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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버너 임명되면 22개 주서 낙태 금지될 듯

'로 대 웨이드' 판결 번복 땐
각 주가 낙태 합법화 결정
민주, 대법관 인준 결사 저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낙태에 반대하는 브렛 캐버노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 판사를 연방 대법관으로 지명하면서 낙태 문제가 보수 진보 진영이 맞붙는 최전선으로 급부상했다. 캐버노 판사가 대법관으로 정해진다면 1973년 미국에서 낙태를 합법화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힐 수 있어 민주당과 여성 단체들은 결사적으로 그의 상원 인준을 막겠다는 입장이고 보수 진영은 낙태를 금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그의 인준을 관철시키기 위한 전면전을 예고했다.

캐버노 판사가 직접적으로 낙태법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보수적인 가톨릭 신자인 그가 과거 태아의 생명을 옹호하고 낙태에 반대하는 의견을 피력했다는 점에서 여성 단체들은 한 세기를 통틀어 여성의 인권에 있어 가장 중요한 법 중 하나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위협을 느끼고 있다.

낙태권 옹호단체인 생식권센터의 에이미 미릭 변호사는 공영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낙태법이 철회되면 낙태 합법화 여부가 주 정부 결정에 맡겨지고 현행 법과 규제 주지사와 주 의회의 성향 등을 감안할 때 22개 주에서 낙태가 전면 금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생식보건 전문 싱크탱크인 구트마허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21개 주가 낙태와 낙태 접근권에 제한을 가하는 100개가 넘는 새로운 규제를 도입했다.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노스다코타와 사우스다코타 등 4개 주는 대법원이 허락하는 즉시 자동적으로 낙태를 불법화하는 '낙태 트리거법'을 마련했으며 아칸소 캔자스 켄터키 미주리 오하이오주도 낙태법이 철회되면 낙태를 최대한 금지한다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들 주만 해도 9개 주다.

대법원이 곧 캔자스와 루이지애나 주정부의 가족계획 재정 지원 중단 소송을 다룰 예정이어서 낙태권은 조만간 치열한 전쟁터가 될 수밖에 없다. 법조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CNN 법률 분석가 제프리 투빈은 "대법관들이 과거 내린 판결을 번복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에 단번에 뒤집진 않겠지만 여러 차례에 걸쳐 아주 약간의 예외만 남을 때까지 후퇴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은
생명이냐 사생활 권리냐
보수ㆍ진보 수십 년 충돌


1969년 텍사스주 댈러스에 사는 제인 로(가명)는 원치 않는 임신 후 낙태를 원했지만 주가 법률적으로 낙태를 금지하고 있어 하지 못했다. 그러자 그는 세라 웨딩턴과 린다 커피라는 두 여성 변호사를 찾아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피고는 댈러스 카운티 지방검사인 헨리 웨이드였다. 그래서 소송 명칭이 '로 대 웨이드(Roe vs. Wade)'가 된 것이다.

이 소송은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가게 됐고 4년의 재판 끝에 대법원은 1973년 1월 22일 7대2로 낙태 금지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입법에 따른 정당한 절차 없이 정부가 개인의 생명.자유.재산을 박탈할 수 없다"는 수정헌법 14조의 '사생활 권리'를 들어 정부가 개인의 낙태를 금하지 못하게 했다. 다만 출산 직전 3개월간은 태아가 자궁 밖에서도 생존할 가능성을 인정해 생명체로서 존중되어야 하는 만큼 임신 6개월 이상이면 낙태를 금지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 판결에 따라 낙태가 합법화하면서 낙태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각 주와 연방 법률들은 폐지됐다.

그러나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 낙태 문제는 미국 사회의 뜨거운 논란거리가 됐고 공화당과 기독교를 중심으로 한 보수단체들과 민주당과 여성들을 중심으로 한 진보단체가 중요한 선거가 있을 때마마 맞붙는 주요 쟁점이 됐다.

낙태 반대 진영은 항의시위나 의회 로비 소송 등을 통해 낙태를 막거나 제한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찬성 진영은 여성의 권리와 선택이라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설문조사를 보면 미국인들의 생각도 나뉘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소송을 제기했던 로는 나중에 낙태반대 운동가로 변신했다. 생명을 없애는 낙태를 옹호한 것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는데 그만큼 낙태 문제는 한쪽만 옳다고 할 수 없는 복잡미묘한 사안임을 보여준다.


신복례 기자 shin.bongly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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