두 개로 보이며 ▶말을 더듬고 ▶걷기가 힘들 만큼 어지러우며 ▶겪어보지 못한 심한 두통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자신이 뇌졸중인지 몰라 치료 시기를 놓친다는 점이다. 뇌경색은 4.5시간이 환자의 후유증을 결정하는 '골든타임'이다. 뇌세포가 주변 혈관으로부터 산소와 영양분을 받으며 버틸 수 있는 시간이다. 뇌세포는 단 몇 분만 혈액 공급이 안 돼도 손상을 입는다. 한 번 죽은 뇌세포는 다시 살릴 수 없다. 증상 발생 4.5시간 안에 치료가 시작돼야 한다. 이 시간 내에 치료를 받으면 크게 호전될 수 있다. 3개월 후 일상생활 복귀율이 6~12시간 안에 치료받은 사람보다 26% 높아진다.
뇌출혈은 증상이 생겼을 때 최대한 빨리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한 교수는 "몸 한쪽에 마비가 오면 음식도 잘 삼키지 못하는데 마비 증상을 호전시키는 데 좋다고 전해 들은 제품을 먹다가 잘못 삼켜 흡인성 폐렴이 생기거나 팔다리를 주무르며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평생 마비 후유증을 안고 살아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뇌경색 환자의 20% 정도는 한쪽 마비나 말이 어눌해지는 등의 증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괜찮아지는 것을 경험한다. 이를 '일과성뇌허혈증'이라고 한다. 뇌혈관이 좁아져 피가 흐르지 못하다가 다시 흐르거나 피떡 때문에 막혔던 뇌혈관이 다시 뚫리는 상태다. 증상이 금방 사라지기 때문에 많은 환자가 이를 단순한 피로 증상이라고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치료 시기를 놓친다.
뇌허혈발작은 당장 심각한 후유증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 뇌졸중이 발생한다는 경고 메시지다. 한 교수는 "일과성뇌허혈 발작 환자의 약 20%는 1년 내에 뇌졸중이 다시 발생하고 3분의 1은 뇌졸중을 경험한다"며 "증상이 사라지더라도 빨리 병원을 찾아 검사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뇌졸중의 증상은 갑자기 발생하지만 그 원인을 들여다보면 느닷없이 생기는 병이 아니다. 수년에 걸쳐 서서히 뇌혈관에 문제가 쌓여 뇌졸중으로 악화한다. 뇌혈관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원인을 조절해 뇌졸중을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혈압·혈당 잘 관리 90% 예방
고혈압 환자는 약을 규칙적으로 먹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건강한 사람에 비해 뇌졸중 발병 위험이 네 배나 크다.
당뇨 환자는 혈당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걸쭉한 혈액이 동맥경화나 피떡을 만들어 뇌혈관을 막기 때문이다. 심장병·고지혈증 환자도 뇌졸중 고위험군이므로 질병을 관리하고 혈관 건강을 주기적으로 검사해봐야 한다. 여성의 경우 폐경기 이후에 뇌졸중 환자가 증가한다. 폐경 이후에 뇌졸중을 예방하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뇌졸중은 위험 인자를 잘 조절하면 90% 이상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라며 "50세 이상의 고위험군은 5년에 한 번 뇌혈관을 촬영하고 동맥경화가 있으면 1~2년 내 추적 검사를 권한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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