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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음식 세계화'의 비결…LA 타이 식당은 정부가 '맛 인증' 한다

경제위기서 음식 외교 천명
기관·대학·연구소 뭉쳐
나라별 맞춤 레시피 개발

정부가 신메뉴 등 전폭 지원
"맥도널드식 체인화" 목표


"우리의 대표 음식 '똠양꿍'은 타이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LA지역 인기 타이 음식점 '오차(Ocha)'의 위와트 우파니차얀 매니저는 가게의 성공 비결을 이렇게 말했다. 이 말 한마디에는 타이 음식에 담긴 글로벌 전략이 숨어있다.

이 가게의 역사는 40년이다. 오차는 한인타운에서 작은 골목가게로 시작됐다. 지금은 LA 내에서만 무려 8개의 체인점을 보유하고 있는 성공한 타이 음식점이다. 오차는 태국어로 '맛있다'는 뜻이다.



우파니차얀 매니저는 "매일 1000여 명의 손님이 온다. 전 직원이 항시 대기 상태"라며 어깨를 으쓱했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에도 이 식당에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우파니차얀은 "식당 손님 90%가 타인종이다. 향신료 맛이 강한 태국 전통요리 '똠양꿍'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던 건 손님들의 입맛에 맞췄기 때문"이라며 "모든 메뉴가 LA 현지 입맛을 고려해 변형시켰다"고 말했다.

타이대사관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타이 식당은 5342개. 타이 식당과 더불어 외국식당 계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멕시칸 식당은 5만4000여 개. 수적으로 비교하면 타이 식당이 훨씬 뒤지지만, 멕시칸 이민자가 3600만 명, 타이 이민자가 30만 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멕시칸 식당이 멕시칸 1000명당 1~2개라면, 타이 식당은 1000명당 17~18개다. 비율로 보면 10배가 넘는 셈이다. '똠양꿍', '팟타이' 같은 타이 전통 음식이 미국인들에게 친숙하게 된 비결은 타이 정부의 철저한 음식 외교 전략에 있다.

지난 1997년 타이 바트화 폭락으로 시작된 아시아 금융위기 속에서 경제불황이 2000년대 초까지 계속되자, 타이는 경제부흥을 위해 새로운 방안을 모색했다. 당시 타이 정부가 국가 주력 산업으로 선정한 것 중 하나가 식품 산업이다.

지난 2001년 타이 정부는 '글로벌 타이 레스토랑 컴퍼니(Global Thai Restaurant Company)'를 설립하고 타이 상무부 수출진흥국과 국립음식연구원을 중심으로 전담본부를 구성했다.

고안팟 아스빈비칫 상무성 차관은 당시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타이 음식계의 '맥도널드' 같은 체인을 설립하겠다"며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타이 음식의 세계화가 시작된 셈이다. 2004년 타이 정부는 '키친 오브 더 월드(Kitchen of the World)' 프로젝트로 태국음식 세계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본격적인 '음식 외교'에 박차를 가했다.

타이 정부는 전세계 8000여 개 타이 음식점 설립을 목표로 삼았다. 또한 태국 전통 음식 전문 요리사를 세계에 수출할 계획으로 체계적인 셰프 양성 교육을 진행했다.

타이의 카세트사트 국립대학, 국립음식연구원 등 다수 기관들이 협조해 해외 각국에서 선호하는 음식과 지역별 입맛 등을 고려한 현지 맞춤 레시피를 연구했다.

현재 전 세계 타이 음식점은 정부 측이 목표로 삼았던 수치의 2배에 가까운 1만5000여 개가 넘는다. 키친 오브 더 월드 보라문 푸앙아롬 본부장은 "타이 음식은 맵고, 시큼하며, 향긋한 것이 특징이다. 이 세가지는 기본적으로 변하지 않는다"라며 "다만 맛의 등급을 정해 현지화하는데 주력한다"고 설명했다.

타이 정부는 음식점 개설만 목표로 삼은 게 아니었다. 주기적인 점검을 통해 탄력성과 지속성을 높였다. 키친 오브 더 월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타이 정부는 맛, 위생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타이음식점에 정부가 공인하는 '타이 셀렉트(Thai Select)'라는 인증서를 제공했다.

LA에 있는 '엠포리엄 타이(Emporium Thai)'는 타이 셀렉트를 받은 음식점 중 한 곳이다. 업주 존 성카미는 인터뷰에서 "타이 셀렉트을 받은 뒤 타이무역부 관계자가 와서 신메뉴 대한 조언도 해준다"며 "현재 미국 내 타이 식당업주 분들이 참여한 단체 채팅방에서 여러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장수아 인턴기자 jang.suah@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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