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전 추가골 노린 일본 "사요나라 월드컵"
후반 막판 3골 허용해 8강행 좌절
니시노 감독 "볼 계속 돌렸어야" 후회
폴란드전 욕 먹은 것 너무 의식 '패착'
전반을 0-0으로 마친 뒤 후반 4분 하라구치 겐키의 선제골과 이누이 다카시의 연속골로 앞서갔지만 이후 세 골을 연거푸 내주며 무너졌다. 후반 24분 공격에 가담한 벨기에 수비수 얀 페르통언이 일본 위험지역 모서리 부근에서 헤딩 패스한 볼이 일본 골키퍼 가와시마 에이지의 키를 넘겨 골대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18m를 날아 그물에 꽂힌 페르통언의 골은 월드컵 역사상 최장거리 헤딩골로 기록됐다.
5분 뒤엔 후반 교체 투입된 미드필더 마루안 펠라이니가 에당 아자르의 크로스를 머리로 받아 넣어 동점 골을 터뜨렸다. 승부는 후반 종료 직전 결승 골을 터트린 벨기에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속공 상황에서 토마스 메우니에가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어 연결한 땅볼 크로스를 나세르 샤들리가 득점으로 연결했다.
월드컵 결선 토너먼트에서 0-2로 뒤지던 팀이 승부를 뒤집은 건 지난 1970년 멕시코 대회 당시 서독이 8강에서 잉글랜드를 3-2로 꺾은 이후 48년만이다. 조별리그까지 포함해도 0-2를 3-2로 뒤집은 역전 드라마는 월드컵 역사를 통틀어 6차례 밖에 나오지 않은 진기록이다.
통산 세번째로 16강 무대를 밟았던 일본은 사상 첫 8강 진출에 도전했지만 세계랭킹 3위 벨기에의 뒷심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일본이 탈락하며 앞서 조별리그의 벽을 넘지 못한 한국·이란·사우디 아라비아·호주와 함께 아시아의 월드컵 도전도 막을 내렸다. 결국 지나친 자신감이 패착이었다. 니시노 아키라 일본대표팀 감독은 "후반에 먼저 두골을 넣은 뒤 추가골을 노린 것이 큰 실수였다"면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두골을 허용한 이후에도 수비적으로 전환해 연장전에 대비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일본이 리드하면서도 차분히 경기를 풀지 못한 건 폴란드와 조별리그 최종전(0-1패) 여파가 컸다. 당시 일본은 0-1로 지고 있던 후반 막판 16강 진출이 유력해지자 10분동안 고의로 볼을 돌렸다가 커다란 비난을 받았다.
'축구 정신을 훼손했다'는 축구 팬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니시노 감독은 벨기에전을 앞두고 "폴란드전에서 10분간 제대로 뛰지 않았으니 16강전에서는 그만큼 더 달리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16강에서 멈춰 서긴 했지만, 일본의 경기력은 인상적이었다. 콜롬비아, 세네갈, 폴란드, 벨기에 등 강호들을 상대로 '스시 타카(초밥+티키타카 합성어:일본식 패스축구)'를 구사하며 매 경기 특유의 흐름을 유지했다.
조별리그 세 경기를 치르는 동안 상대를 지나치게 의식해 매 경기 전술과 선발 라인업을 바꾼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경기를 마친 뒤 선보인 성숙한 매너도 칭찬을 받았다. 일본-벨기에전이 열린 로스토프 아레나의 시설 책임자 프리실라 얀슨은 3일 자신의 SNS 계정에 선수단이 떠난 일본 라커룸의 사진을 올렸다.
얀슨은 "일본 선수단은 벤치는 물론, 라커룸까지 깨끗하게 청소했다. 심지어 러시아어로 '감사합니다'라는 메모까지 남겨놓았다"면서 "이런 팀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썼다.
일본 팬들도 패배 직후 눈물을 흘리며 관중석을 청소해 박수를 받았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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