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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 받으며 돌아온 태극전사 축구대표팀

1000여명 환영 인파 공항에 몰려들어
박항서 감독, 베트남서 레드카펫 밟아

"이 선물 손흥민 오빠한테 꼭 전해주셔야 돼요. 제가 직접 쓴 손편지도 들어있단 말이에요."

마치 한류 스타의 콘서트장 같았다.

주장 손흥민(26.토트넘 핫스퍼)을 포함해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선수단이 3일 인천 국제공항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팬들의 함성과 비명이 공항 청사 건물 전체에 울려 퍼졌다.

손흥민을 좋아한다는 한 소녀팬은 미리 준비한 선물을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에게 건넨 뒤 "반드시 전달해달라"며 울먹였다. 선수들이 기념 촬영과 인터뷰를 마치고 공항을 빠져나갈 땐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얼굴을 보려는 팬들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려는 경호원들간의 가벼운 몸싸움이 여기저기서 벌어졌다.

이날 선수들을 직접 보기 위해 공항 입국장을 찾은 팬들은 1000명이 넘었다.

축구대표팀이 귀국길에 1000명이 넘는 팬들로부터 환영을 받은 건 아시안컵에서 준우승한 지난 2015년 2월이후 3년7개월만이다.

정몽규 축구협회장은 "선수들이 마음과 뜻을 하나로 모아 금메달을 향해 도전하는 과정을 팬들이 좋게 보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 시청률이 65%(공중파 3사 합계)에 육박했다는 뉴스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았다. 한국 축구에 대해 팬들이 느끼는 긍정적인 기대감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협회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뜨거운 인기의 비결이 단순히 우승과 금메달 때문만은 아니다. 팬들이 공감하며 즐길만한 스토리가 가득했다.

러시아 월드컵 최종 엔트리 경쟁에서 탈락한 데 이어 아시안게임 개막 직전 '인맥 축구' 논란에 휘말렸던 공격수 황의조(감바 오사카)는 9골을 몰아치며 인생 역전에 성공했다.

유럽 최고의 공격수로 자리매김하고도 입대 문제로 도전을 중단해야 할 위기에 처했던 손흥민은 대회 기간 내내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조현우(대구).이승우(헬라스 베로나).황희찬(함부르크) 등은 아시안게임에서도 돋보이는 활약으로 대표팀 세대교체를 예고했다. 공교롭게도 결승전이 한.일전으로 치러진 것도 우승의 감흥을 더욱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김학범 감독은 "결승전 전.후반을 0-0으로 마친 뒤 연장전에 앞서 선수들을 불러 모아놓고 '(시상식에서) 일장기가 태극기 위에 올라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나는 눈 뜨고 그 꼴 못 본다' 며 투지를 자극했다. 선수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줘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이번 아시안게임은 내 인생에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축구를 시작한 이후 처음 경험한 우승이기 때문"이라면서 "축구 선수로서 이것(병역 면제)이 전부는 아니다. 팬들이 기대하는 부분이 있고 나 역시 기대하는 목표가 있다. 진정한 도전은 이제부터"라고 밝혔다.

손흥민은 금메달과 함께 병역 면제를 받은 여러 후배에게 "유럽 무대에 겁 없이 도전했으면 좋겠다. 충분한 능력을 갖췄다는 사실을 이번 대회를 통해 확인했다"고 격려했다.

한편 박항서(59)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도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돌아온 23세 이하 축구대표팀의 환영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선수단은 2일 베트남항공 특별기편으로 귀국했다.

귀국 행사도 특별했다. 전세기에서 내린 선수들은 활주로에서 소방차 두 대가 쏘는 물대포의 사열을 받았다.

박 감독과 축구대표팀 선수들 그리고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들은 또 항공기 앞에 깔린 레드카펫을 밟으며 입국했다.

수도 하노이 시내 미딘 국립경기장에서는 환영 행사가 열렸다. '자랑스러운 베트남'이라 이름 붙여진 이 날 행사의 주인공은 단연 축구대표팀이었다.

메달을 목에 걸진 못했지만 아시안게임 역대 최고 성적(16강)을 훌쩍 뛰어넘어 4강까지 오르는 과정에서 베트남 전역은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을 연상시킬 만큼 후끈 달아올랐다.

선수들을 아들처럼 대하며 진심으로 챙기는 박 감독의 '파파 리더십'이 베트남 국민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승리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태극기와 박항서 감독의 사진을 든 현지 팬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귀국 행사장에서 무대에 오른 박 감독은 "베트남 국민들의 축구대표팀에 보내준 열광적인 관심과 응원에 감사드린다"면서 "베트남의 건국절(2일)을 맞아 아시안게임 동메달을 안겨드리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번 대회를 거울삼아 11월에 열리는 스즈키 컵(동남아시아컵)을 준비하겠다"고 말해 힘찬 박수를 받았다.

행사 내내 베트남 국기와 태극기가 함께 휘날렸다.

박 감독과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3일 총리 관저를 방문해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의 따뜻한 격려도 받았다.

박 감독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이동준 DJ매니지먼트 대표는 "박 감독은 선수들에게 '국민'과 '책임감'을 강조하고 모든 대화에 진심을 담아 의사소통한다. 이런 부분이 베트남 국민에게 감동을 줬다"고 설명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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