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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삼면경(三面鏡)'에 비춰본 죽음…살아가며 죽어가며

어느 80대의 일기장(89)

인간의 절체절명의 주제인 죽음,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 정체가 오리무중인 신비, 오늘은 발상을 좀 바꿔 색다른 시각으로 이 죽음의 불가사의를 성찰(省察해 본다.

우리의 사고(사유)는 기능별로 크게 나누면 이성(理性), 감성(感性), 영성(靈性) 등 세 범주(範疇)로 나눠 진다. 각각의 작용이 특이하고 그 관장하는 분야와 대상이 다르다. 이 세 기능을 거울(三面鏡) 삼아, 이에 비추어진 죽음을 (가상) 대화 형식으로 조명해 본다.

이성: 사람은 다 죽습니다. 언젠가는 당신도 죽고, 나도 죽습니다.

감성: 그건 알겠는데, 죽음을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너무나 불안하고 너무나 두렵습니다.



영성: 죽음이 생명의 끝이라고 생각해서 그렇습니다. 결코 끝이 아닙니다.

이성: 먼저 간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한 줌의 흙.재가 되는 것을 잘 보면서도 끝이 아니라니…무슨 말 입니까?

감성: 너무나 무섭습니다. 너무나 허무합니다.

영성: 죽음은 결코 끝이 아닙니다. 새 생명으로 거듭 태어나는 모멘트(moment) 일 뿐입니다.

이성: 자꾸 영혼(의 존재)을 얘기하고, 영혼 불멸설을 뇌까리는 것 같은데 나, 이성이 기능을 멈추면 영혼이고 뭐고 상정(想定)할 수가 없을 겁니다.

감성: 내 육신이 썩어 문드러진 후에, 영혼이라도 있다고 가정 함으로써 살아 생전 위안을 받고 싶습니다.

영성: '눈 있는 자 보고, 귀 있는 자 들으라'고 밖에 더 말을 못 하겠습니다.

이성: 만사를 역사 (役事)하시는 하나님께 묻고 싶습니다. 왜 유한한 인간을 창조 하면서 영생 갈망의 본능을 인간에게 심어 놓으셨는지, 그리고 인간이 하나님 곁으로 가는 길인 늙어 죽어가는 과정을 왜 그렇게 고통스럽고 비참하게 만드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감성: 그러게 말입니다. 죽음도 무섭지만 죽어가는 과정, 너무나 두렵고 고통스럽습니다. 하나님이 인간을 그렇게도 극진히 사랑한다면서….

영성: …(유구무언)

이성: 생명은 우리 몸의 신경 계통을 포함한 모든 기관(?官)들이 종합적, 유기적으로 작동함으로써 존재하는 것, 따라서 그 어느 하나가 고장 나거나 그 유기성(有機性)이 깨어지면 소멸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겁니다.

감성: 생체 공학, 의학적으로 어떻든 하여간 나(我)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것, 죽는다는 것, 너무나 슬프고 무서울 뿐 입니다.

영성: 육체=생명, 너무나 유물론적 견해입니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결코 그렇지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의 말대로 '이성에서 영성으로' 귀의하면 그 사생관이 달라질 겁니다.

이성: 일언이폐지(一言以蔽之)하고, 짧은 인생, 너무나 고해(苦海) 입니다. 혹자는 "네가 생각을

잘못해서 그렇다"는데, 나로서는 뭣을 어떻게 잘못 생각하는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감성: '인생은 생각하는 사람에겐 희극이고, 느끼는 사람에겐 비극 (Life is a comedy to those who think, a tragedy to those feel)'이라고 하지요.

영성: 그 같잖은 이성이랑 때려치우고, 영성으로 돌아오십시오. 그러면 만사가 형통(亨通) 할 것 입니다.

https://dmj36.blogspot.com


장동만 / 언론인·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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