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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분열과 증오의 정치

11월 6일 중간 선거일을 불과 1주일 남겨놓고 미국이 극심한 분열과 증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대통령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등 다수의 민주당 유력인사들, 심지어는 민주당의 거물 후원자인 조지 소로스의 집과 반 트럼프 성향의 언론사 CNN 뉴욕지국에까지 폭발물이 든 소포가 배달돼 미국 정가를 발칵 흔들어 놓았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수차례 말 폭탄 세례를 받은 사람들이었고 붙잡힌 용의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였다는 데에 문제가 심각하다. 거기에다 주말에 유대인을 겨냥한 총기난사로 11명이 사망하는 사건까지 발생해 기름에 물을 부은 격이 되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이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양극화된 정치 지형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민주주의와 관용의 모범을 보여야 할 미국으로서 매우 수치스런 일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미주 한인유권자 가운데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를 이끌어 가고 있다는 이유로 그를 지지하며 공화당의 승리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정치는 그렇다 치고 한국정치에서의 분열과 증오는 이제 거의 일상화 돼 가고 있다는데 참담한 느낌이 든다. 대통령의 탄핵과 동시에 그 대통령을 배출한 보수야당도 국민에게 제척당한 것이 사실인데 한 번도 반성은커녕 사사건건 개혁에 반대를 하고 막말 소동만 벌이더니 이제는 평화로 가는 길목에 바리케이드를 쳐놓고 아예 들어 눕고 말았다. 어쩌자는 건가.

바로 1년 전 이맘때만 해도 북한은 동해 상공으로 쉴 새 없이 대륙 간 탄도미사일을 쏴 올리고 청와대는 새벽마다 지하벙커에 모여 '무모한 도발을 즉각 중단하라'고 소리쳤으며 미국은 공공연히 북한에 선제 타격을 실행하려던 그런 전쟁 일보 직전의 상황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JSA에서 무기가 철수되고 휴전선 내 감시초소가 철거되는, 실로 격세지감의 현실이 전개되고 있다.

하늘이 도와 남북의 지도자가 손을 잡고 국제사회가 지원해 주는 가운데 전쟁의 한반도를 핵 없는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로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라고 외치며 70여 년 동안을 광야에서 헤매던 민족이 마침내 평화의 한반도를 만들어 가자는데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고 여당과 야당의 생각이 달라서는 안 된다.

청와대가 평양공동선언과 남북합의서를 비준 의결한 것을 두고 위헌이라고 생떼를 쓰고 나서는 모습은 도저히 국민의 동의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이에 대처하는 청와대의 자세도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기는 마찬가지다. '조만간 여야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판문점선언의 비준 동의를 설득할 것'이라는데, 왜 진즉 그런 자리를 마련하지는 못했는지가 아쉽고, 북한이 국가가 아니어서 괜찮다는 논리로 방어한 것은 매우 경솔하기 짝이 없었다.

남북 간 화해를 아예 반대하는 국내 보수우파나 남북관계 진전이 굳이 북미관계보다 뒤에 와야 한다고 고집하는 미국 내 강경세력마저도 할 수만 있다면 설득하고 같이 가야 한다. 그러나 북미대화가 지체되고 있다고 해서 남북이 손을 놓고 있거나 생각을 바꿀 필요는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일러준 말이 용기와 희망을 준다.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 하지마라'. 그래야만 분단 극복의 이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는 길이며, 마침내 분열과 증오의 정치를 끝마치게 되는 길이기 때문이다.


김용현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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