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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차면 이긴다더니 … '11m 러시안 룰렛' 러시아서 헛발질

전 대회까지 먼저 찬 팀 승률 더 높아
이번 대회 16강전선 선축 팀 모두 져
승부차기 성공률 71%서 66%로 하락

'11m 러시안 룰렛'. 축구의 승부차기를 일컫는 말이다. 1978년 아르헨티나 대회부터 월드컵에 정식 도입된 승부차기는 키커와 골키퍼 사이의 11m 거리에서 일대일 '외나무다리 대결'을 펼친다. 공을 차서 골문 안으로 넣어야 하는 키커와 시속 100㎞ 안팎의 빠른 공을 막아야 하는 골키퍼 사이의 심리적인 싸움은 치열하다. 결과에 따라 양 팀 선수들의 희비가 갈리는 것은 물론 그에 따른 후유증도 크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의 승부차기는 예년과 다른 점이 많다. 16강전에서 벌어진 3차례 승부차기에서 먼저 차는 팀이 모두 패하는 징크스가 이어졌다. 대회 첫 승부차기가 벌어졌던 스페인-러시아 경기에선 스페인이 선축하고도 러시아에 3-4로 패했다. 또 덴마크-크로아티아전에선 먼저 찬 덴마크가 크로아티아에 2-3으로 졌다. 콜롬비아-잉글랜드 경기에서도 선축에 나섰던 콜롬비아가 잉글랜드에 3-4로 역전패했다.

그동안 월드컵에선 먼저 차는 팀이 이길 확률이 더 높았다. 영국 BBC는 최근 역대 월드컵 승부차기 결과 분석을 통해 '먼저 차는 팀 키커의 성공률은 73%로, 나중에 차는 팀의 성공률은 69%'라고 분석했다. 또 '선축하는 팀의 승률이 60%'라고 분석했다. 선축하는 키커의 성공률이 더 높은 건 뒤에 차는 선수는 반드시 골을 넣어야 한다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시아 월드컵에선 선축하는 팀이 유리하다는 분석과는 상반된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먼저 차는 팀 키커들의 성공률이 53.3%에 그쳐 후축하는 팀 키커들(78.5%)보다 낮았다. 특히 이아고 아스파스(스페인), 니콜라이 외르겐센(덴마크), 카를로스 바카(콜롬비아) 등 선축한 팀의 5번째 키커가 모두 실축했다. 역대 월드컵에선 먼저 차는 팀의 5번째 키커가 성공할 확률은 70%였는데 러시아 월드컵에선 예외적인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신(神)의 실험'으로도 불리는 페널티킥은 골키퍼에 비해 키커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키커가 차는 공은 0.4~0.5초 만에 골문에 도달하는데 비해 골키퍼가 반응하는 시간은 평균 0.6초다. 영국의 물리학자 존 웨슨은 "5~6걸음의 도움닫기 이후에 시속 100㎞ 이상의 속도로 양쪽 골 포스트 상단 50cm 지역을 향해 공을 차면 그 누구도 막아낼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승부 이후에 벌어지는 승부차기는 경기 중 페널티킥보다 성공률이 떨어진다.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에선 20개의 페널티킥 중 15개가 성공해 성공률 75%를 기록했다. 반면 승부차기에선 총 29명의 키커가 나서 19명만 골을 넣었다. 성공률은 65.5%에 머물렀다. 역대 월드컵 승부차기 키커 성공률(70.8%)보다 크게 낮았다.

그만큼 골키퍼들이 눈부신 선방이 눈길을 끌었다. 승부차기에서만 3개를 막은 다니엘 수바시치(34.크로아티아)와 2개를 선방한 카스퍼 슈마이켈(32.덴마크)의 대결은 이번 대회 승부차기의 하이라이트였다. 또 러시아가 사상 첫 8강에 오르는 데는 골키퍼 이고르 아킨페예프(32)의 활약이 밑받침이 됐다. 잉글랜드는 골키퍼 조던 픽포드(24)의 활약 덕분에 월드컵 승부차기에서 처음으로 승리를 거뒀다. 역대 월드컵 승부차기에서 3전 전패를 기록 중이던 잉글랜드는 징크스를 깨기 위해 따로 멘털 훈련을 하는가 하면 부담감 속에서도 집중력을 유지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골프의 퍼트 훈련까지도 마다치 않았다. 현역 시절 유로 1996 독일과의 준결승에서 승부차기를 실축했던 가레스 사우스게이트(48) 잉글랜드 감독은 "승부차기는 운이나 우연이 아니다. 부담감을 극복하는 실력"이라고 강조했다.

1994년 미국, 2006년 독일 월드컵 결승전은 승부차기로 우승팀을 가렸다. 2006년 독일, 2010년 남아공, 2014년 브라질 대회까지 3차례 월드컵에선 결승전이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러시아 월드컵 8강에 오른 나라 중에는 브라질이 특히 승부차기에 강세를 보인다. 역대 월드컵 승부차기에서 3승1패를 기록했다. 프랑스는 2승2패를 기록 중이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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