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기적, 당신의 것이 될수 있다"
폼페이오, 베트남 하노이 연설서
"김정은 영웅으로 기억될 수 있어"
북ㆍ미 비핵화 협상은 난항 예고
지난 6~7일 방북한 뒤 8일 일본에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등을 하고 이날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한 폼페이오 장관은 현지 재계인사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기회를 잡는다면, 미국과의 정상적 외교관계와 번영으로 가는 베트남의 길을 따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는 "미국은 베트남과 그랬던 것처럼, 언젠가는 북한과도 같은 수준의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은 우리가 북한에 대해 추구하는 것에 대해 분명히 해왔다. 선택은 북한과 그 주민들에게 달려 있다"며 "그들이 이걸 한다면(제대로 된 선택을 한다면) 김 위원장은 한국인의 영웅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그는 미국은 과거의 적들과도 약속을 지킨다고 선언하면서 1995년 미국-베트남 수교 이후 체험한 베트남의 경험이 수십 년간의 갈등과 불신을 겪은 북한에도 번영과 파트너십이 가능하다는 증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미국과 베트남)가 협력하고 있고 싸우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한 나라가 미국과 함께 더 밝은 미래를 창조하려고 결심할 때 우리가 미국의 약속을 완수한다는 증거"라며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그에 대한 상응 조치로 경제보상과 체제안전을 제공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을 거듭 언급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한편 지난 6일부터 이틀 동안 평양에서 열린 북.미 고위급 실무회담 결과에 대해 미국과 북한의 평가는 엇갈렸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회담에 나섰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8일 "전반적으로 회담에서 진전이 있었다. 열심히 일했고 성과를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북한 외무성은 "미국 측의 입장과 태도는 유감스럽기 그지없었다"고 평가절하했다. 북한은 더 나아가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지지 않으리라는 담보는 어디에도 없다"며 비핵화 협상이 파탄 날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이번 협상에선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할 때마다 만났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면담이 이뤄지지 않았고, 예상됐던 미군 유해 송환도 없었다.
이 같은 결과는 회담 전부터 예상됐다. 지난달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한 이후 북한 비핵화와 북·미 관계 개선에서 속도전을 기대했지만 가시적인 진전이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김 위원장이 귀국 후 미사일 엔진 실험장을 파괴할 것이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김 위원장은 일주일 뒤(지난달 19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찾아 전략적 협력을 다짐했다. 미국 역시 북한이 강력히 희망했던 대북제재 해제 대신 제재를 1년 연장하는 조치를 지난달 22일 취했다. 양측 모두 신뢰 구축과 상황 진전을 위한 움직임 대신 오히려 압박에 나선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 1일 폼페이오 장관의 서한 전달 뒤 방북이 성사됐지만 큰 기대를 걸긴 어려웠다.
이를 두고 '악마의 디테일'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북·미 협상이 이전과 달리 두 정상이 (비핵화에) 합의한 뒤 실무진이 협의하는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행을 위한 각론에선 서로의 입장 차로 인해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신고와 검증, 동결 및 폐기 등 비핵화 시간표(timeline)와 북한이 원하는 미국의 반대급부에 대한 셈법이 서로 달라 접점 찾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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