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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간 쪽잠에 참치캔 먹고 1600마일…나카섹 주최 '정의 향한 여정'

[황상호 기자의 NGO 현장]
자전거 타고 이민법 개혁 호소
8월1일 시애틀 출발 31일 LA에
매일 9시간씩 폐달밟는 강행군

난민·밀입국자·인디언 만나
"내 투쟁이 당신의 투쟁" 호응


지난달 1일 서류미비자 한인 청년을 포함해 라티노 백인 등 십여 명이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자전거는 시애틀을 시작으로 남쪽으로 향해 산과 사막을 지나 지난 31일 LA(자전거로 1600마일 종단)에 도착했다. 이들은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NAKASEC)와 민족학교 등 인권단체 소속 활동가들로 태국계 중국계 라틴계 등 다양한 인종의 청년들이 참가했다. 트럼프 행정부 아래 이민제도 개혁안이 의회의 높은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되자 주민들을 직접 만나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길을 나선 것이다. 이름하여 '정의를 향한 여정(Journey 2 Justice)'. 부제는 '모두에게 시민권을(Citizenship for All)'이다. 지난 2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LA에서 롱비치 풀러턴으로 이어지는 하루 여정을 함께하며 그간 이야기를 들었다.

"지구는 모두의 집이다. 우리는 평등을 위해서 멈춤 없이 싸운다.(People of the earth are home is earth. So we fight nonstop for equality)"

서류미비자 청년 십여 명이 노래를 부르며 두 페달을 꽉꽉 눌러 밟는다. 노래는 민족학교 활동가 앨리스 이씨가 만든 응원가. 그들은 하루 안에 벤투라 인근 로드 파드레스 국유림과 로그 리버 시스키 국유림을 돌파해야 한다. 두 산 모두 합해 5000피트 이상이다.

험한 말이 입속에서 맴돈다. '내가 도대체 왜 이 여행에 참가한 거지!' 참가자들은 고통을 삼키며 페달을 밟는다. 태양은 끓고 허벅지 근육은 터질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도 밉고 함께 하자고 한 동료에게도 화가 난다. 10세 때 이민 온 제니 김(20)양의 얼굴에선 콧물 눈물이 범벅돼 떨어지고 산불로 날린 재가 입 속으로 들어간다.

지난달 1일 시애틀서 출발한 '정의를 위한 여정' 참가자들은 하루 최대 90마일을 달렸다. 매일 오전 8시 시작해 오후 5시까지 주행했다. 전체 구간 참가자들은 약 15명 일일 참가자를 합하면 100여 명 넘게 동참했다. 응급 지원팀을 포함해 20명 이상이 함께 이동하기 때문에 비용이 만만치 않다.

식비를 아끼려 아침은 오트밀 점심은 땅콩 잼과 딸기잼을 바른 샌드위치를 먹었다. 저녁은 남은 음식이나 햇반에 참치캔으로 때웠다. 가끔 한인 봉사자 어머니들이 집밥을 차려 줬다.

밤엔 교회나 캠핑장 후원자의 집에서 쪽잠을 잤다. 서류미비자 제니 김씨는 "보통 교회 식당에서 자고 때로는 신부 대기실 마을 공동체 공간에서 묵어 왔다. 주민들에게 이민법 문제 등을 지적하며 도움을 청하면 기대 이상으로 친절하게 공간을 내주셨다"고 말했다.

자전거 여행의 목적은 시간 단축이 아니다. 3개 주 30개 이상 도시를 거치며 투표권 등록 운동을 하고 지역 시청과 의회 앞에서 이민법 개혁의 중요성을 외친다. 샌타모니카 쇼핑몰에서는 노래를 부르며 서류미비자들에게도 더 많은 의료 서비스와 교육 받을 권리를 달라고 외쳤다.

가끔 차로 자전거 대열에 끼어들거나 시위를 비판하는 주민도 있었다. 하지만 열에 여덟은 응원이었다. 태국계 청년 보 타이는 "목사의 부탁으로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우리 여행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이 힘내라며 우리를 끌어안았다. 기부는 하지 말라고 했지만 50센트를 내고 간 아이도 있었다"고 웃었다.

각 지역 노조와 인권단체들과도 만나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10세 미만 아이들이 총살을 당하는 것을 보고 미국으로 이민 온 캄보디아 난민 유대인 학살을 피해 멕시코를 거쳐 피신 온 할머니. 노예 취급을 받으며 백인에게 죽임을 당할까봐 자신이 만든 기찻길을 가지도 못했다는 인디언 그는 '나의 분투가 너의 분투다(My struggle is your struggle)'라며 연대를 약속했다.

활동가 앨리스 이씨는 "이민자 커뮤니티에 다양한 사연들이 있는데 그동안 '다카(불체청년 추방유예제도) 대체법안인 드림액트만 말하고 있었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김정우 총 디렉터는 "다카 청년들은 약 200만 명으로 전체 서류미비자 1104만 명의 일부에 불과하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운동은 빼앗긴 것을 되찾겠다는 분노가 아니라 불합리한 것을 바로 세우려는 가치 중심 운동이다. 바보 같지만 이번 여정으로 확신을 얻었다"고 말했다.

정의를 위한 여정은 내일(5일) 샌디에이고에서 끝이 난다. 미교협 등 인권단체들은 이 여정을 시작으로 시민권 확대를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황상호 기자 hwang.sangho@koreadaily.com hwang.sang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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