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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보기 전에 물 충분히 마시세요"

흥분하면 맥박과 혈압 높아져
자칫 심장에 부담 줄 수 있어

심장에 문제있는 사람일수록
담배ㆍ술은 관전시 삼가할 것
가슴 답답해지면 시청 중단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 정점에 이르면서 축구팬들의 맥박도 선수들의 심장만큼이나 빨라지고 있다. 축구광팬들을 위해 '월드컵 관전시 심장마비 조심하라'는 경고성 정보들이 인터넷상에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월드컵 관전시 심장마비사는 발생되고 있다. 한일 월드컵(2002) 때에는 한국서 7명이 사망했고 독일 월드컵 때에는 독일인의 심장마비사가 평균보다 3배 많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가장 최근인 지난 2014년 월드컵을 앞두고 중국에서 '월드컵 심장마비 보험'상품을 보험회사에서 내놓기까지 했다. 토, 일의 준결승전과 결승전을 앞둔 시점에서 스티브 박 심장내과 전문의를 만났다.

- 월드컵 경기를 보다가 심장에 문제가 생긴 환자가 있었나.

"다행스럽게도 아직 그런 케이스는 없었다. 심장 전문의로서 월드컵 관전하다가 심장마비를 일으켰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생각되는 것은 꼭 월드컵이 아니더라도 이런 사람은 유사한 흥분된 상황에서 비슷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축구가 다이내믹한 운동인 것은 맞지만 축구 때문이 아니라 평소 갖고 있던 심장질환(동맥경화 등)이 원인이라는 뜻이다. 심장과 월드컵만을 국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올해 초 한국에서 야구경기를 관람하던 중년 남성이 심장마비를 일으켜 병원으로 가는 도중에 사망했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 자기가 좋아하는 운동경기를 보면서 흥분할 때 우리의 심장은 어떤 변화를 일으키나.

"먼저 맥박이 평소보다 빨리 뛴다. 혈압도 올라간다. 맥이 빨라지면 그만큼 심장이 보통 때보다 더 많이 움직여줘야 하기 때문에 자연히 심장에 부담을 주게 된다. 이것은 모든 인간에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이 자체가 문제될 것은 없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건강한 사람은 맥이 평소보다 빨리 뛰고 혈압이 높아졌다고 해도 위험할 것이 없고 경기가 끝나면 다시 맥박과 혈압은 정상으로 되돌아 온다. 조심해야 할 사람들은 평소 심장질환(동맥경화 등)이 있는 이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평소보다 맥박이 빨리 뛰면 심장에 과부하가 생겨 이미 좁아진 혈관으로 평소보다 많은 혈액을 통과시키는 것이 벅차게 된다. 이때 혈액이 응고하면 그대로 좁아진 혈관이 막혀 심장의 움직임이 멈추게 되어 심장마비를 불러 올 수 있다. 동맥경화 등 심장의 혈관 일부가 막혔거나(좁혀졌거나) 하는 사람일수록 지나치게 흥분하지 말고 조심하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혈액 속에 있는 피를 응고시키는 물질(Fibrinogen)은 우리의 감정 상태와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격하거나 흥분할 때 평소보다 혈액을 잘 응고시킬 수 있다."

- 동맥경화 등의 심장에 문제없으면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인가.

"심장에는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도 위험요소(risk factor)를 갖고 있으면 역시 조심하는 것이 좋다. 우리가 성인병이라고 하는 당뇨, 콜레스테롤, 고혈압, 비만인 사람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같은 사람은 혈관벽에 플라그(동맥을 막는 찌꺼기)가 평소에 쌓여 있는데 갑자기 흥분하여 자극이 오면 플라그가 터져 혈전이 나와 혈액과 응고하여 그대로 혈관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혈압, 콜레스테롤,당뇨와 비만을 가진 사람들의 혈관벽에 쌓인 플라그를 '언제 폭발할 지 모르는 화산'이라 비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특히 아침 경기 볼 때 조심하라고 하는데 왜 그런가.

"하루 중에서 아침에 일어났을 때 혈압, 맥박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밤사이에 탈수가 되어 있어서 혈액 속에 수분이 가장 낮은 상태여서 잘 뭉치기 쉽다. 실제로 심장마비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간도 아침이다. 이번 월드컵도 러시아와 시차가 있어서 대부분 아침(오전)시간대에 경기 관전이 많았다."

- 안전하게 아침 경기를 보는 방법은 없을까.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방법의 하나이다. 꼭 월드컵 관전이 아니더라도 혈압이 높은 사람일수록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물을 충분히 마실 것을 권한다."

- 월드컵 관전시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심장과 혈관에 이상이 없는 사람은 특별히 조심할 것은 없다. 동맥경화(심장질환)와 성인병이 있는 사람은 담배와 술을 마시면서 관전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담배의 화학물질이 혈액을 잘 뭉치게 한다. 또 여럿이 함께 보면 더 잘 흥분되기 쉽기 때문에 되도록 대중장소는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아침에 심장약을 복용하는 사람 중에는 약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경기를 보기 바쁜데 약은 꼭 챙겨야 한다."

- 관전하다가 심장에 이상이 온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

"갑자기 열광했을 때 가슴이 뻑뻑해진다거나, 갑갑해짐을 느끼면 이것이 신호가 된다. 이럴 때에는 금방 다른 곳으로 가서 진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그대로 경기를 지켜보면 위에서 말한 것처럼 심장에 심한 부담을 계속 줘서 혈관 안에서 문제가 발생할 위험성이 높아진다. 가슴의 압박감(심할 경우 통증을 느낌)이 없어지지 않으면(10분~15분 이상 지속) 911을 부르는 것이 안전하다. 심장마비가 온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심장마비는 어떻게 아나.

"가슴통증과 메스꺼움(구토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식은 땀이 10분 이상 지속되면 심장마비를 의심할 수 있다. 이때는 지체 말고 911을 일단 부른다. 환자가 쓰러졌을 때는 911을 기다리는 동안에 편히 누인 상태에서 얼굴을 옆으로 돌린다. 폐로 음식물 등이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폐로 이물질이 들어가 염증을 유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옷은 느슨하게 해주면서 다리는 약간 든 상태를 유지시켜 준다. 간혹 너무 흥분하여 일시적으로 뇌에 혈액공급이 중단되면서 기절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심장이나 혈관 등 건강상태와 무관하게 건강한 사람들에게도 생기는데 조금 지나면 정신을 차린다. 이 때에도 누운 자세에서 얼굴을 옆으로 돌려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같은 일시적인 혼절상태는 콘서트장에서도 흥분한 팬들에게 가끔씩 발생된다. (영화에서 놀랐을 때 기절했다가 정신이 드는 장면을 생각하면 도움이 된다)."

- 월드컵 관전과 연관하여 심장전문의로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만일 보다가 격하게 흥분했을 때 가슴에 압박감을 느꼈다면 심장과를 찾아와 심전도 검사와 트레드밀 테스트를 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심장혈관이 막혀있거나 좁아졌을 때 심하게 감정이 올라오면 가슴이 뻑뻑하게 조여지는 걸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 관전으로 이제까지 모르고 있던 자신의 심장문제를 초기에 발견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김인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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