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드 유어 그라운드 법은]위협 느끼면 정당방위?… 체포 면책권
2012년 비무장 흑인 소년 피살
대표적 악용 사례로 미국 들썩
자신의 집이나 차 같은 사적인 영역을 침범한 사람에게 총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캐슬 독트린(castle doctrine)'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적인 영역 뿐 아니라 공공장소 그 어디가 됐든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면 정당방위로 총을 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준 것이다.
지난 2005년 플로리다주가 처음 이 법을 처음 도입할 당시 총기 사용 범위가 지나치게 자의적이고 넓다는 이유로 인권단체들이 강력 반발했지만 법은 결국 채택됐고 이후 앨라배마, 알래스카, 애리조나 등 30개에 가까운 주가 유사한 내용의 법안을 도입했다.
애초 강력 범죄를 예방하자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유색인종, 특히 흑인이 인종차별 피해를 보고 사소한 시비에도 총을 꺼내들어 상대방을 죽인 후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를 내세워 무죄를 주장하는 경우가 적잖이 발생하면서 이 법을 개정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논란이 일었지만 플로리다주 의회는 외려 지난해 이 법을 더 강화했다. 총을 쏜 사람이 자신의 정당방위를 증명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기소한 검찰이 정당방위가 아님을 증명하도록 한 것이다.
연방수사국(FBI) 통계에 따르면, 이 법 도입 이후 흑인을 사살한 백인에게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비율은 34%인데 반해 백인을 사살한 흑인의 구제 비율은 3.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살인사건율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인력자원저널(Journal of Human Resources)에 마크 호에스트라가 게재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과 2010년 사이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 법을 도입한 주들과 그렇지 않은 주들의 같은 기간 살인사건 비율을 비교하니 법을 도입한 주의 살인범죄율이 8% 더 높았는데 이는 연간 약 600건의 살인이 더 발생한 것으로 환산할 수 있다.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 법을 악용한 가장 악명높은 사건은 2012년 플로리다주에서 자율방범대원 조지 지머먼이 비무장 흑인 10대 소년 트레이번 마틴을 죽인 것이다. 히스패닉계 지머먼은 비 내리는 밤 편의점에서 나오는 후드티 차림의 마틴을 수상하게 여겨 뒤쫓아가다 소년이 기척을 느끼고 뛰자 따라잡아 격투를 벌였고 총을 꺼내 쏘아 죽였다.
지머먼은 편의점에서 사탕과 음료를 사서 아버지를 만나러 가던 무고한 소년을 살해했지만 그의 코와 뒤통수에 난 상처와 핏자국이 그가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는 증거라며 정당방위로 무죄판결을 받았다.
신복례 기자 shin.bongly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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