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으로만 캐스팅된 최초 할리우드 영화
중국 자본 동원, 과장된 부 과시
신분 극복한 해피엔딩 러브스토리
감독: 존 추
원작: 케빈 콴
장르: 코미디,드라마
출연: 콘스탄스우,헨리골딩,아콰피나,미셀여
상영극장: Pacific's The Grove Stadium, ArcLight Hollywood
요즘 온라인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 중엔 젯셋족(Jet-Se)과 '관종'이라는 말이 있다.
젯셋족은 보통사람들에게는 기대하기 힘든 부를 지닌 자들을 일컫는다.
개인용 전세기를 타고 세계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부를 즐기는 자들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그들만이 향유하는 가진 자의 특권을 굳이나무랄 건 없다.
수퍼리치들의 생활에 비정상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없는 자들의 부러운 시각이 문제다.
관종은 관심 종자의 준말이다.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다.
'Crazy Rich'라는 우스꽝스런 표현이 이 영화의 제목인 까닭이기도 하다. 젯셋족의 부귀를 크레이지로 표현하는 주체는 그들의 부를 부러워하는 우리이다.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바로 이 비정상적인 대중의 부러워하는 심리를 분명 시원한 대리만족용 볼거리로 채워주고 있다. 그렇다고 메시지가 없는 영화는 결코 아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 닉 영의 집안은 바로 아시아의 젯셋족들이다. 제목 그대로 영화는 도가 지나칠 정도로 과장된 부를 과시한다.
작위성이 농후해 괴리감에 거부감조차 있다. 영화 속에서 드러나는, 상상을 초월하는 부의 모습은 바로 이 영화가 처음부터 작정하고 보여 주고자했던 의도였을성싶다.
그러나 존 추감독은 아시안의 호화스러움과 사치의 극명함 속에서 로맨스와 인간미를 찾고자 한다.
영화의 배경지는 싱가포르이다. 싱가포르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중국색이 짙은 나라이다. 중국으로 대표되는 아시안들의 부를 세계에 과시할 수 있는 최고의 배경지이다.
초현대식 로케이션과 화려한 치장들에 놀라고 영화에 투자된 엄청난 자본력에 압도된다. 마치 그간 백인들이 지배해온 서구 자본주의 사회에 보란 듯이 과하다싶은 과시욕이 영화전반에 깔려있다.
세계 최대의 마켓 할리우드를 중국이 넘보지 않을리 없다. 일방적으로 끌려 오기만 했던 엔터테인먼트분야에 중국이 관심을 보인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 영화는 말하자면 본격적인 신호탄인셈이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케빈 콴의 소설이 원작이다. 싱가포르에 사는 부유한 중국인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데 원작이 베스트셀러였고 올아시안 캐스트라 처음부터 영화가의 흥미로운 관심거리였다.
보잘 것없는 집안 배경, 그것도 홀어머니 밑에서 성장해 온 여주인공 레이첼(콘스탄스우)의 신데렐라 스토리이기도하다.
제작 발표 이후 캐스팅과정에서 남자 주인공 닉 영을 연기한 말레이지아 출신의 헨리 골딩의 이국적 용모가 논란이 됐다. 충분히 중국인답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골딩은 영국인 아버지와 말레이지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다. 최근작 '오션스8'에 출연,일약 스타덤에 오른 아콰피나가 레이첼의 절친 역을 맡아 또다시 익살스러운 연기를 펼친다.
존 추 감독은 장르(로맨틱코미디)의 형식에 충실하면서도 관계사이에서의 갈등과 사랑의 감동을 묘사하는 드라마적 요소에도 세심한 신경을 기울였다.
미국적 삶에 익숙한 2세대와 집안의 전통을 고집하는 부모세대간의 문화적 갈등이 키포인트로 다루어지고 있다.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은 부유함의 허상을 비판하는 레이첼 어머니의 정신을 부각시켰고 레이첼을 사이에 놓고 벌이는 어머니와 아들간의 미묘한 갈등도 섬세히 처리했다.
부(富)와 가족이라는 개념을 놓고 벌이는 레이첼과 닉의 어머니 사이의 신경전, 레이첼에대한 주변의질투와 비아냥들에도 추 감독의 메시지들이 담겨있다.
영화는 결국 부를 누리지 못하고 자랐어도 순수한 인간미와 아름다운 가치관을 지닌 레이첼의 손을 들어주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김정 / 영화평론가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