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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시간 톱10 중 6명이 크로아티아 … 그 누구도 교체를 원치 않았다

연장 끝 잉글랜드에 극적인 역전승
인구 416만명 발칸반도 작은 나라
유고 내전 경험해 애국심으로 뭉쳐
강력한 미드필더진 … '팔색조' 전술

"기적이라는 표현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우리는 모두가 가슴으로 뛰었다."

크로아티아 공격수 마리오 만주키치(32.유벤투스)는 러시아 월드컵 결승에 오른 자신들의 저력을 '투혼'에서 찾았다. 객관적 지표는 상대보다 뒤지지만, 필승의 의지와 집중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했다는 설명이다. 사실 크로아티아의 결승행은 그 자체로도 놀라운 결과다.

일단 엔트리부터 한 명 적다. 공격수 니콜라 칼리니치(30.AC밀란)를 대회 초반 퇴출했다. 지난달 17일 D조 조별리그 1차전 나이지리아전 당시 칼리니치는 감독의 후반 교체 투입 지시를 거부했다. 등의 통증을 이유로 댔지만 꾀병이었다. 크로아티아축구협회는 이틀 뒤 칼리니치를 대표팀에서 뺐다.

체력 부담도 컸다. 16강전부터는 매 경기 연장 접전을 벌였다. 덴마크와 16강전과 러시아와 8강전 모두 120분간 승부를 가리지 못해 승부차기를 거쳐 통과했다. 잉글랜드와 4강전도 120분간의 연장 접전이었다. 16강전~4강전 세 경기를 모두 90분씩 만에 마무리 짓고 결승에 오른 프랑스보다 90분을 더 뛰었다. 바꿔말해 한 경기를 더 치른 셈이다. 월드컵에서 세 번의 연장전을 거쳐 결승에 오른 건 크로아티아가 처음이다. 전날 4강전을 치른 프랑스에 비해 결승전(15일)까지 회복 시간도 하루가 적다.

인구 416만명인 발칸반도의 소국 크로아티아가 월드컵 결승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은 뭘까.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참혹한 전쟁을 치렀던 경험 때문에 애국심이 남다르다. 1991년 발발한 유고 내전 여파로 현 대표팀 멤버 중 여럿이 어린 시절 난민 생활을 경험했다. 보스니아 태생인 수비수 데얀 로브렌(29.리버풀)은 독일과 크로아티아를 떠돌았고, 플레이메이커 루카 모드리치(33.레알 마드리드)는 국경지대로 피해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릴 때부터 '조국의 소중함'을 절감했던 이들은 크로아티아 '대표'로서의 자부심이 남다르다. 축구에 한정된 현상이 아니다. 크로아티아는 국가 차원에서 스포츠를 육성한 유고연방의 정책을 계승해 다양한 종목에서 '스포츠 애국자'를 길러냈다.

축구의 경기력 측면에서는 '강한 미드필드'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경기력과 경험 모두에서 참가팀 중 최상이란 평가다. 소속팀에서 여러 번 우승을 경험한 모드리치-이반 라키티치(30.바르셀로나) 듀오는 누구를 만나도 자신의 색깔을 유지하며 흐름을 이끌었다. 완성도 높은 미드필드 전술을 구사한 즐라트코 달리치(52) 크로아티아 감독은 4-2-3-1, 4-4-2, 4-1-4-1 등 다양한 포메이션을 사용하는 등 팔색조 전술을 가동했다.

이번 대회 크로아티아의 슬로건은 '작은 나라 큰 꿈(Small country Big dreams)'이다. 애국심과 경기력을 더해 투혼을 완성했다. 이번 대회 선수별 출전시간 톱10 중 6명이 크로아티아 선수다. 모드리치가 604분을 뛰어 전체 1위고, 로브렌(560분.2위), 라키티치(549분.5위), 이반 페리시치(542분.6위), 다니엘 수바시치, 도마고이 비다(이상 540분.공동 7위)가 차례로 뒤를 이었다. 이 중 페리시치는 전력질주 78회로 전체 1위고, 마르첼로 브로조비치(26.인터밀란)는 체력이 바닥 난 잉글랜드전에서마저 16.4㎞를 뛰었다. 달리치 감독은 잉글랜드전 직후 "앞선 두 경기에서 120분을 뛴 선수 중 그 누구도 교체를 원치 않았다. '지쳤느냐'고 물으면 모두 '괜찮다'고 했다"며 투지를 칭찬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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